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컴퓨터하고만 씨름하는 요즘 아이들을 오늘 같이 추운 날
빙판 위에 데려다 놓으면 어떨까?
아마 추위에 벌벌 떠느라 제대로 놀 정신도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 어릴 적은 어땠나.
겨울만 되면 하루빨리 얼음이 얼어 썰매 탈 날만 오기를 고대?하지
않았던가. 호랭이 담배먹던 시절의 아주 어릴 적에 말이다.
그때는 콧물이 흘러 코밑에 고드름이 얼도록 신나게 달리느라
추위고 뭐고 느낄 새도 없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시골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썰매를 만들어
주느라 뚝딱뚝딱. 두 발을 넉넉히 디딜만한 널판지 양 끝에 각목을
갖다 붙히고 그 위에 가는 쇠꼬챙이를 덧대면 정말 그럴듯한
나무썰매가 되었다. 동네 개구장이들은 얼음이 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썰매를 들고 뛰어나와 신나게 얼음을 재쳐댔었는데..
스케이트는 꿈도 못꿀 그 시절 썰매는 아이들의 유일한
겨울놀이나 마찬가지여서 나무썰매가 없는 아이들은 비료푸대라도
타야 썰매없는 억울함을 풀 수 있지 않았나.
비료푸대 썰매의 스릴 넘치는 속도감도 만만치 않아서 눈 쌓인 뒤
그 인기는 나무썰매 못지 않았다.
썰매를 타다 지치면 그 다음 코스는 바로 팽이치기.
채로 칠 때마다 제자리에서 팽그르르 도는 팽이를 바라보는 즐거움,
누구 팽이가 더 오래 도는가 내기하는 즐거움...
그것들을 어찌 사각형 모니터 안에서만 왔다갔다 하는 컴퓨터
오락게임에 비교할 수 있으랴.
한참동안'눈썰매'라 하여 겨울철 놀이공원에서 썰매타기가 다시
유행하고 각광을 받았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눈썰매를 타고
인공눈 위로 내려 달리는 재미를 보는 거다 스릴도 있고 운동도 된다.
하지만 성업중에 가면 썰매 한번 타려고 한참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짜증의 댓가를 반드시 치루어야만 했다.
요즘은 벌이가 전만 같지 않아 시원치 않은 모양이던데
오늘 같은 날의 매상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 저녁 9시 뉴스에선 스키장 풍경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 (술마시느라 뉴스 못 보겠지만)
난 스키는 할 줄 모르고 스케이트도 35년전이 마지막이고
오늘같이 쌩쌩 추운날 기분으론 --그저 기분으론-
논에 나가 옛날 썰매 한 번 타 보고 싶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과 발전에 못지 않게 지나간 추억들에
대한 아련함이 사소한 놀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듯 오늘
공연스레 썰매 생각이 왜 나는지... 허 참~~
부모들이 큰 일 나는 줄 알고 얼음판 위엔 아예 안 데려다 놓으니까 문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