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회장이 새해 들어서의 전체 동기 첫 등산모임을 북한산으로 정하였다.
우이동 종점까지 분당에서 가기에는 좀 먼 거리이긴 하지만, 새해에 기(氣)를 많이 받을수 있는 산으로는 북한산만한 산도 없을듯 싶어, 강기종, 김두경과 함께 고속도로로 직행하는 버스를 타고 종각에서 1호선 전철을, 동대문역에서 4호선을, 수유역에서 우이동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정확히 약속시간 10시에 도착하니 정태영 회장을 위시하여 주환중, 이성희, 김진국, 김영길, 권영직, 김윤종, 이상훈, 민일홍, 장용웅, 김수관, 이명원, 송인식이 벌써 와 있다.
곧이어 박정애와 이승희가 나타나서 산행을 시작한다.
재작년 1월에도 바로 이 코스로 걸어 올라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땐 마침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바삭바삭 눈길을 걸어 올랐는데, 오늘은 그동안 한달여의 추위가 싹 가시는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것는다. 마침 햇볕을 받고 서 있는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의 3각산 풍경이 오늘따라 더 늠늠하게 보여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줌으로 끌어드려 찰칵한다.
입구에 할렐루야라고 큼직한 교회가 나타난다. 원래 이곳은 요정이었다가 고향산천이라고 일반 대중음식점이 자리를 잡았었는데, 경매로 넘어간 것을 할렐루야가 인수하였단다. 많은 신자가 모여 구원받아 천당 가는거야 좋은 일이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고 하니, 일단 세금은 내고 좋은 일 한 것을 입증받아 소득공제, 혹은 세금공제등의 세제혜택을 받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표 다 도망가는 짓을 누가 하겠는가마는...
용담천에 이르니 이명희와 유정숙이 먼저 올라온 팀들과 샘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가 합류하여 오르기 시작하니 금방 대동문이 나타나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왼쪽 뒷줄부터 이상훈, 이명원, 정태영, 김수관, 이성희, 권영직, 김진국, 김영길, 민일홍, 유정숙, 장용웅이다.
자리를 펴고 먹을 것 들을 꺼낸다. 권영직의 방울 도마도, 이성희의 동그랑땡, 장용웅의 씨레이션, 김영길의 복분자술, 이승희의 호두와 육포, 심항섭의 분당 호두과자, 박정애의 시원한 배를 먹고 일부는 남은 술을 마시다가 진달래 능선길로 내려 가기로 하고 일부는 동장대(東將臺)로 향한다. 북한산성의 동쪽에 위치한 지휘소이다. 이곳에서는 성내와 성밖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에 동장대 일부와 저 뒤쪽으로 3각산을 배경으로 박정애, 유정숙, 이명희의 세 미녀와 함께 정태영 회장이 호강을 하는 사진을 찍어본다.
저 서쪽으로 보이는 의상봉쪽은 뿌연 매연층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서울 근교를 올때마다 보게 되는 매연층이다.
동장대에서 얼마를 더 가니 용암문(龍岩門)이 나온다. 왜, 쪽문의 暗門이 아니고 岩門이지? 모르겠네. 여하튼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증명사진이나 찍자.
왼쪽부터 김두경, 김진국, 이성희, 송인식, 권영직이다.
용암문 바로 아래로는 도선사로 연결된다. 곧장 이곳으로 내려가서 식당으로 직접 가고픈 생각도 났지만 곧바로 쫓아온 이상훈이가 아카데미 하우스로 내려 가는 쇼트코스로 가자고 하여 올라왔던 대동문을 통해서 내려간다. 진달래 능선보다는 1키로 정도 짧지만 경사가 심하고 중간중간 응달진 곳은 바위가 미끄럽다. 조심조심, 그러나 2시까지 식당에 대어갈 요량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4.19탑 밑의 초원 식당에 도착한다. 어! 현정인의 얼굴이 보이네. 산행모임에서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이향숙과 김성구도 왔네. 모두 23명이 신년 산행모임의 멤버가 되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1월 생일 친구들을 축하 한다. 정태영이가 생일 케이크도 빠짐없이 준비를 했다. 김성구와 김영길이가 1월 생일이고 김두경이가 지난 12월 생일에 빠져 한달 늦게 생일 축하를 받는다.
곧이어 예고 했던대로 시 낭송회가 있었다.
먼저 내달 10 일에 뉴질랜드로 1년간 가 있어야 할 김성구가 시를 낭송한다. 즉석에서 투닥투닥 쓴 흔적이 역력한 뚝배기 질그릇에 된장맛의 시다.
“오늘 북한산에 올라 겨우내 묵은 때 씻어내고
착한 마음들이 4.19탑을 지나 시골 밥상집에 모여 앉아
지나간 함성은 아랑곳 없이 얘기 꽃을 피워가네.
시원한 삼각산 공기주발에 정다운 말 버무려 쌀밥 몇술 뜨며
술 한잔 마시는 기쁨, 아! 좋구나!
이게 좋아, 나! 가기 싫네, 내 심심한 타향집 뉴질랜드, 정말 가기 싫네!“
이어서, 앞과는 대조적으로 곱디 고운 섬세한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이성희의 시를 이승희가 대신 낭송한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안개에 싸인 창밖을 바라보니
청보라빛 햇살 나뭇가지에 걸려있네.
어느새 찬바람 비껴간 후
훈풍 불어와 옷깃 스치면
그만 떨치고 일어나 가야 하리.
먼 산모퉁이 허위허위 돌아돌아
제 자리에 다시 와 서서
어깨 위 무거운 짐 훌훌 내려놓고
신발 끈 조여매고 바위산 오를 때
깃털처럼 가벼이 날아
구름위에 앉아 먼눈으로 굽어보니
발아래 아득히 그림자 하나 누워있네.
누가 있어 일러 주리오
가보지 못한 길들은 얼마나 빛나던가를
아쉬움 남아 뒤돌아보니
모든 것은 짧은 순간의 기쁨으로
무심히 사라져 갔으니
이제는 마음 비운채로
모든 것 겸허히 받아들여
물 흐르듯 살아가고 싶네.“
두편의 시를 들으며 공평하게 정태영 회장의 상금이 수여되어, 일부는 당구장으로, 일부는 노래방으로 나뉘어 가서 신년 산행의 뒷풀이를 하고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