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J에게
가을입니다.
오늘이 11月25日이 늦가을, 아니 초겨울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을이 주는 느낌. 가을은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오겠지만 올 가을은 유독 나만의 가을인 것 같습니다. 당신의 가을일 수도 있겠지요.
나이탓일런지요.
오늘 당신이 생각이 나서 펜을 들었습니다.
혜화동 칼국수 집에서, 작년 이맘때 칼국수를 같이 먹던 당신 생각이 나서, 국물까지 훌훌 마시던 당신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언젠가 K양이
"윤상진 친구도 그리운 거야"
한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리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나 또한 그 무언가의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갖고 싶었습니다.
그 그리움은 연인, 형제, 가족 일 수도 있습니다. 또 생활 속 현실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K양에게 말했던 뭔지 모를 그리움이 뭉클뭉클 솟아오릅니다.
J형
올해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
또한 40주년도 함께 갑니다.
VIVA16 선농축전도 있었습니다.
애정은 강물처럼 경주수학여행도 있었습니다.
옆구리가 시렵습니다. 혹한 한겨울도 아닌데 옆구리가 시려운 올 가을입니다.
돌아 누운 아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J형
당신의 X-MAS CARD를 받았습니다.
빙긋이 웃기만 하는 당신의 CARD를 받았습니다.
난 CARD를 보낼 곳이 없습니다. 보낼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나 봅니다.
주소를 잃어버렸습니다.
지나치면 못함만 못하다 그러지요. 지나쳤나 봅니다. 못함만 못한 것 같습니다.
상흔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연민의 정을 떨구지 못하는 것은 왠일일까요.
정말 올해도 이제 며칠 안 남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 추슬러서 잃어버린 주소를 찾아서 연하장이라도 준비할까 합니다.
그 나름의 뜻 깊은 한 해를 되감는 40주년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우리들의 친구 Y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남학생 모두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슬리도 아니고 크라크케이블일 수도 없고 우리 여학생 모두가 비비안리 아닐 수도 있다고 그리고 우리 모름 지기 현실 속에서 꿈을 꾸되 현실적 환상을......
허나 나는 크라크 케이블이고 싶었고 당신은 비비안리 이어야 했습니다. 비록 환상일지라도......
엊그제 장가간 큰 놈이 며느리와 티격태격합니다.
올 대학 졸업한 막내놈은 취직 자리 찾아 여기저기 기웃기웃합니다. 보기가 안타깝습니다.
올 가을은 유난히 스산합니다.
송년회에는 당신이 참가할 수 있다 하니 반갑습니다.
몸도 불편한데 올해 세 번째 귀국이 되는 셈입니다.
당신과 함께 하는 송년회 빛이 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송년회이기를 바랍니다.
네탓 내탓할 것도 없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들 모두의 송년회이기에 더욱 간절합니다.
SBS기획 드라마 김수현의 "홍소장의 가을"이면 아니 됩니다. 청취율이 좋아서 앵콜 방송 했다 합니다. 우리 40주년 앵콜 송년회 이어야 합니다.
당신이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
난필을 용서하소서.
상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