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노을 진 작은 방, 밥상머리였다. 아주 나중에 들은 얘기와 짜 맞추면 육이오 전쟁 한 두해 전, 망우리 근처의 어느 단독주택. 그 당시로는 흑사병 만큼이나 무서운 전염병이던 결핵에 걸린 울어머니. 결핵에 관해서 나이드라짓드나 파스같은 약도 없던 그 시절, 25세 쯤 젊은 나이에 6년 넘게 전염병 들었으니 형제자매 많은 시댁 부모과 친정 부모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진 망우리 한 곳에 작은 과수원 하나 사서 격리되었다. 동갑의 젊은 남편만 울어머니를 아직도 끌어 안고 객혈에 젖은 입술을 맞추며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단다. 그 때 그 시절 아장아장 걷던 나에겐 믿기지 않는 하나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날 저녁 엄마는 허리가 끊어질 듯 기침을 시작했고 세살쯤 된 나는 작은 타구를 엄마 앞에 갔다놓았다. 그 때 나를 안고 울던 엄마 품에서 나 스스로 대견해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나의 글을 남겼을 뿐 나에겐 기억이 없는 울 엄마다.
<엄마의 소원>
봄 동산 잔디밭에 곱게 피는 민들레
꺾기고 짓밟히고 문질 익히며
올 봄도 또 다시 향기롭도다.
아가 너도 네 고생 소화시켜
뿌리랑은 씩씩했다 힘 있게 되어 주렴.
1946년 6월 1일 유근희
이제 울아버지도 마지막 병이 드신 것 같다.
아버님 간병에 힘드시겠지만, 잘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 아니겠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