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국화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시가 있지요. 바로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 입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몇년전 어느날 이 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화를 만났습니다. 예당저수지를 끼고 도는 619번 지방도, 이름도 모르는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소담스러운 소국 한무더기가 길가에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끈 건 국화꽃보다 그 뒤에 서있는 입간판이었습니다. 세상에, 누님같은 꽃뒤에 "꿇어"라니! 조폭마누라는 또 어떻고! 내가 셔터를 누른 것은 그 부조화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이 신통치 못하니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군요.
국화만 보든, 조폭마누라만 보든, 이 두가지 부조화에서 창조적인 그 무엇을 보든,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