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떠 올릴 때면 항상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감 같은 것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 집에는 그 당시 꽤 괜찮았던 독일제 콘텍스라는 카메라가 있어서 수학여행에 가지고 가서 친한 친구들 몇 명과 같이 사진을 찍어댔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려고, 카메라를 열고서는 啞然失色하고 말았다. 필름 한 쪽이 찢어져서 필름을 감아주는 톱니가 계속 헛돌아 사진이 한 장도 안 찍힌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분하지만 어디다 화풀이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었다. 게다가 친구들에게는 무어라 말해야 하나?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욕이라도 실컷 해주었으면, 들 미안했을 텐데, 마음 좋은 친구들이라 싫은 소리 한 마디 않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와 몇 몇 친구들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사진이 없다.
이번 수학여행을 빌어서 그때 그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여럿을 위해서 사진 찍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왔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행사 때 사진기를 가지고 가도, 나는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으니 이 사진기는 내 개인 용도인 것을 항상 강조 하곤 했다. 일종의 노이로제 반응인 것이다.
이번 수학여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진을 내 개인 용도 외에는 안 찍으려고 맘을 먹었었는데, 한동건이 디카의 메모리 카드를 충분히 가져오지 못하였단다. 그래서 나더러 둘째 날 저녁에는 대신 찍으라는 거다. 극구 사양했으나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게 됐고, 찍은 것을 그제, 우리 Site Album에 모두 올렸다. 그럴 줄 알았다면 연장을 더 챙겨 왔을 텐데 어두운 데서 무리하게 찍다 보니 흔들려서 잘 못된 사진도 더러 나왔다.
어째든 처음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럼 몽탕 안 나오지 않았으니 참 다행이다!
(참고로 내가 Album에 올린 사진 중에서 축소하지 않은(화질이 좋은) 원 사진 File을 원하는 사람 있으면 E-Mail로 보내줄 예정이니, E-Mail로 알려 주기 바람)
이번 수학여행이 사고 없이 모두 즐거웠고, 이 나이에, 이 많은 우리들이, 모두 같이, 인생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씩 더 추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모든 분들께 가슴으로 감사를 드린다.
모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월성에서 김 정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