어젯밤(11/20) 모처럼 마누라랑 저녁 일찍 먹고 마누라한테 끌려서 영화구경을 했다.
딱히 집에서 할일은 없었지만 왠지 마누라한테 내 의사와 관계없이 끌려서 가는 것이
싫었다. 그냥 집에서 딩굴딩굴 뭐 재미있는 것 없나하고 TV채널이나 여기저기 눌러보는 것이 전부이고
그러다가 졸리면 자는 것이 고작 요즘 생활이다.
마누라가 대충 설거지 끝내고 옷 따뜻하게 입고 슬슬 걸어서 요 앞 영화 구경 가잔다.
뭔데? “에리자베스타운”이라는 영화인데 감독이 누구이고 주인공이 누구이고 술술 꽨다.
감독이 주인공이 누구이고 마누라가 열심히 설명하지만 내가 잘 모르겠거니와 우선 영화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든다. 무언가 스릴이 있고 박진감이 넘치는 거라면 귀찮지만 슬슬 가볼까? 마음이 동 하겠지만 날씨도 쌀쌀한데 옷 챙겨 입고 더군다나 우리집에서(세종문화회관뒤)종로2가 “종로코아”까지 걸어가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뒤끝이 두려워서(?) 마지못해 집을 나서자 마누라는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싶을데
무관심한 남편 때문에.... 하면서 언제나처럼 불평이지만 그냥 싫지만 않는 모양이다.
마누라가 표를 사고 입장하기 전에 팝콘 먹을 거야? 응 콜라도. 콜라는 몸에 안좋은데 물먹으면 안돼? 안돼! 마누라가 마지못해 사온다. 이건 여기까지 따라 나온 보너스다.
영화가 시작됐고 난 속으로 두 시간 졸지말고 꾹 참자하고 팝콘을 먹으면서 다짐을 해본다.
내가 보자 하는 영화는 다 좋았지? 하고 긍정적인 대답을 바라는 마누라에게 그렇지않다라고
차마 말 못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요번에도....
오랜만에 흐뭇한 영화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스릴 있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는 아니지만 한마디로 흐뭇하고 근사하다.
내용이야 평범(?)하지만 그럴듯하게 박진감 있게 끌어간 것 같고 영화가 끝나고 박수는 안쳤지만 캐스팅 나오고 음악이 다 끝날 때 까지 끝까지 앉을 수 있었다.
텅빈 객장을 나오면서 난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영화를 봐서일까? 난 잘 모르겠지만 그냥 좋았다. 돌아오는길에서는 마누라가 팔짱이 아닌 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난 꼭 쥐어주고 신호등 건널목에서는 우리 저 불에 건널 수 있을까? 아니 다음 신호에, 그냥 뛰자하면서 돌아왔다.
모처럼 그럴싸한 영화한편보고 우리 친구들한테도 전하고 싶어서 한자 썼다
히히..... 이렇게 산다.
옛날엔 극장구경 했는데
이제는 영화구경 하니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