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추억이 문득 지나갑니다.
산길을 걸으면 모든 것이 물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산길을 걸을 수 있는 능력이 고맙습니다. 심장 박동이 30% 증가해도 멈추지 않는 것이 고맙습니다. 집에서 집 지켜주는 여인이 새삼 고맙습니다. 아빠! 무리는 하지마세요! 문자 보내는 막내딸이 고맙습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지리산 천황봉 1915m에 섰습니다. 저 멀리 펼쳐진 스카이라인이 장관입니다. 문득 며칠 전에 본 TV 화면이 생각납니다. 화면엔 투쟁하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거기 업혀있던 아이도 지금은 백수를 다 했습니다.
오늘 밤엔 바람 소리가 캄캄한 밤하늘을 두 갈래 세 갈래로 가릅니다. 초저녁에 마신 진한 커피 때문인지, 산 중에 맑은 바람 때문인지 밤은 깊어만 갑니다. 어제 쉼 없이 여덟 시간을 걸었건만,
새벽이 하얗게 밝아오고 구름바다 내려다보입니다. 난 지금 구름 위에 있습니다.
하늘을 배경으로 천왕봉 정상에 서 계신 모습이 당당합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하늘을 나르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