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 끊으면 심장질환 절반으로 감소
5월31일은 금연의 날이다. 금연 한가지만 실천해도 웰빙에 쏟아붓는 막대한 돈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건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호에 설명했듯 동맥경화는 이제 국민병이 되고 있다. 폭풍전야처럼 시시각각 우리에게 엄청난 인명손실과 의료비 지출을 예고한다.
.
흡연은 혈관엔 치명적인 독이다. 우선 그 과정을 보자. 담배를 피면 핏속에 일산화탄소가 많아진다. 문제는 이 일산화탄소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수치로 말하면 산소의 200배나 된다. 담배를 피우면 적혈구에 이산화탄소만 가득한 채 세포에 배달돼 산소 부족 현상을 초래한는 것이다.
.
우리 인체에 산소가 부족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각 기관은 피를 보내달라고 아우성치고, 심장엔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결국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부담을 못 이겨 찢어지기 시작한다.
.
이때부터 혈관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찢긴 혈관에서 나온 혈액이 굳으면서 혈전이라는 피떡이 형성돼 혈관벽에 침착되는 것이다. 이런 혈전은 바로 심장병·뇌졸중의 서곡이다.
.
담배의 니코틴은 우리 몸에서 또 다른 행동을 개시한다. 신경계를 자극해 노르에피네프린이 나오고, 이로 인해 심장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갑자기 상승한다. 담배를 핀 뒤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았거나 두근두근 뛰는 것을 경험했다면 당신의 혈관은 이미 많이 망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니코틴은 또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핏속에 중성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반면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좋은 콜레스테롤은 줄어든다. 이쯤 되면 동맥경화의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으로 가는 과정에 접어든 것이다.
.
당신이 흡연자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은 2.2배,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1.6배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계에 따르면 허혈성 심질환은 41%, 뇌졸중은 26%가 흡연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지금 당장 담배를 끊으면 건강상 어떤 혜택이 돌아올까? 흡연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은 흡연자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한다. 또 1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 것이 곧 돈 안 드는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
글 고종관 중앙일보 건강팀장 (kojokw@joongang.co.kr)
도움말: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