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못잊어, 금잔디..... 우리에게 시인 하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김소월이 아닐까 합니다. 소월이야말로 우리 민족정서에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던 시인일 것입니다. 한국인이라면 그의 시 한 두 구절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들만 해도 옛날 고등학생 때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를 한 두번 읊어보지 않은 친구들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무뎌져서 그런지 잘 못느끼지만, 그 때는 왜 그런 영탄조의 시구가 가슴을 울리게 했는지..... 오늘은 노래로도 잘 알려진 [엄마야 누나야]를 여기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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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1902-1934), [엄마야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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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엄마야 누나야>만큼 친근한 호칭이 있을까요? 함부로 떼를 쓰고 잘못을 해도 달래주고 감싸주는 모성이지요. 시인은 지금 엄마와 누나를 부르며 강변에 살자고 합니다. 강변은 생명의 근원인 물이 흐르는 곳, 엄마와 누나로 환기되는 모태공간 즉 본래적인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강변 살자>라는 말은 본래적인 삶을 살자는 말이지요. 뜰에는 금모래가 반짝이고, 뒷문 밖에는 갈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파트의 숲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시각적 환희(반짝이는 금모래 빛)와, 청각적 울림(갈잎의 노래)이 조화를 이룹니다. 그런 아름다운 공간을 상실하고 조롱 속의 새처럼 도시문명의 울타리에 갇혀 살고 있기에, 8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이 오늘도 우리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요?
이 진 흥 - 매일신문, 200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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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1902-1934), [엄마야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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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엄마야 누나야>만큼 친근한 호칭이 있을까요? 함부로 떼를 쓰고 잘못을 해도 달래주고 감싸주는 모성이지요. 시인은 지금 엄마와 누나를 부르며 강변에 살자고 합니다. 강변은 생명의 근원인 물이 흐르는 곳, 엄마와 누나로 환기되는 모태공간 즉 본래적인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강변 살자>라는 말은 본래적인 삶을 살자는 말이지요. 뜰에는 금모래가 반짝이고, 뒷문 밖에는 갈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파트의 숲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시각적 환희(반짝이는 금모래 빛)와, 청각적 울림(갈잎의 노래)이 조화를 이룹니다. 그런 아름다운 공간을 상실하고 조롱 속의 새처럼 도시문명의 울타리에 갇혀 살고 있기에, 8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이 오늘도 우리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요?
이 진 흥 - 매일신문, 200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