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철에는 길을 떠나지 말라는 옛 어른 들의 말씀이 있지만 술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고교 동창 친구 일곱명이 순천의 지인으로 부터의 초청을 장마라고 마다 하지 않을 것은 뻔 한 노릇입니다.
순천만 갯벌이 보이는 이층 집 마루에 앉아 방금 잡아온 짱둥어 탕을 안주 삼아 낯 술을 시작합니다. 선암사를 거쳐 나와 낙안읍성을 돌며서 흘린 땀은 동동주로 보충하고 순천에서 제일 잘 한다는 한정식 집에서 양파소주 주전자가 계속 줄이어 공급 된 것 같은데도 기껏 한다는 소리들이 먹을 것이 너무 많아 술을 제대로 못 했답니다. 부른 배가 가라 앉을 쯤 해서는 순천 중앙시장 근처에 서대회를 기가 막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그 놈을 먹지 못하고는 순천에서 대접 받았다는 소릴랑 말랍니다. 그 집의 문을 두드린 것이 밤 11시, 찌그러져 가는 시장통 주막 집에서 기 막힌 서대회를 앞에 놓고 술은 계속 되었지만 모두의 얼굴엔 기분 좋은 웃음 뿐 취하질 않습니다.
아침 8시, 멀쩡하게 일어 나서(나만 빼고) 보성 차 밭을 거쳐 강진으로 향합니다. 영랑 생가가 닥아 올 무렵, 한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 까지는"을 완벽하게 외웁니다. 경악한 우리들은 버스를 내려, 시비 (詩碑)와 대조합니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워낙 기억력이 출충한 이 친구는 그러나 저 혼자 우산을 잃어 버리고 식당에 두고 나온 휴대폰을 찾아 헤매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습니다.
다산 초당과 백련사를 돌아 강진에서 홍어 찜과 바싹하게 삶아 놓은 돼지 고기와 3년 묵은 김치를 안주 삼아 남녘 맛 기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저녁 서울 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선암사 계곡
선암사 승선교
보성 차밭
다산초당 천일각에서 바라본 강진만
풍년예감 - 순천만
돌담 길
즐거움이 묻어나오는 여행길에 부러움을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