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바둑도 그걸 배워 어느 정도 잘 두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바둑은 배우기 쉬운 때는 어린 시절이다. 놀이 시간에 여유도 있고 또 “단수”라는 것을 배워 상대방의 돌을 따먹는 초보적인 즐거움에 본능적으로 흥미를 느끼기도 쉬울 때이기 때문이다. 환경적인으로는 승부욕이 느껴지는 상대방이 있으면 바둑을 배우기 쉽다. 바둑은 승부를 위해서 상대보다 더 고도의 사고를 해야 하고 거기에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어 흥미를 느끼기 쉽다.
바둑을 두려면 일반적으로 기억력도 있고 사고의 유연성을 펼쳐나가야 하지만 또한 한판의 바둑에는 전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도 있게 마련이다. 기사의 심리적인 부분인 투지와 인내심 그리고 승부욕도 한 몫을 한다.
“바둑은 곧 인생”이라고 한 프로기사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어가는 한판의 바둑이 하나의 인생과 같다는 얘기일수도 있고 바둑을 두면서 부딪치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들이 사람들의 삶의 내용과 공감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바둑은 급이나 단으로 기력의 높음과 낮음을 나누는데 고수의 눈으로 하수들의 바둑을 보면 허술한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 동기 중에도 바둑을 두는 친구가 몇 십 명이 있고 급수도 다양하다. 바둑으로는 우리 중엔 윤상진이가 가장 고수인 듯하다.
잠간 프로기사의 말을 반대로 바꾸어 “인생은 곧 바둑”이라고 해보자. 잘못된 가정이지만 재미있다. 바둑처럼 사람마다 인생의 급수가 있고 고수와 하수도 정해질 것이다. 고수는 인생에서 쌓아올린 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바둑에서는 다 이긴 바둑을 지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좌충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얕봐도 안되고 대세를 알아야한다. 모양과 멋만 부려서도 안되고 자기 수만 읽고 자만에 빠져도 안된다.어찌 이것 뿐이겠는가. 정말 한판의 바둑도 멋지게 두려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가지고 모든게 어려서 배울 수록 잘하리라) 이 나이에 8급이라는
타이틀로 기우회 반상에 꼽사리 하려니 상대 골라 잡기에 여간 쪽
팔리는 일이 아니다.
이번 청주 행차엔 자칭 5급이라는 자가 있어 나와 더불어 말석이 되어
겨룰 수 있었고 내가 내리 2승하는 전률을 맛보기도 했겠다.
그러나 이제까지 내가 동기들과 겨룬 상대는 5급까지이고 그 이상 고수
와는 감히 겨루어 보자고 말도 못부치는 처지임을 고백한다.
상기 글의 저자 태영은 3급으로 입상 (총동창 회장배) 하여 2급 임을
자랑하는 고수라 나와는 영원히 대국의 기회 조차 없을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설령 둔다 하여도 6점 이상 핸디이니 어찌 두겠냐?)
태영의 글을 읽노라면 바둑의 고수가 나 같은 하점자 한테 인생에
대하여도 훈수 하는 것 같아 무릎 꿇고 앉아 읽고 또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나에겐 가상을 주어도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