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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7:43

비오는 날의 풍경

조회 수 199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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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긴 가뭄 끝에 어제 밤부터 단비가 내렸다. 온 천지가 메마르고 목이 마른 가운데 지난 4월부터 한 달 간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수십 건 일어나 신라 천년 고찰인 양양 낙산사를 비롯해 수백 평의 임야가 소실됐다.
건조한 대지에 비가 목마름을 축여준다.

  간밤에 비바람이 몰아쳤다는데 아침엔 가늘어져서 안개비로 변했다. 하릴없이 창 밖을 내다보다가 간편한 복장으로 우산을 쓰고 나섰다. 길 건너 야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비가 오는 탓인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촉촉이 젖은 오솔길 따라 천천히 걷는데 나뭇잎들이 오랜만에 물기를 머금고 파랗게 생기가 넘친다. 이산의 주종인 아카시아나무, 상수리나무, 진달래, 벚나무, 소나무 등이 저마다 푸르름을 자랑하고, 오솔길은 비에 떨어진 아카시아 꽃들로 하얗게 덮여있다.

  길 옆에는 동네 성당 신도들이 식목일에 심어놓은 영산홍이 무리를 지어 낮은 키에 어여쁜 꽃몇 송이를 피운 채 맞아준다. 나무마다 누구네 가족이 심었다는 팻말이 붙어있다. 아마도 그 가족들은 성당에 오는 날에는 가끔 와서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좀 한적한 길로 접어드는데 철망 위로 청솔모 한 마리가 잽싸게 뛰어간다. 청솔모가 산다는 건 이 산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징표인데 청솔모가 아니고 다람쥐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저만치 한 남자가 우산을 쓰고 마주 오는 게 보인다. 신사복 정장에 구두 차림이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운동화만 바꿔 신고 오지만 완전 정장으로 점심 시간도 아닌 이른 아침인데 등산하는 저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각하다.
  나도 대학 시절 저 사람 같은 표정으로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한 시간 이상 걸은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짓인데 그땐 조금 센티멘털했던 것 같다.

  다시 좀 걸으니 까치 10여 마리가 떼지어 허공에서 군무를 한다. 요즘엔 까치 구경하기가 어렵지 않다.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가 아니라 과수 농사를 망치는 해조라고 하는데 점점 번식이 잘 되어 농민들의 근심거리라고 한다.
길조든 해조든 산에서 만나니 반가운 친구다.

  각목으로 만든 계단 100개를 올라 조금 더 걸으니 정상에 닿았다. 몇 개의 운동 기구와 꽃동산, 그리고 작은 정자. 여름엔 등나무가 정자 위를 시원하게 덮는 쉼터다.
여기에서 반대편으로 하산하여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온다. 그 100개의 계단을 조금 내려 왔을 때 두 번 째 등산객을 만났다. 20대 중반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다. 역시 베이지 색 원피스에 높은 구두 차림이다. 산이 낮다고는 해도 비오는 미끄러운 길인데 어울리지 않는 하이힐로 걷는다.

  비오는 날의 산은 평소와 달리 조용히 무언가 사색에 잠기고 싶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힘이 있나보다. 하긴 나도 그 힘에 끌려 여기까지 왔으니까.
발 밑에서  돌이 뾰족뾰족 솟아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그 솟은 곳을 발바닥 가운데로 밟는다. 발바닥 지압이 따로 없이 시원하다. 돌부리는 발끝에 걸리면 넘어지는 걸림돌이지만 밟으면 지압봉이 된다.

  내 인생에서 돌부리는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그중 몇 개에서 걸려 넘어졌고, 몇 개를 밟고 넘어갔을까. 인생의 고비는 때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의 지압봉이 될 것이다.
일부러 솟아오른 돌부리를 콕콕 밟으면서, 산에는 돌이 있어야하듯이 삶에도 평탄하기만 하지 말고 가끔은 걸림돌이 있어야 극복의 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비관 자살하는 청소년이 가끔 있다. 부모의 과잉 보호 밑에서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살아왔기에 처음으로 맞는 돌부리에 걸리면서 좌절하고, 밟아버리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지 못한 탓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맛있는 음식과 옷을 줄 수는 있지만 우수한 성적은 주지 못한다. 이 상황을 극복하는 지혜는 본인 스스로 터득할 몫이다. 어머니들이 귀여운 자식 매 때리며 키웠다면 고통에 면역력이 생겨서 성적 때문에 목숨 버리는 어리석음은 없었을 것이다.

  돌무리를 지나 내려오는데 이번엔 뭐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눈앞에서 쏜살같이 지나간다. 얼핏 보니 산꿩 한 쌍이다. 몸이 누런 까투리와 색동의 장끼가  살고 있다니. 청솔모를 조금전 본 것보다 더 신기하다. 동물은 숫놈의 몸빛이 화려하고 암놈은 수수하단다.
아무튼 오늘 빗속의 산행은 많은 걸 보고 깨우치게 한다.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 이런 맑고 정결한 숲이 있어서 신사 숙녀 누구나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에 젖어들 수 있는 건 행운인 듯 하다.

  까투리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는 김세레나의 노래가 있었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오는데 이번엔 젊은 청년이 씩씩하게 걸어온다. 평소엔 인파가 많은 복잡한 산인데 오늘은 겨우 세 명 만난 한적한 산행이 됐다. 이제 그 청년과 바통 터치하고 하산해야겠다. 안개비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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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5.05.19 08:11
    비 갠 맑은 아침, 투명한 수채화 감상하고 갑니다. 그림안에 담긴 소재가 밝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 profile
    정태영 2005.05.19 17:29
    무슨 내용이라도 좋으니 글 뒤에 답글이 좀더 많이 달렸으면 좋으련만. 모두들 이리재고 저리재다 묵묵히 그냥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한 생각씩은 다 하련마는. 등산회장의 썰렁한 생각 "산길을 걸으며 너무 생각이 깊으면 위험합니다. 발걸음은 항상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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