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먼 탓으로 6시 45분에 집을 나선다. 오늘은 경기도 가평군 소재 雲岳山이라고 한다.
사당역에 모인 열한명( 정태영 박효범 민일홍 이명원 이상훈 이영식 김경석 정기봉 신해순 송인식)을 태우고 선능역에서 아홉명 (이승희 우무일 권영직 황정환 심항섭 김윤종 박정애 유정숙 김진국) 을 합하니 모두 20명. 부활절이어서인가 생각보다 적은 숫자다.
오랜만에 나온 이승희의 모습이 반갑고 늘 보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기도 하다.
예상보다 조금 늦은 출발이나 순조롭게 10시경 목적지에 도착 10여분 후 산행을 시작한다. 현등사 방향으로 들어서서 조금 오르다가 A 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각기 절반가량이다.
처음부터 약간은 가파른 계단을 맞닥뜨리니 느낌이 만만치 않다.
꽃샘추위가 완전히 물러간 뒤의 따뜻한 기온으로 어느 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안개 걷히고 투명한 하늘이 드러난 山勢를 올려다보니 사뭇 아득한 것이 긴장감조차 자아낸다.
겨울은 벗어났으나 봄이 완연한 것도 아니며, 아직은 연초록이 보이지 않아 어찌 보면 덤덤한 듯도 하나 이맘때의 길목에서 만나는 나무나 흙. 바위 등에는 긴 겨울을 이겨낸 희망의 냄새가 배어 있는 듯하다. 온 몸으로 생명의 싹을 틔울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자세 또한 우리의 마음을 새삼스레 가다듬게 한다.
옮기는 발걸음은 가볍지 못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힘이 들지만 구비마다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것을.
바람을 막으려고 쳐둔 것 같은 날카로운 병풍바위, 천 길 낭떠러지 아래 아찔한 계곡의 殘雪 , 깊디깊은 골짜기에서 넘어오는 청량한 바람소리, 무엇을 닮았을까 우람한 바위 사이에 뿌리 내리고 긴 세월 꿋꿋이 버티며 서 있는 소나무들,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산은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제는 다가올 색의 잔치를 위해 숨죽이며 기다린다. 오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는 아직 대구 팔공산에 올랐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추석 바로 전이라 인적이 많지 않았고 비가 오락가락하며 구름이 산 중턱에 걸려 있어 마치 신선같이 만났던 바람의 느낌이 지금도 손에 잡힐 듯한데, 오늘의 산행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추억으로 떠올려지리라.
우리들의 chief史官, 沈博은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다다른 頂上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저 아래의 찬란함에 비해 너무나 소박하다. 둥그런 진흙 마당에 다만 돌로 된 팻말 하나 서 있을 뿐이나 그 꾸밈없음이 더욱 마음에 든다. 雲岳山935.5m
먼저 와서 기다리던 B조와 반갑게 다시 만났다. 모두 땀투성이다. 사람들은 외로운 표지판 앞에서 다투어 눈도장을 찍는다.
빠뜨릴 수 없는 頂上酒 파티를 조촐하게 끝내고 하산하기 시작, 가파른 경사로 인해 내려오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아직은 녹지 않은 얼음이 곳곳에 낙엽 밑에 숨어 있었고 질척거리기까지 한다. 30분 쯤 내려와 다리쉼을 한다. [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윤종이가 어릴 적 동요를 흥얼거린다. 얼음 밑으로 손을 담가 물을 두어 모금 마시니 뼛속까지도 차가워진다.
멀리 태종 때 중창했다는 古刹 현등사에서 염불소리가 울려 퍼진다. 좀 더 내려오면 민영환공의 親筆 岩刻書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종탑을 새로 만드느라 부산하다.
예약된 식당 [샬롬]에는 두부전골과 백숙이 우리를 기다린다. 모두 짐을 내려놓고 다리를 뻗는다. 밀려오는 피로감, 이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땀 흘린 후 함께 하는 식사 또한 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모두 부산하게 배를 채운다. 벌써 거나해진 친구도 있어 목소리가 천정 밖으로 튀어나간다.
두부와 비지 선물까지 받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교통체증을 생각해서다. 덕분에 예정대로 다섯 시 30분쯤 잠실에 도착한다. 답사를 거듭한 끝에 결정한 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회장단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앞으로 더많은 산행기자가 자원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제 사정에 의해서 가보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가보아도 좋을 운악산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