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장 추악한 것 또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가장 추악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면 적절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 사진을 시작하며 제일 찍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포트레이트야말로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키기에 가장 알맞은 피사체일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숫기 없는 성격 탓에 인물사진은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 손주가 생기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 벼르고 별렀던 파리 오르쎄미술관을 구경할 때였습니다.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을 직접 두눈으로 보며, 다리아픈 줄도 잊고 돌아다니고 있을 때, 마침 벤치에 기대어 조용히 눈 감고 휴식을 취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 평화를 표정으로 웅변하고 있는 두분의 모습에 감화되어 망원렌즈를 댔습니다. 이른바 도둑사진이지요. 비록 한커트밖에 누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미완성 사진을 볼 때마다, 포트레이트에 대한 욕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