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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40주년 기념 “애정은 강물처럼” 수학여행기
(10/20까지 지적된 내용 수정후)


고등학교 교문을 나선지 어언 40년, 올해는, 천하부고 제16회 동기 동창 모두에게 꿈 많던 학창시절을 회고하는 뜻 깊은 한 해다.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동문회 회장단을 비롯한 행사 주관자들은 생업을 미루며 지난 해부터 무수히 만나서 상의하고 계획하며 진행을 서둘러왔다. 모든 행사가 다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하일라이트로 지난 주말 우리가 함께 한, 2박3일간의 경주 수학여행을 꼽는데 토다는 동문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거창한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금방 한 일도 잊기 일쑤요, 손에 든 자동차 열쇠 찾는다고 이곳 저곳 헤매는 주제에, 이런 큰 행사의 참관기를 쓰는 일은, 언감생심 내가 넘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강압에 가까운 회유로 어쩔 수 없이 몇 줄 적어 보려고 한다. 거리와 시간을 핑계로, 수학여행의 기획이나 주관에 참여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이런 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인 목적지 오가는 버스도 중간에서 타고 내린 사람이 여행기를 쓴다는 자체가, 눈 감고 코끼리 더듬는 형국이 될 것은 뻔한 일일 터, 그저 7구역 촌놈이 보고 느낀 거친 글로 여행기의 단초라도 하나 제공할 수 있다면 대만족이겠다.


날씨도 쾌청한 2004년 10월 15일 금요일 아침, 수학여행에 참가하는 7구역 동문들에게 전화를 걸어 승차지점과 예상시간을 재점검하였다. 오후 3시 회사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행장을 차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중간승차 지점인 옥산휴게소로 향했다. 휴게소에 거의 닿을 무렵, 버스 출발이 예정보다 늦은 3시 40분쯤 되리라는 연락을 받았다. 100명이 넘는 일행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큰 행사라는 점을 생각할 때, 한 두시간 계획이 밀리는 건 예사. 예정되었던 죽암휴게소, 추풍령휴게소, 평사휴게소에서 기다리던 동문들을 태우고, 준비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도 하며 웃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며, 가벼운 흥분과 기대 속에 목적지인 울산 마우나빌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 30분.
 
내가 탑승한 1호차(편의상 1반으로 부른다)는 이재상, 박정애, 이원구 등 빼어난 인물들의 이어진 재담으로 오가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이동하여 2반, 3반 분위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아마 1반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는 미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도착과 더불어 가진 장미꽃 기획은 참신한 발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늦은 도착 시간으로 어수선하였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예순의 우리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운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티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밤 11시가 가까워 시작된 칵테일 파티. 정진구, 김풍자 동문의 사회로 학창시절 학생 회장이었던 임승빈, 박미자 동문의 인사로 시작된 칵테일 파티는, 이번 여행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외국에서 들어 온 동문들 소개가 있었고, 오랜만에 얼굴을 대하는 친구들의 담소와 건배, 그리고 춤으로 자정을 훨씬 넘긴 밤까지 이어졌다. 그 뒤에 가진 캠프 파이어는 제법 쌀쌀한 가을 바람으로, 그리고 장소 안내가 분명하지 않았던 관계로 참석 인원이 생각보다 적었고, 시간이 너무 늦어 짧게 끝을 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다음 날 새벽부터 이어질 행사에 대한 기대로 잠시나마 눈을 붙여두려는 친구들의 설레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들의 2박3일간 수학여행의 첫날 밤은 무르익어갔다.


2004년 10월 16일 토요일. 아침 5시 30분 산책로를 걸으며 동해 바다 해돋이를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얼리 버드 무리엔 끼지 못하였다. 모두가 밤 2, 3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으나 여기 합류한 동문들이 최진석, 정태영, 김풍자, 양재현, 김양자 등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이 많았다니, 게으름 이외의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없다. 아침 7시 호텔 안 식당에서 맛있는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 30분부터 강행군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반별로 버스에 나누어 타고 현대중공업 공장을 차 안에서 견학하였다. 워낙 넓은 부지에 어마어마한 선박을 축조하고 있어, 걸어서 이 공장을 둘러 본다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다. 안내자가 말한 통계숫자는 기억할 수 없지만,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가 졸업한 다음,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든 경제 발전은, 우리 자신이 놀랄 만큼 눈부시다. 그러나 그런 발전을 확인하는 현장에서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을 바라 보면서, 붉은 머리띠를, 움켜 쥔 주먹을, 그리고 핏대 세운 구호를 연상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룬 성과에 가슴 벅차고, 밝고 희망찬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어쩌면 여기서 주저앉고 마는 게 아닐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얘기할 계제는 아니니 이쯤에서 접자.


이어서 투스카니와 아반테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을 견학하였다. 주5일 근무제로 토요일엔 작업이 없어 활기차게 돌아가는 조립라인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현대자동차의 오늘을 소개하는 짧은 영화도 보았고, 현대 계열사의 부회장으로 근무한다는 김무일 총동창회 회장(13회 선배)의 배려로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도 했다. 학교는, 역시 좋은 학교를 나오고 볼 일이다. 그리고 각자 정통 스포츠 카 투스카니 한 대씩을 선물 받았다. 요번 여행에 빠진 동문들은 큰 손해를 본 셈이다. 이런 손해 보지 않으려면 웬만한 일은 제쳐두고 이런 기회엔 꼭 참석해야 한다.


오후 1시가 넘어 현대자동차를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인 경주로 출발하였다. 신라통일의 위업을 완성한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대왕암에서 기다리던, 이틀 동안 경주 문화 유적의 답사를 안내할 문화해설사(1반 담임 선생)를 만났다. 신사임당의 후예라는 신선생은 재미있는 설화를 곁들인 명쾌한 해설로 우리들을 40년 전 국사시간으로 되돌렸다. 다른 반 수업시간을 어깨너머로 살펴보니, 담임들의 표정으로나 미소로나 또 늙은 학생들의 수업태도로 보나, 1반 담임이 최고였지 싶다. 감은사지 3층 석탑, 장항리 사지를 거쳐 불국사에 당도하였다. 일주문, 사천왕상, 청운교, 백운교, 자하문, 다보탑, 석가탑, 대웅전, 관음전, 비로전, 나한전을 해설을 들으며 둘러 보았다. 실은 그 순서도 제대로 몰라 커닝해서 적어 놓은 것이니 다른 설명은 일체 생략한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 전문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일은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들으면서 잊었을망정, 다른 기회가 있어 문화 사적을 보게 되면 겉으로만 볼게 아니라 꼭 전문가의 해설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다른 일로 첫 날 합류하지 못했던 동문 12명이 불국사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바탕 악수와 인사와 포옹의 시간으로 떠들썩했고, 저녁 6시 반쯤 둘째 날 숙소인 경주교육문화회관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둘째 날 저녁행사, “애정은 강물처럼”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부페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양재현 동기회장의 인사로 시작된 행사는, 안성주 동문이 감독, 연출, 주연, 편집, 제작한, American Dream(미국 L.A. 인근에 거주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동문들의 인사와 근황을 소개한 VCR) 상영으로 이어졌다. 우리들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석규, 김종만, 권진홍, 박부강, 정재훈 동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얼굴을 보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안성주 동문은 어떻게 이런 신통한 아이디어를 냈을까? 암으로 투병중인 장경순 동문에 대한 심규상 동문의 얘기에, 자리를 함께한 모든 동문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빠른 쾌유를 빌었다. 그리고 정재훈 동문의 특별 메시지를 강인자 동문이 대독했다.


박미자 동문의 사회로 학창생활 동안의 특별활동반과 소속학생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럭비, 유도, 레스링, 역도, 배구, 야구, 정구, 탁구, 수영, 육상반 등 운동권 소속과 사진, 원예, 재봉, 생물, 화학, 미술, 문예, 주산, 음악, 타자, 무용반 등 비운동권 소속의 학생들이 소개되었고, 기독학생회, 보이스타웃, 걸스카웃, JRC 등 모임 소개도 있었다. 김성광 럭비반 대표(이 친구 운동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도 잘하데),황정환 JRC 회장(졸업 후 40년간 장기 집권중인 독재자라네), 기독학생회 백창숙 동문(김중은 총장도 배출되었고…), 현영 밴드반 대표(그 유명한 밴드반이 없어졌다네)의 인사가 이어졌다. 열거하고 보니 참 다양한 특별활동을 했다 싶다. 그러니 한 두개 빠졌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마시기를(현장에서 소개될 때 사실은 카톨릭학생회가 빠졌지만, 나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느니…).


정진구, 한명희 동문의 사회로 선농16 앙상블이 이어졌다. 남성중창으로 안성주+정만호 동문이 “향수”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성악가의 경지를 뛰어넘는 명 테너 둘, 이 친구들은 평소 목청이 근질근질하여 어떻게 참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남녀 두엣으로 안성주+이길주 동문의 노래 “It’s Time to Say Goodbye”가 이어졌다. 미국에서 자주 입을 맞추는지 좋은 화음을 연출했는데, 왜 어울리지 않는 곡목(제목이 그렇다는 얘기다)을 선정했는지 모르겠다(진짜 이 노래를 부르긴 부른 건가?). 여성들도 질 수야 없지, 현영+오세춘 동문의 두엣으로 이어졌는데 뭔 노래를 불렀는지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행사 카다록에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선농16 혼성합창단이 “내 마음의 노래”, “I’ll Love You Until the End of the World”(또 한 곡 부른 것 같은데 이것도 모르겠다)를 노래했다. 이 때 방음이 안된 옆 방의 몰지각한 뽕짝의 소음이 커서 짜증스러웠다. 합창반은 타이밍을 잘 못 잡은 게 틀림없다. 이 친구들 평소 집에서 얼마나 배우자에게 잘하길래, 춤추랴, 노래하랴, 허구한 날 집을 비우며 이혼 당하지 않고 사는지 불가사의다.


박상규, 박정애 동문이 사회를 본 선농 16 노래방이 이어졌다. 미국과 독일을 잇는 이길주+한명희 동문의 두엣, 캐나다의 이계용+한국의 유정숙 동문의 두엣, 이상 두팀의 글로벌 두엣에 이어, 김경욱+김응희 동문, 정태영+이향숙 동문, 이원구+유정순 동문, 최진석+남영애 동문, 윤상진+유미희 동문, 이상훈+정숙자 동문, 필립핀 이관수 동문의 독창(순서 바뀌었다고 항의하지 마시길, 사회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낸들 어찌 알겠는가. 곡목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등 주로 중창으로 꾸며졌다. 짝을 이룬 동문들의 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짐작 가는 바 없지 않으나, 동문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기서 일일이 까발리는 일은 삼가겠다. 해외에서 이자리에 참석한 커플, 안성주 동문 부부, 이청일 동문 부부, 그리고 심규상 신영혜 부부 동문, 세 커플을 무대로 초청하여 “진실게임”을 벌였으나, 규칙을 무시한 부부간의 커닝과 눈치 작전으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거짓게임”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어서 김용호 동문의 사회로 선농축전 리바이블이 벌어졌다. 울리불리, 락어라운클럭, 키타맨, 캉캉, 등 올 봄 선농축전을 화려하게 수 놓았던 춤판을 다시 한번 벌인 거였다. 미끈한(?) 다리를 보여주지 않는 캉캉은 엉터리다. 그런 의미로 캉캉팀은 잘 될 때까지 연습을 계속해서 다시 보여줘야 할 책무가 남았다. 선농축전 때는 제법 볼만하게 스텝을 맞추더니, 이번엔 각자 제 멋대로 흔들어 대는 바람에 통일성은 없었지만, 혼란 속의 조화는 연출했다, 고 써둔다. 봄에 익힌 춤이 가을까지도 못 가는 걸 보니 아무리 아우성쳐도 늙기는 늙었나 보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애정은 강물처럼” 행사의 백미는 구역별 퍼포먼스였다. 최현근, 유정숙 동문이 사회를 맡았고, 각 구역에서 밤잠 설치며, 가족들의 갖은 불평불만을 감수하며 갈고 닦아 펼친, 우리 모두의 무대, 구역별 퍼포먼스. 2구역의 품바놀이, 5구역의 춤, 3구역의 품바놀이, 4구역의 노래와 춤, 8구역의 합창, 1구역의 개구리와 올챙이 율동, 그리고 심사 대상 밖으로 7구역의 합창과 6구역의 합창으로 이어진 구역별 퍼포먼스. 2구역과 3구역은 서로 먼저 품바놀이를 정했는데 다른 편에서 모방했다고 막후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엄정한 심사위원의 전원 일치 판정으로 마침내 3구역이 2등에, 2구역은 3등에 입상했고, 8구역 해외 동문들의 합창이 당당 1등의 영예를 안아 각각 2십만원, 3십만원, 5십만원이란 거액의 상금을 탔다. 우리 동문들 중에 거지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이번 행사를 통해서 비로소 밝혀졌다. “To be or not to be…”를 외치는 거지가 있는가 하면 별별 거지들이 다 나와서 떠들다가, 급기야 플로어까지 내려와 관객들의 돈을 강탈해 갔고, 그것도 모자라 상금까지 거머쥐었다. 졸지에 이 거지들 떼부자가 되어 금의환향한 것 축하한다.


8구역은 해외로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런 우리의 동문들이다. 이번에 이 수학여행을 위해 20명의 동문이 참석하였다. 현장에서도 따로 소개가 되었지만, 그 정성과 성의가 갸륵하여 여기 일일이 거명 해 본다. 미국 뉴욕지역에서 이청일 부부, 최정애, 미국 L.A. 지역에서 심규상+신영혜 부부, 이길주, 오양자, 이옥자, 안성주 부부, 최진석, 홍중선, 미국 시애틀에서 이호설, 미국 센트루이스에서 주정숙, 시카고에서 김승원,  워싱턴 DC에서 이애란,  호주에서 이갑순, 박방생, 뉴질랜드에서 김성구, 독일에서 한명희, 캐나다에서 이계용, 필립핀에서 이관수 이렇게 동문 20명에, 동문 부군과 함께 참여한 동문 부인 2명, 도합 무려 22명에 이른다. 동창회 명부를 기준으로 해외에 나가 정착한 동문의 숫자는 95명에 이르고 있고, 그 가운데 21%가 이번 수학여행에 참석한 결과다. 이들이 연출한 합창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애국가를 시작으로 가운데 몇 곡을 삽입하고 미국국가(Star Spangled)를 마지막으로 편곡한 메들리를 불렀는데 그 의미부터 화음까지 전혀 나무랄 데 없는 단연 돋보이는 무대였다. 아마 L.A. 쪽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것 같다.


7구역은 서울, 경인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흩어져 사는 동문들로 구성된 이른바 “전국구” 구역이다. 따라서 서로 만나 퍼포먼스를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8구역 동문들의 연주를 들으며 도저히 그냥 객석에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선구자”를 택하여 한번도 연습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우리 7구역의 합창은 홀을 꽉 채운 전체 동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촉발제가 되었다. 한 두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부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모든 동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여 하나로 뭉쳐 노래하는 퍼포먼스로 바뀌었다. 누구도 의도하지않은 자연스러운 120명의 합창이 연출되었다. 포기했던 6구역도 7구역에 이어 “친구여”를 합창했다. 고조된 장내 분위기는 이어졌고 마침내 함께 한 120명의 전 동문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고리를 하나로 이어, 정만호, 안성주가 부른 “우리는”의 마지막 소절이 끝날 때까지 소리 높여 노래하며 절정의 순간을 이어갔다. 우리는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것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그것은 눈물 핑도는 감격이었다. 40년 세월의 시차도, 지구 끝에 이르는 공간의 벽도 일시에 무너뜨린, 드라마였다. 누가 감히 이런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으랴. 치기어린 시절 6년 혹은 3년을 함께 했다는, 작은 줄만 알았던 인연, 그것은 무엇으로도 가를 수 없는 필연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감동했다. 처음 “애정은 강물처럼”이란 캣치프레이즈를 보며, 나는 혼자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느꼈다. “우정은 강물처럼” 쯤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2004년 10월 16일 밤, 내 이런 생각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어쩌구 하는 노래는 우리 동문 사이에는 더 이상 통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그 어떤 단절의 구실도 없었다.


시상식과 교가 제창이 이어졌고 유정숙 동문이 주관한 캠프 파이어로 이어진 우리들은 쌀쌀한 가을 밤 공기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폭죽과 함께 포크 댄스, 싱 어롱이 끝난 2시가 가까운 밤에도 피곤함을 몰랐다. 방으로 돌아가기 아쉬운 친구들은 보문호 노천카페로 자리를 옮겨 술과 노래와 춤으로 여운을 달랬다. 이렇게 우리들의 만남 둘째 날 밤은 깊어만 갔다.


2004년 10월 17일 일요일, 새벽까지 이어진 호실별 주당들 모임으로 늦게 일어난 친구도 있었지만,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가 넘어 마지막 날 일정 문화 유적 답사지, 분황사로 떠났다. 황룡사지, 안압지, 천마총, 첨성대를 거쳐 오전 답사를 마쳤다. 쌈밥으로 점심식사, 그리고 오후에는 양동마을을 둘러보고 4시가 넘어서야 아쉬움을 남기고 경주를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다. 어제의 피로와 부족한 잠을 생각할 때, 그리고 부인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변하는 체력을 생각할 때, 차 속은 정적에 휩싸여야만 했다. 그러나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얘기하며 노래하며 지칠 줄 모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추풍령휴게소에서 저녁식사, 그리고 시원한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탑승지인 옥산휴게소에서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10년 뒤 다시 이런 날을 갖기를 희망하며, 그 때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동문들은 물론 참여하지 못한 모든 동문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그리고 그 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힘있게 재미있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작은 행사에도 뒤에 숨어 애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런 큰 행사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의 잠자리, 먹거리, 차편, 각종 이벤트, 관광, 등등을 위해 불철주야 애써준 모든 동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마친다.


“시간은/ 늘/ 낡은 잎을 떨구고/ 새 잎을 틔운다./ 그래서 푸르다.// 해마다 첫눈 내리 듯/ 언제나 오늘은 새 아침// 날마다/ 푸른 잎사귀 위,/ 설레임의 구슬 하나/ 또르르/ 굴러 와 박힌다.”(신순례 동문의 시 “오늘”) 이 시처럼 살고 싶다.


  (2004. 10. 18.)

  • profile
    한병근 2004.10.19 09:20
    이런 글은 내용이 정확해야 하지만, 시간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그냥 올린 것이니,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이름에 오자가 있다면 바로 잡고 넓은 이해 바랍니다. 써 놓고 보니 되게 딱딱 하네, 그려.
  • profile
    김용호 2004.10.19 10:26
    특히 병근이글 제목의 첫단어가 압권이야...
    졸업이 아니고 종업 40년이 틀림없어...
  • profile
    한병근 2004.10.19 10:34
    아니, 이런! 제목 첫 글자부터 틀리다니... 그러고 보니 종업도 말이 되긴 되네? ㅎㅎ.
  • profile
    정만호 2004.10.19 11:09
    너무 자세히 그리고 재밋께 써줘서 지난 2박 3일의 여정이 눈에 선하구먼
    하여간 수고 많았수
  • profile
    한병근 2004.10.19 11:29
    둘째 날 행사 중간에, 생일을 맞은 황정환, 안성주 생일축하가 있었던 걸 빼 먹었다. 이렇게 많은 축하객 가운데 생일케익 자른 사람있으면 나와봐라. 그런 행운은 아무나 누리는 게 아니다.
  • profile
    심항섭 2004.10.19 12:01
    역시 문예반장의 일목요연한 여행담을 읽자니 2박3일의 수학여행이 잘 정리된다. 앞으로 산에도 가능한한 참석을 해서 써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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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무일 2004.10.19 13:55
    병근이는 잠도 안 잤냐? 언제 이렇게 2박3일 주야간에 일어난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는지....,그실력에 감탄 할뿐이다. 수고많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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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건 2004.10.19 15:01
    병근이는 IQ가 200은 넘나봐 기억력도 뛰어나고. 글재주는 더훌륭해.
    오늘다시 2박3일 수학여행 갔다온 기분이야..
    고맙다 50주년을 기다리면서 우리친구들 건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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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4.10.19 15:49
    (나의 제언) 칭찬 듣자고 쓴 글이 아니요 기록을 남겨야 한다기에 정리한 것 뿐이니, 또 이쯤이면 칭찬도 들을만큼 들었으니, 잘못된 부분 바로 잡아서 여행기를 완성하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주장합니다! 1반에서는..., 2반에서는..., 이런 댓글이나, 우리 방에서는..., 나와 누구누구는..., 이런 댓글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또한 소리 높여 주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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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상 2004.10.19 17:47
    그래 역사는 바로 잡아야지, 그게 우리 수준이지.
    병근아 수고 많고 고맙다, 근데 올챙이 뒷다리만 쏘~오옥 뺏더구나.
    그리고 어찌 하오리까? 좋은 추억만 남기려 애는 쓰고 있는디 자꾸 밟히는게 있으니,,,,.
    또, 뒷고생만 죽어라고해준 정태영과 이효숙께는 입이 열한개 반이라도 다말못하지,,,
    용두 사민지 가오 마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준비 위원회에게도 수고 했다는 말정도는 해야겠지? 최소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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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4.10.20 08:26
    아하! 뭔가 빠진 게 있는거 같아서 고민(?) 했는데, 드디어 시작! 1구역의 개구리와 올챙이가 쏘오옥 빠졌구나. 미안! 나중에 한꺼번에 고칠께. 그리고 또 빠진게 또 있을텐데...
    나는 촌놈이 되어버려 정보에 어두어졌는데, 풍문으로 스쳐지나가는 얘기에 이번 행사 준비로 마음 상한 친구도 여럿 있는 것 같더라. 화합을 위한 행사 때문에 상처받으면 안될 터, 마음에 걸리는 일은 풀어야겠지. 이건 당사자들의 몫이겠지.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게 좋지 않겠니?(쓰다 보니 공자 말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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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인 2004.10.20 17:40
    뜻 깊은 행사 잘 정리하신 글 읽으니
    수학여행 차분히 또 한 번 다녀 온 것 같아요.
    선농 16 노래방의 정태영+ 이상숙 은 이향숙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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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4.10.21 08:34
    고맙습니다. 이향숙 동문을 잘 못 썼네요. 이향숙씨, 미안합니다. 지금까지 지적된 오류 수정하여 다시 올렸습니다. 김용호, 이재상, 현정인 동문이 지적한 내용 수정한 것입니다. 댓글 읽을 때 참고하십시오. 또 다른 오류가 있으면 꼭 지적해 주셔요. 특히 진행을 맡았던 동문들이 세심히 읽어보고 정정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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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빈 2004.10.21 09:55
    American dream의 또다른 주인공은 박대통령 흉내를 기막히게 하는 권진홍 이었읍니다.
  • profile
    한병근 2004.10.21 10:20
    맞다, 맞어, 진홍이였어. 권진홍 얼굴 보면서 떠오른 생각. 2학년 4반 교실.
    석진복 선생님: 얘 진홍아(아주 다정한 톤으로)
    권진홍: 녜?!
    석진복 선생님: 아, 디끼시러!(감정이 실린 톤으로)
    이런 모습이 일순 떠 올랐는데, 그 이름을 까먹다니, 치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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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호 2004.10.21 11:44
    American Dream에서 정성일도 소개 되었던 것 같은데...
    늙어서 틀렸나? 아니면 늙어서 더 잘 기억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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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4.10.21 11:59
    연거푸 마신 포도주에 알딸딸한 상태로 봐서 기억은 희미하고, 테입을 다시 볼 수도 없고, 아무래도 안성주 총감독이 이 부분은 정리해줘야 할 것 같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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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숙 2004.10.23 10:17
    컴 고장으로 10여일 쉬다 들어와보니 멋있는 글이 많군요. 생애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추억을 비디오처럼 생생히 재생시켜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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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4.10.27 08:38
    수학여행 참가자 명단을 재점검한 결과 총 참가자 수는 남자 65명 여자 55명, 그리고 동문부인 2명 합계 122명이었습니다. 따라서 글 내용중에 나오는 참가자 수를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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