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2월에 타계한 이형기 시인의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낙화]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꽃처럼, 사람도 나설 때와 들어갈 때를 알아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을 빗대어 많이 인용했던 구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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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이형기(1933~2005) '절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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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그것을 초극하려는 실존입니다. 이 시의 '절벽'은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어서' 그 수직적 자세부터가 자질구레한 일상성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인(깨어있는 의식)은 지금 자신을 고립의 정점에 아슬아슬하게 세웁니다.
그곳은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한계상황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현 존재의 고독하고 고립된 모습을 보며 전율합니다. 그 전율은 안일한 일상에 젖어있는 우리들에게 우레 같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시인은 그러한 충격으로 우리들의 일상성을 깨뜨리고 잊었던 본래성을 깨우쳐주는 게 아닐까요?
이진흥, -매일신문, 2005년 07월 13일 -
진흥이 덕분에 낙화라는 시도 찾아 한 번 읽어 보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