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기예보를 보니 흐리고 한때 비란다. 등산 기획을 맡은 후엔 4번째 일요일 일기예보에 늘 가슴 조이게 된다. 원래 등산도 축구나 골프처럼 전천후 놀이이고 비 올 때의 등산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2월 시산제 때 눈비 맞으며 그 추운 날 덜덜 떨며 산을 오르던 일이 우리들의 추억거리가 됐다. 그러나 나이든 점잖은 체면이기에 비 오는 날 산행이 적잖은 문제라고 봐야할 것이다.
가끔 오는 비라 했으니 절대로 많은 비가 오진 않을 것이고 靈長山의 등산로는 숲 속으로 난 길을 걷는 것이라 햇볕도 별로 문제가 안 되고 비가 올 때도 우산하나 들고 가면 문제없다. 건성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두 번의 답사를 비 오는 날 다녀왔기에 확실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아침에 비 오면 등산 간다고 집 나오기가 대부분 쑥스러울 듯하다. 늘 4째 일요일 아침만 되면 갈까 말까하다가 오기도하고 안 오기도하는 동기들은 핑계 김에 한잠 더 내처 자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나는 주장하건데 그냥 나오시라. 비가 올 땐 소나무 숲은 더 향기롭고 굴참나무 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자연의 소리가 들을 만하다. 비 오는 날엔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 더 절실하다. 더욱이 “티볼리”의 따뜻한 음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삼삼오오로 가끔 만나는 일이야 자주 있지만 친구네 집에서 한 40명이 함께 모여 맛있는 식사 함께하면 얼마나 즐겁냐. 비가 오더라도.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