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회(`05년 2월 27일) 청계산 산행 모임과 2005년 시산제 후기
어제는 우리 동기들의 산행과 금년 우리의 안전과 만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시산제를 지내는 날이었다.
금년 두번째 산행이지만 음력으로 정월 십팔일이었기에 시산제를 지내는 것인가 보다.
날씨가 매우 쌀쌀할거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아이젠 정도만 챙기고
우리팀(대공원 팀)이 모이는 대공원 역으로 부지런히 갔다.
벌써 계단 밑에는 김양자, 이성희, 김용호, 박효범 등이 모여있다.
위에 올라가니 유정순이 와 있고 신해순, 민일홍, 이상훈, 김경석, 이명원, 송인식이
정태영 등산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태영인 잠깐 들려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준비차 인덕원 팀과 합류한댄다.
모여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저쪽에서 북파공작원 같은 차림의 서성수가 헐헐오고 있다.
그래서 함께 찰칵.
더 올 사람 없나 하며 주환중에게 전화하니, 어부인께서 환중이시라 못 온댄다.
열부 난 것은 좋으나 우환이 걱정이다. 수관이는 전화를 안받고...
출발이다.(10시 05분)
가능한 한 경노 코-스로, 평소 안가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산속 오솔길로 간다.
등산객도 적고 산책길로는 최적이다. 일부 베테랑들은 너무 수월한 등산이라고 조금 아쉬워는
하면서도 주위에 삼림도 많으니 여름에 합동으로 다시 오자고도 한다.
정순이는 오랜만이라 그런지 숨차 하길래 같은 순이인 혜순이보고 가드하라고 하니 OK다.
매치-순이라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니 힘도 안들고 날씨도 춥지 않으며 아주 쾌청이다.
양자는 이렇게 좋을 수가 없댄다.
1차 숨고르기를 하며 커피 한잔씩 하는데 이영식이 혼자 쫓아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 팀은 14명이 되어 얘기꽃을 피우며 산에 오른다. 그 중 한토막.
언젠가 평소 지하철 제비로 소문이난 이O식이가 예의 전철역에서
아줌마 2명과 얘기하고 있는 걸 순발력과 재치 만점인 김풍자가 발견,
그냥 지나치겠는가? "여보, 거기서 뭐해?" 와~~ 혼비백산.
O식 왈, 그 아줌마가 뭘 물어봤대나?어쨌대나.
그런데, 왜 걔한테만 아주 자주자주 물어볼까?
이제는 이 미스테리를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규명할 때가 됀것 같다.
또 하나.
남자와 여자는 누가 더 잘 삐칠까?
정순 왈, 최소한도 우리 16회는 남자들이 더 잘 삐친댄다.
양자 왈, 앞으로는 삐치는 애들은 따돌리잔다. 그러면 삐침반을 따로 편성하지 뭐.
영식은 자기는 안 삐친댄다. 글쎄... 술취한 분은 자기는 안 취했다고 하니까.
이러니 약간 미끄러운 산길도 별로 힘 안들이고 정시에 시산제 장소인 청계사 뒤 아늑한 곳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친구들이 모여있다. 옛골 팀이 벌써 와 있나? 아니다.
인덕원 팀이 벌써 준비도 마치고 향까지 사르고 분위기 잡고 있는 것이다.
명문이고 양가집 자손들이 많아서 인지 제물 중 특히 과일의 진설을 놓고 왈가왈부,
백가쟁명이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며 풍월들은 저마다 다 있다.
그런데 옛골 팀은 아직이다. 40분이나 지나서야 한 둘 나타난다.
심항섭 팀장은 잘 하는데, 일설에는 중간에서 두경이가 안경을 두고 왔다고 좀
헤매느라 늦었댄다. 두고온 안경? 그래서 두경인가?
그러니 평소 딸랑이 강기종은 월매나 속 터졌을까? 거기다가 그 쪽은 아주 미끄러워서
아이젠 없이는 미끄러워 딩굴었댄다. 그 예가 권영직.
우리 팀에선 김용호가 세 번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자칭 아직 운동신경이 있어서
이 정도라고 자화자찬(?)이다. 허긴 궁둥이 신경은 괜찮은 것 같다.
드디어 시산제 시작.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돼지머리님. 면도도 깔끔하니 하고, 눈은 지긋이 감으며
염화 시중의 미소로 웃고는 계시는데 한쪽으로 보면 엉큼한 웃음 같기도 하고.
좌우간 잘생기고 넉넉한 제두하고 떡 하며 과일, 나물, 잡채 등 시산제의 제물로선,
아니 대가집 젯상 마냥 잘 차렸다.
거기에 터줏제관인 우무일의 축문 독송에 이어 회장단을 비롯해서 줄줄이 절들을하며
돼지 입이며 귀며 콧구멍까지 봉투와 배추잎사귀들이 꽂힌다.
후에 들으니 회비 말고도 무려 130만 원이 훨씬 상회했다고도 하니...
그러니 금년 우리 등산회는 안전은 물론이고 온갖 복은 확실한 보험을 든 것 아니겠어?
막걸리와 기찬 맛의 남촌 보쌈을 곁들여 음복한 후 회식장소인 사랑채로 향했다.
여기서 잠깐, 늦게 온 옛골팀 면면을 살펴보면, 심항섭, 강기종, 유정숙, 김윤종,
위광우, 김영길 김두경, 박영준, 김진국, 한동건, 황정환의 11명이다.
이 중 박영준, 한동건은 등산에는 아주 오랜만이렸다.
내려오는 도중 눈에 확 띄는 미녀 2명이 마주 걸어 오는데, 이정희 임매자다.
여기서 다시 인덕원팀을 열거하면 정태영, 김풍자, 이향숙, 윤상진, 박정애, 남명애,
따블 이종건, 이후영, 김성광, 박영섭, 조병희, 노준용, 우무일, 박미자, 박상규, 정영경,
정숙자, 강인자, 마지막으로 회식중에 상동에서부터 들이닥친 장용웅까지 22명이다.
그러면 이번 행사 참석 인원은 47명이 맞지?
기차고 건강에 좋은 웰빙음식 들깨버섯 전골과 동동주 등을 양껏 들고선
마당으로들 우~몰려 나갔다.
거기서 척사대회, 즉 윷놀이 마당이 열린 것이다.
심판장으로는 그 엄하디 엄하고 유도리 전혀 없는 노준용으로 하고.
게임을 붙는데 위에 열거한 3팀간의 대결, 이렇게들 좋아하고 애들마냥 떼도 막 써가며
또 우기며 왁자지껄, 지화자~ 낄낄 깔깔 너무도 좋아들 한다.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야 했지? 오래된 민속놀인데...]
역시 흥행 프로 모터인 용호 수고 많았다.
다음엔 제기차기, 비석치기, 알렁구리 등도 해보면 좋겠다.
이어서 시상식. 1등, 2승무패의 대공원팀. 상금 세종대왕 초상화 10장.
2등, 1승 2패의 옛골팀, 5장. 3등, 인덕원팀, 3장.
1등과 3등은 합쳐서 인덕원 역 앞 노래방, 옛골팀은 일부 분당 파가 있어서 분당.
노래방에선 장용웅과 이명원이 제공한 양주로 이방 저방 두루 서브.
그리고 당구파들 슬슬 갈데로 가고.
그 후 일부는 얼마전 이쁘게 성대를 성형수술하고 삼용이 신세인 이승희를 약올리려
위문으로 포장하며 맥주집으로 꼬여냈다. 우리끼리만 생맥주 마시며 구경하고
듣기만 있으라고... 역시 친구는 친구지? 암~
그런데 딴 팀(옛골,인덕원)들의 합류 전의 재미있는 소식은 잘 모르는데 어쩌지?
하여튼 또 즐거웠고 젊어진 또하나의 하루였다.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