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여행 목록에 의례히 그 이름을 한 줄 올리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생둔마을의 살둔산장에 다녀왔다. 언젠가 한 번 꼭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엄두를 못 내다가 용기를 내어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비 포장 도로와 전기 없고 휴대 전화 불통인 오지는 그냥 놔두고 넘어 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극성 때문인지 오지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 곳에도 이제는 포장 도로와 전기와 위성 TV에 휴대 전화 까지도 빵빵 터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곳은 아름다운 오지이다. 해발 1300미터를 넘는 산들이 병풍 처럼 둘러 싼 분지여서 비 구름은 항상 산 중턱에 걸려 있고 못 하나 치지 않은 귀틀집의 정갈한 두칸 방 문을 열고 비 오는 모습을 내다 보고 있노라면 세상 일이 모두 옛 일 처럼 느껴진다. 집 앞을 흘러가는 내린천의 물 소리가 그대로 천뢰악이며 새벽 동이 터 올 무렵 부터 요란하게 지저기는 산 새 울음 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은 하루 밤이었다.
살둔산장 마당의 저녁
살둔산장의 새벽
꼭 30년 전 오대산 월정사 복원 불사에 참여한 도편수에게 부탁하여 못 하나 쓰지 않고 전통 건축 기법만으로 지었다는 살둔산장은 집만을 따로 띄어 놓고 쳐다보면 건축에 무뢰한인 나에게도 어딘가 낯 설다. 귀틀집 형태에 너와가 아닌 철 기와를 올린 것도 그렇고 이층을 올려 지은 것도, 이층 맛배 지붕 박공에 풍판을 친 것도 그렇다. 전통적인 기법에 기능성을 과감하게 가미한 모양인데 이런 집이 마을 속에 앉아 있다면 파격이었겠으나 이 곳 살둔에는 기막히게 자연과 어울리는 듯 싶다.
귀틀의 견고한 나무 사이사이의 흙은 모두 한지로 깨끗하게 발라 놓아 방 안은 정갈하고 포근하기 그지 없고 오래된 양반 종가집 고가에서나 간간이 볼 수 있는 목재가 좋아야 하고 품이 많이 가는 우물 井字 대청 마루는 이 집의 품격을 말 해 준다. 참고로 이 집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은 집 100 위 안에 드는 집이라고 한다.
살둔산장에는 텃 밭이 따로 없다. 저녁 식사 ,시간 마당 여기 저기를 돌며 곰취 잎이며, 씀바귀, 치커리잎들을 따서 오래된 쌈장에 쌈을 싸 먹으면 된다. 6월 말, 장마가 시작 되었는데도 집 옆 목련 나무에 꽃이 달렸다. 깊은 산중에서 자생하는 이 나무는 산 목련이라고도 하고 함박 꽃이라고도 한다.. 꽃은 작고 화사하나 단정하다. 이 집 주인장의 어머니 말씀이 이 꽃을 북한에서는 김정일 꽃이라고 부르고 북한의 국화란다. 북한명은 목란이라고 나와있다.
부럽소. 그런데 한가지 나보고 사족을 붙이라면,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라는 말은 없었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으오. 하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자 갔을까, 나이는 들었어도 옛애인 불러내어 함께 갔을까, 아니면 혼자는 안 갔을 텐데 누굴까 하는 부러운 상상을 해 볼수 있을 텐데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