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는 변경되고 7월 11일 (일요일) 새벽 사방이 고요한데 KBS 음악회
에선 홍혜경의 축배의 노래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리운 금강산도 곧잘
부르고 이어서 드라큐라 같은 외국산 가수가 나오고 지루한 멜로디에
이어 성형수술 그것도 여러 번 했음 직한 아나운서가 작별 인사를
고했겠다.
그건 그렇고 내가 나를 확인하니, 12 시간 전의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조금 전 분명히 오늘의 챔피언 중의 한 사람인 태영이가 옆에
있었는데 지금 TV를 끄고 나니 그 누군가 역사 의식이라곤 전혀 없는
자가 나를 향해 오늘의 사관은 바로 너 (필자) 라고 외치던 모습이
떠올라 축배의 굿 판을 벌이며 열심히 마신 술도 달랠 겸 별로 볼 것도
없고 읽을 거리는 없어도 습관이 되어 들락거리는 정겨운 snubugo16
게시판을 보고 또 크릭 한다.
7월 10일 행사가 있었고 참가자 하나 하나가 우리의 영원한 친구고 40
년 전 을지로 6가의 주인공이었던 면면들 그 하나 하나를 소개하려면
이 게시판의 용량이 부족할 것이라, 감히 그 이름 두자만 외쳐 본다 ;
기종/ 영직/ 광현/ 동인/ 용호/ 준용/ 일홍/ 창호/ 인식/ 창준/ 해순/
무일/ 병렬/ 재현/ 학래/ 봉천/ 상진/ 상훈/ 승희/ 장범/ 재상/ 종건
(Kotra)/ 재원/ 만호/ 태영/ 병희/ 주훈/ 순구/…
이중 무일/ 장범/ 병희는 자원봉사 심판으로 경기 대를 돌며 두루 두루
관전하는 여유를 맛 보았고 도쿄에서 큼직한 금술 두병을 양손에 들고
서소문으로 직행한 상진의 도꾜 (깡다구) 와 의리는 40년 전 을지로
바닥에서 떨친 명성 그대로였지…
이어 행사 진행 정도가 궁금하여 큰 등치 흔들며 등장한 우리의 회장
은 40년 전을 재현하고 있는 모습과 장면을 확인하며 연상 싱글 벙글,
큐대를 들었다 놓았다…
한밤중 여기까지 쓰는데도 땀이 나서 땀을 닦으려니 수건 가라사대;
졸업 40주년기념 당구대회 2004. 7. 10.
서울사대부고 16회 동 창 회
그러나 NINA RICCI 기념 수건이 화려하다 해서 당구대회가 성공적일
수는 없는 법이고 香기 있는 淑녀의 꽃다발을 차지한 벽창호는 황공
하여 그 향기를 몽땅 준용에게 전달하여 평소에도 점수 잘 받기로 유명
한 준용이를 더욱 화려하게 일찍 귀가케 하였고,
쓰리쿠션에 이찌와리, 그것도 A, B 조로 뒤엉켜 열전, 혈전이 한창
일 때 아이스케키에 요구르트를 한 사람에게도 빠짐없이 돌리며 해결
사가 아니라 해열사로 등장한 貞자 順자 (한자 틀릴지 몰라).
그 밖에도 역시 우리는 그간 헌법이 몇 번 바뀌어도 그 무슨 공화국의
천하부고!!! 그 중에서도 40년 묵은 16 끝발 … 정다운 그 이름 그냥
부르기엔 미진해 거꾸로 되새김 해본다 ;
자양/ 자미/ 애정/ 애영/ 자숙/ 숙향/ 순정.
오늘의 주인공 8명의 입상자 ;
쓰리쿠션 A 조 : 우승 민일홍 / 준우승 : 김동인
쓰리쿠션 B 조 : 우승 권영직 / 준우승 : 이재상
4구 A 조 : 우승 박창호 / 준우승 : 이승희
4구 B 조 : 우승 정태영 / 준우승 : 강기종
장마철임에도 우리 시간엔 내리 태양이 작열하는 바람에 정확한
큐기리만 통하는 살벌한 당구대에서 결국 입상 할 실력이 있는 자들이
입상하여 더 할 말이 없으나 창호, 재상은 40년 만에 큐를 잡고 상품을
챙기고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뻔뻔함을 자랑 하였고,
당구는 아무나 칠 수 있는 게임이고 또한 아무나 입상 할 수 있는 경기
임을 몸으로 입증해준 기종에게 무한한 갈채를 보낸다.
태짜 영짜 라는 이름의 소유자는 우승 순간 터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에 아직도 흥분하고 전율하며 그 박수 소리는 오로지 여학생들로
부터 터진 환호라고 우기는데 할일 바빠 역사적 현장에 없던 내가 믿기
엔 정말인 것도 같고, 진실인 것도 같고 ….
이상 오후 3시부터 7시 30분까지 화기애애, 흥미진진, 용호상박 스런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대회장의 세심한 배려로 24시간 이상 적당히
냉장된 맥주의 맛을 즐기는 속에 대회를 마치고 만호 대회장의 시상이
있었고 그 후 밤 행사, 심야 행사로 이어 졌다.
허리가 불편하여 매일 한의사의 손가락에 의지하고 있는 승희의 투혼
은 번외 경기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여 승희가 습득한 추가 예산을
소진 하노라 대충 600살의 노인들을 심야에 배회하게 했겠다.
그 이후에도 역사는 있었으되 기록은 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년 말 (10월경) 탁구 행사와 병행하여 당구대회를 한번 더 가질 것 인
바 그때는 더욱더 성공적인 이벤트가 될 것 임을 의심치 않노라.
우리는 왜 만나기만 하면 젊어지는가?
그러나 우리 모두 나이 들수록 허리 조심 합시다.
주훈, 종건의 금일봉이 있었음에 더욱 풍요로웠노라.
사진 담당 기자는 속히 그 순간을 올려보아라.
오늘 당구장에는 평생 처음으로 와 보는 것이란다. 정모 여학생의 얘기다. “오늘 당구장에 처음 와 봤고 당구치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야.” 이 말이 신선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큐대를 잡은 동기들이 당구장에 가득하다. 40년 전 어렸을 때의 모습을 조금씩은 다 간직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성깔도 하는 짓도 그냥 알듯하다.
일차 전에 부전승,
이차 전에는 작은 이종건이와 대전이다. 그의 당구 솜씨는 나름대로 귀족이다. 그는 샷에서 전해오는 자릿한 감촉의 매력을 알고 있는 듯하다. “직선의 큐대가 가볍게 만들어 내는 곡선” 그는 잘 생긴 빨강과 하얀 공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삼차전은 오랜만에 참석한 홍순구, 일찍이 당구에 일가견을 터득한 올드 보이. 그의 현란한 기술엔 정확한 충돌은 필연이다. 그러나 게임 상대가 작게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떨어지는 승부욕.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강기종군과의 결승. 빙 둘러앉은 여학생 갤러리의 장난스런 환송. 두 뺨 빨개지는 소년처럼 흔들리는 샷. 하하! 내 나이가 꺾어진 120인데. 그렇게 우승 했다. 지갑과 벨트는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