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2명이나 되니 버스가 꽉 찬 기분이다.
노원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성희, 민병훈, 이재상, 주환중, 이상훈, 민일홍, 김성광까지 합세하니 여자 동문 12명을 포함하여 모두 39명의 식구가 된다.
오늘의 점심식사를 위하여 어제부터 밥이며 김치, 달걀말이, 풋고추, 오이, 고추장, 양념 고추말이를 40인분 준비하였던 박정애와 남영애가 우선 신이 나는가 보다. 혹시 인원이 초과하면 식사가 모자랄까, 너무 인원이 적으면 식사가 남을까 하고 은근히 신경을 썻는데, 딱 마춘거나 진배 없기 때문이다. 후식으로 포도며 방울 도마도까지 준비를 하였으니 어제 밤 새도록 씻느라 무척 고생을 했겟다.
등산 모임으로는 처음 얼굴을 보인 민병훈이나 발바닥이 아파서 참가 하기를 주저하던 박미자도 C 코스 신설에 용기를 얻어 나왔다고 인사를 하여 박수를 받고, 작년 40주년 경주 수학여행때 나왔던 백경렬이가 이제 등산 모임에도 참여를 했다. 일단, C 코스를 신설한 정태영이의 기획이 성공을 한 셈이다.
10시 반경 소요산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간씩 뿌리는 비를 맞으며 얼마를 걸어 올라가니 一中 선생의 소요산 자재암이라 쓴 현판이 붙은 일주문을 지난다.
원효성사께서 요석공주와의 인연 (famous affair )이 있은 후, 오로지 수행 일념으로 수행을 하셨다는 自在庵이다. 自在無碍의 참된 수행으로 아름다운 여인으로 화현한 관세음 보살의 유혹시험을 물리치셧다고 안내문은 설명을 하고 있다. 인연이라는 영어번역도 재미가 있다.
여기서 A조는 왼쪽의 하 백운대 코스로, B조는 선녀탕의 코스로 갈라져서 올라 갔다가 의상대에서 1시에 만나기로 하고 잠시 헤어진다.
자재암에서 하 백운대까지의 코스는 초반부터 경사가 심하여 만만치가 않다.
A코스로 오는 것에 망설임을 보이던 이명희, 박정애, 이성희의 여성 3총사는 늠름하게 잘도 올라간다. 하 백운대로부터 중 백운대까지는 한결 좋은 코스로 바뀌다가 상 백운대까지의 코스는 언제 그런 코스가 있었느냐는 듯 평탄한 코스이어서 이제부터는 행복시작인가 했더니, 칼 바위 능선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오늘같이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은 여간 신경을 쓰이게 하는게 아니다. 나한대로 다시 올라간다. 이 코스는 아까 헤어졌던 B조도 갔을 터인데, 보이지 않다가 나한대에 가서야 몇몇이 보이고 1시경 의상대에 올라가게 되니 모두들 만난다. 대표로 등산회장 하나만이라도 의상대 등정기념으로 한 장 찰칵하자.
여기서부터는 모두 함께 공주암에 올라간다. 1시 반이다.
자리를 펴고 점심을 든다. 여직까지 등산 왔을때와는 전혀 다른 점심식사이다. 팥이 들어가 있는 밥에 빨갛게 익은 김치를 얹어서 먹는 맛! 크면서도 전혀 매운 맛이 없이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 고추를 고추장에 푹 찍어 멋는 맛! 노란 달걀 말이와 고추말이를 함께 먹는 맛! 여기에 백세주와 복분자까지 곁들인 후에 포도와 방울 토마도로 후식을 하는 맛!
준비하느라고 고생을 하고 상을 차리느라고 수고를 한 박정애, 남영애, 이성희에게 다시 한번 고맙씁니다. ( 꾸뻑 )
이어서 우리의 홈피를 만들고 가꾸느라 5년간 수고를 해 준 마스터 이상훈에게 감사장을 박정애가 우리 모두를 대신하여 전한다. 정태영 회장이 준비해간 얼마의 감사표시에 얹어서 30만원을 등산회 기금으로 투척하는 이상훈이다. 곱디 고운 마음이 표시되는 이상훈이다.
그리고 궂은 날씨에 무사하게 산행을 마친 모두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제 먹던 자리를 정리하고 미끌미끌한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차를 타니 정확히 4시이다. 빗속에서도 무사하게 쉽지 않은 코스를 주파한 우리 산행 동문들의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