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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그맨들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80년대 말의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탱자 가라사대"가 있었다.
탱자로 분장한 김형곤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의 대화는 당시의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개콘이나 웃찾사, 코미디 하우스를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는 것만큼이나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다.

주인공 탱자는 사회 현상을 냉철하게 꼬집기도 했지만 때로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소릴 하곤 했다.
탱자라는 이름은 공자나 맹자와 같은 중국 선인들에서 따왔을 것이다.

어릴 적 탱자라는 별명으로 친구를 놀렸던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탱자라는 이름은 "탱" 이라는 발음의 경쾌함과 함께 친숙함을 더한다.


2.
남귤북지(南橘北枳) 혹은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아시다시피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뜻이다.
같은 나무라도 환경에 따라 귤이 되거나 탱자가 되듯이 사람도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품행이 방정하거나 성질이 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 외래 문물을 올바르게 받아 정착하지 못하면 오히려 안 받아들인 만 못하다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안자춘추(晏子春秋)라는 고전에 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춘추시대 말기에 제(齊)나라에 안영(晏孀)이란 재상이 있었다.
어느 해, 초(楚)나라 영왕(靈王)이 그를 초청했다.
안영이 너무 유명하다니까 만나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은 심술이 작용한 것이다.
수인사가 끝난 후 영왕이 입을 열었다.
“제(齊)나라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사람이야 많이 있지요.”
“그렇다면 경과 같은 사람 밖에 사신으로 보낼 수 없소?”
안영의 키가 너무 작은 것을 비웃는 영왕의 말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대꾸하였다.

“예, 저의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뽑혀서 초나라로 왔습니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 격의 대답에 영왕이 할 말을 잠시 잊었다.

그때 마침 포졸이 죄인을 끌고 지나갔다.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예, 제(齊)나라 사람이온 데, 절도 죄인입니다.”

영왕이 안영에게 다시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오?”

안영에게 모욕을 준 것이나 안영은 초연한 태도로 말했다.

“강남에 귤(橘)이 있는데 그것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枳]가 되는 것은 토질 때문입니다.

제(齊)나라 사람이 제(齊)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楚)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이 역시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 줄 압니다.”

안영의 기지와 태연함에 영왕은 사과를 했다.

“애당초 선생을 욕보일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과인이 욕을 당하게 되었구려.”

영왕은 크게 잔치를 벌여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 나라를 넘볼 생각을 못했다.



3.
우리가 흔히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을 두고 "탱자탱자" 한다고 말한다.
일을 두고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면서 세월만 보내는 것도 그렇게 표현한다.
어디서 이런 말이 유래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억지로 추측하자면, 앞서 말한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공자와 맹자에서 따온 말로, 거드름을 피우거나 조리에 맞지 않는 말을 지껄이며 본분에 충실하지 않는 것을 비꼰 것이 아닌가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익은 탱자를 말리느라고 펼쳐놓은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한다.
햇볕 좋은 가을날 오후, 탱자들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뒹구는 모습에서 게으르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고 한다.

한편 국어사전에 없는 전라도 말에 "탱하다"가 있다고 하는데, 긴장이나 절제가 없이 방심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하니 여기서 탱자탱자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도 한다.
또 귤을 보고도 탱자라고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탱자라고 동무를 놀린 적이 있었는데, 동글동글 살이 있으되 무르지 않고 야무진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여기서는 탱자처럼 게으르거나 굼뜬 속성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작지만 몸집이 탱탱하고 튼실한 아이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고향의 시골마을에는 감나무 집, 탱자나무집이라고 부르는 집들이 있었다.
감나무 집은 커다란 감나무가 마당에 있는 집이었고, 탱자나무집은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삼은 집을 가리켰다.
아이들 키만하고 어른 가슴 높이의 탱자나무 울타리는 그 억센 가시와 빽빽한 가지로 도둑을 막기에 충분하고, 높기만 한 콘크리트 담보다 운치가 있다.
탱자가 익을 무렵이면 은은한 향기가 길에까지 깔렸다.
탱자나무는 원래 경기 이남 지방의 따뜻한 곳에서 자란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 담장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보기에도 좋은 탱자나무를 심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단맛과 크기는 귤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골 살림의 풍치를 더해주고 두루두루 쓸모가 많은 것이 탱자이다.


4.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이사 가던 날,
탱자나무 울타리에 숨어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이 싸해지던 추억이 있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이사 가던 날" 이란 노래를 "산이슬" 인가 하는 가수가 불렀는데 내 어릴 적 경험과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 상황인지 깜짝 놀랐다.

그 애를 처음 만난 것은 그 애가 새로 전학을 온 국민학교 3학년인가로 기억된다.
오자말자 공부 1등을 독차지하던 그 애가 한 학년이 올라가면서 급기야 반장까지 맡게 되면서 그 애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요즘 말로 얼짱에 공부도 잘해 노래까지 잘 불러서 친구들에게 인기도 높은 그 애는 금상첨화에 군계일학이었다.
검고 긴 생머리에 푸른색 원피스와 하얀 스타킹을 즐겨 입던 그 아이는, 가난한 집 애라는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했다.
전혀 그 애의 탓이 아닌 가난에도 불구하고 밝고 맑은 아이였다.
물기를 머금은 듯한 검은 눈동자는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있었고, 당시 시골에서는 드물게 앙증맞은 가방과 파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처음부터 가난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무슨 일로 해서 갑자기 가난해진 그런 경우였으리라.
훗날 김부식이 쓴 백제의 미학을 설명한 글을 읽었을 때도 그 애가 떠올랐다.
검이불루(儉而不陋) -----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았고,
화이불치(華而不侈) -----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았다.


운동회를 앞두고 하던 무용 시간에 우연히 나와 짝이 되어 그 애의 손을 잡을 때의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손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지는 영혼의 울림을 일찍이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런 풋내기 사랑이 이어지며, 화장실 문과 교사 뒤 켠 벽 여백이 우리를 시샘 하던 아이들의 낙서로 채워지던 4학년 어느 날, 지금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일을 당했다.

그 사건은 고무줄을 끊고, 사방치기 돌을 깼다는 이유로 우리들 악동들을 벼르던 여자애들이, 당시 금지된 구슬치기를 하던 우리를 담임께 일러 바친 게 발단이었다.
현행범으로 그 자리서 손을 들고 벌을 서던 우리를 선생님이 웃으며 감시하는 동안, 선생님의 지시로 여자애들이 다가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온 그 애는 왼쪽 주머니에 있던 한 움큼의 구슬을 꺼낸 데 이어, 오른쪽에도 불쑥 손을 넣었다.

당시는 전교에 팬티 입고 다니는 애가 두세 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고, 내 오른쪽 주머니는 밑이 터져 있었다.
깊숙이 숨겨진 엉뚱한 구슬 두 개를 마저 찾아낸 그 애는 불에 덴 듯 손을 빼냈고,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순진했던 나는 그 일로 순결(?)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여섯 살 위 사촌 형은 이제 그 애와 결혼해야 한다고 나를 놀려 먹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래도 사촌 형의 그 말이 듣기 싫지는 않았다.
그 여자 아이의 옆집이 탱자나무집이었다.



5.
그 탱자나무집에는 아들만 일곱이 있었는데 막내아들이 내 죽마고우이다.
그 친구와 나는 무슨 인연인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을 같은 학교를 다녔다.
물론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둘도 없이 친하고 필드에도 자주 같이 다닌다.

이 친구는 키가 160cm남짓 되는 단신인데 야무지기가 꼭 탱자를 빼 닮았다.
집이 탱자나무집이니까 당연히 별명도 소싯적부터 "탱자"였다.
탱자는 세상사는 것도 통통 튀듯이 야무지게 살지만 매사가 탱자의 씨가 꽉 차듯 빈틈이 없다.
게다가 탱자는 어릴 적부터 비록 체격은 왜소해도 스포츠에는 다재다능하여 도대체 이겨낼 수가 없었다.

키가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농구 당구 등을 제외하고 탁구나 축구 배드민턴…… 같이 몸이 재빨라야 되는 구기 종목에서 탱자를 꺾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당연히 골프도 10타 정도 차이가 난다.
골프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내가 아직 보기플레이어 수준에 불과한 반면, 탱자는 79타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한 80대 초반의 대단한 골퍼이다.
연습장에도 부지런히 다니고 업무상으로 접대골프가 많아서 자주 라운드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스포츠에는 능수능란한 것이 탱자였다.
특히 퍼팅이 일품인데 그 비결은 연습, 그것도 못 말리는 연습의 결과이다.

초보시절부터 퍼팅이 골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함을 간파한 탱자는 휴일이면 부킹이 되어있지 않더라도 가까운 골프장의 연습그린으로 갔다.

그렇게 그린에 살다시피 했으니 퍼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한마디로 집착이 강한 독한 넘이다.
재테크에도 능해서 창원의 어느 대학 앞에 이미 몇 년 전에 원룸을 지어서 임대수입 만으로도 어지간한 월급쟁이 보다 훨씬 낫다.
말하는 것도 어찌나 임기응변에 능한지 제 나라 안영의 화신인 듯 하다.
다만 그 입 때문에 가끔은 탱자가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할말과 하지 말아야 할말의 구분 없이 아무 말이나 불쑥 내뱉어서 남의 속을 뒤집어 놓는 말버릇이, 마치 탱자나무의 가시처럼 내 친구 탱자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말처럼 안영의 재치 있는 말솜씨가 내 친구 탱자에게는 좀 다르게 현시한 것일까.

그러나, 가만히 음미해보면 임기응변의 순발력과 촌철살인의 적확(的確)함도 더러 있었다.


6.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
당시 국어 선생님은 깡패란 별명이 붙은 여선생님이셨다.
여선생님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면 여지없이 체벌을 가하는 엄격한 분이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을 것이다.
평소 새 단원에선 의례히 목소리 창창한 녀석을 골라 읽기를 시키던 분이, 그날은 웬일인지 잔뜩 분위기를 잡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직접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깡패(?)답지 않게 처음 보는 반짝이는 눈빛과 붉게 물든 사춘기 소녀의 얼굴을 한 채......
알퐁스 도데의 [별]이었다.
감동적인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처럼, 감정에 잠겨 잠시 창 밖을 바라보던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 이 글의 주제는 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입니다. 그리고 ......"

그 때였다.
의자 빼는 소리와 함께 일어선 여드름 돋기 시작한 한 얼굴에 60명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달라붙었다.
“그러면 육체적인 관계는 순수한 사랑이 될 수 없나요?”
평상시 이상한 소설이나 철학 책만 보던 아이……당시에 까뮈에 심취해 스스로 이방인을 자처하며 좀 나무라는 질문에는 예외 없이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요." 라고 대답해서 매를 보태던 녀석, 바로 탱자였다.

교실은 금방 소란스러워 졌고, 당돌한 질문의 결과는 탱자의 엉덩이에 있던 대부분의 먼지가 교실 바닥으로 옮겨지는 걸로 끝났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수업시간 외에 탱자를 만나려면 운동장 전면 구석에 있는 평행봉 과 철봉대가 있는 곳으로 가면 틀림이 없었다.

남들은 키가 쑥쑥 자라는데 탱자는 키가 중학교 시절 그대로였다.
누군가 철봉과 평행봉을 많이 하면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탱자는 매일 그 쇠막대에 매달려 살았다.

그러나……상체의 근육이 발달을 할 뿐, 탱자의 키는 자라지 않았다.
늙어서 기력이 쇠잔해지면 기가 입으로 올라와서 잔소리만 많아진다고 했는데, 탱자는 평행봉을 너무 많이 해서 기가 입으로 올랐는지 고교시절에 이미 입놀림이 절정이었다.
우리가 다니던 고교의 뒤편 산기슭에는 달동네 같은 집들이 덕지덕지 많이도 있었다. 그 집들은 5층이었던 학교와 거의 같은 높이에서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서로 빤히 보이는 구도인데 거리가 롱 아이언을 들어야 할 정도여서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심심해진 탱자는 별난 장난을 시작했다.
빨래를 널러 나온 맞은 편 동네 아줌마에게 장난을 걸었다.

“아지매. 내가 애 하나 만들어줄까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고……싶었던 그 아줌마, 당연히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런데 이 장난을 탱자는 시도 때도 없이 그 아줌마가 보이기만 하면 해댄 것이었다.
급기야 그 아줌마는 화가 머리끝 까지 올라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야, 이놈아. 내가 조그만 더 일찍 결혼을 했으면 니 만한 아들이 있었다.
주둥아리 안 닥칠래……”
그렇지 않아도 애가 자꾸 들어서서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래도, 아지매. 내가 애는 잘 만들거든요, 어때요?”
능글능글 웃으면서 약을 올리는 탱자.
아줌마는 길길이 뛰고 아이들은 와~ 하고 웃고 희한한 그 소동이 며칠 걸러 벌어지곤 했다.

어느 날, 탱자가 또 그 장난을 시작하고 학교 뒤편이 왁자하니 터무니없는 웃음판이 벌어졌는데……탱자가 체포된 것이다.
그 아줌마의 남자동생인 병장계급장을 단 군인아저씨가 탱자가 장난을 치는 복도에 갑자기 나타나서 탱자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탱자는 교무실에 끌려가서 무릎을 꿇린 채 여러 사람들로부터 머리에 군밤을 엄청나게 많이 맞았다.
방과 후, 탱자를 징계하기 위해서 교무실에서 회의가 열렸는데 탱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날이 여름방학을 하는 날이었고, 장난이 좀 심했지만 정학 같은 벌을 내리기가 좀 애매하다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물론 지도주임 선생님이 그 아주머니를 방문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백배사죄했다고 한다.
그날부터 탱자는 "애잘만" 이라는 또 다른 별명으로 온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애잘만"은 "애 잘 만드는" 의 준말인데 실제로 탱자는 아들만 내리 네 명을 낳았으니 애를 잘 만드는 재주를 정말로 가졌던 모양이다.

요즘 세상에 아이를 네 명이나 낳았으니 원시인 소리를 들을 지경인데 탱자는 아들 하나를 더 낳아서 농구팀을 못 이룬 것이 못내 아쉽다고 너스레를 떤다.

탱자의 와이프가 병원에 가서 불임수술을 해버린 탓인데 그래도 장차 아들들끼리 골프 한 조는 되니까 만족한다고 너털웃음을 웃는다.



7.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심지어 이태백 이라는 이 흉흉한 시대에 내 친구는 꿋꿋이 회사를 잘 다닌다.
절대로 잘리지 않는다.
심지어 회사가 망해도 마지막으로 문을 잠그고 나갈 사람이 내 친구 탱자이다.
탱자가 없으면 회사가 애로를 겪어야 되는 나름대로의 비책이 없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내 친구 탱자 가라사대,
"탱자탱자 허송세월 하지 말고, 야무진 탱자처럼 살지니......”

그래야......나이 들어서 색깔은 노란 탱자와 다르더라도
크기는 탱자만한 골프 공을 치면서
탱자 탱자~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려니.

실제로 내 친구 탱자는 요사이 그렇게 탱자 탱자하며 산다.




  • ?
    이향숙 2004.06.26 12:40
    어떤 아로마 향기보다 더 자연스럽고 은은한 탱자 향기가 소~ㄹ 소~ㄹ 소~ㄹ 바람에 실려오는 듯, 한편의 소설 속에서 두소년과 한 소녀의 풋 사랑과 우정이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보다 더 살갑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걸작을 읽게되 기쁩니다.
  • profile
    김영길 2004.07.01 18:36
    그림같은 글을 올려 혼돈한 머리를 맑게 하여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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