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동창인 우리 또래는, 대개 올해로 갑년을 맞게 됩니다. 좀 늦은 나이에 입학했다면 지난해 회갑을 지냈을 게고, 빨랐다 해도 내년이면 화갑을 맞게 될 겝니다. 나는 내어난 달까지 정중앙이어서 올 7월 생일로 환갑이 됩니다. 벌써 말입니다.
이미 다 커버린 자식놈들이 환갑을 맞는 아버지를 위해 무슨 행사를 하면 좋을까 상의하다가, 그 동안 써놓은 글을 엮어 책을 내기로 결정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고맙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고 지금 출간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미리 자랑을 한다 해도 나무랄 친구야 없겠지만, 자랑하려고 이런 말을 꺼낸 게 아니라, 실은 한가지 양해 받고자 하는 사항이 있어 나오지도 않은 책 얘기를 꺼냈습니다.
내가 그간 쓴 글은 내용이 어떻든 간에 한 편도 빠짐없이 우리 고등학교, 대학 동창 사이트에 올렸고 그때마다 많은 친구들이 댓글, 답글을 달아주었습니다. 책을 내려고 살펴보니 사실 내가 쓴 글보다 친구들이 붙여준 댓글, 답글이 더 좋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내 글과 친구들의 반응을 함께 묶어 책을 낸다면 더 뜻이 있겠다고 생각했고, 가까운 몇몇과 상의했더니 그 친구들의 의견도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진행하기로 작정하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 글을 달아준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양해를 받기는 좀 번거롭고 해서 이렇게 편법으로 양해를 구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흔쾌히 허락할 줄 지레 짐작하지만, 친구들의 실명이 내 책에 등장하는 관계로 혹 거부감이 있는 동문들이 있을까 걱정되어 미리 알리는 것입니다.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만일, 혹시, 만약, 혹여, 더러, 행여, 내 책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는 게 정 마음에 걸리시면 조용히 내게 연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친구 이름은 고딕체로 또렷하게 인쇄하려고 합니다. 하하하!
그냥 형식상, 절차상 여러분의 묵시적인 양해를 구했다는 증거로 여기 이렇게 기록해 둡니다. 동의해줘서 고맙습니다. 나와 공동저자가 될 친구들께는 잉크가 마르기 전, 제1차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공짜로 말입니다. 공동저자가 아닌 친구들 가운데 원하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책을 보낼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저자와 어떻게 차별화할지 심각하게 연구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난생 처음, 뒤 늦게, 애들 덕분에, 책 한 권 내게 되었으니, 축하해줄 거죠, 모두?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