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매주 목요일엔 시간을 내서 산행을 하기로 했다는 심항섭, 권영직, 황정환은 그 동안 몇 개의 산을 오르내리더니 어느새 산을 오르는 품세가 날렵하기 그지없다. 작년에 성주산을 오를 때 꽤나 힘들어하던 정환이의 숨 소리도 오늘은 편안하다. 한평생을 크게 이탈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친구들이다.
3월 운악산 산행을 며칠 앞두고 있는데 벌써 4월 산행 답사에 앞장을 서 준다는 세사람이 항섭이 차에 나를 태우고 안성에 있는 서운산에 도착한 건 11시쯤이다.
와! 3월 중순인데 눈꽃이 온 산을 덥고 있다니! 어제 밤 며칠 만에 잠간 추워졌건만 그 참에 내린 눈이 겨울 연가같은 서운산을 만들었다. 여기에 오다니.. 이건 행운이야! 휘날리는 눈 송이 속에서 갓 뽑아낸 듯 적당히 차갑고 흑냄새가 배여있는 신선한 공기를 한 가슴 들여마시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에 있는 서운산(547m)은 산세가 부드럽고 폭신한 산길이다. 가족동반 산행지로 적당해 보이는 그런 곳이다. 능선이 부드러워 초행자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산길 여기저기서 내려다보이는 저수지들이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깨끗한 소나무들의 고풍어린 모습이 뛰놀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 산은 봄이면 진달래 꽃과 철쭉이 군락을 이룬단다.
세 친구 부인들이 정성스럽게 싸준 샌드위치를 서운산 정상에서 맛있게 먹고 돌아서 흙길을 내려서니 탕흉대란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가 있다. 그 위에 올라서니 저 멀리 충북 진천으로 보이는 조망이 끝내준다. 4월 24일엔 여기 둘러 앉아 정상주를 하고 봄 날 꽃 길 따라 천천히 내려와 청룡저수지가에 둘러앉아 전통새우탕에 점심을 들고 귀경하기로 했다.
4월 등산 답사가 이렇게 끝났는데 며칠 후 5월 소요산 답사도 4월 중순에 데려다 준단다. 어! 밥도 사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