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이 너무 한가하여 나 혼자 제멋에 겨워 하는 것 같아 쑥스럽다, 이번 여행길에 들린 서산 마애 삼존불이나 개심사 같은 곳은 많이 알려 진 곳이지만 고려 초기의 보원사터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생소한 곳이다. 바로 그 곳에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얼굴을 하나 보았다. 혼자 감추어 두고 즐기기에는 조바심이 먼저 일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여기 그 얼굴을 공개한다.
산신령 같은 서산마애불 인바위에서 용현계곡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고려초기의 보원사 터가 나온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당주와 오층석탑 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벌판에 홀로 서 있는 이 오층석탑이 참으로 날렵하고 단아하다. 팔부신장이 새겨 있는 석탑의 기단을 무심히 훑어보다가 기가 막힌 백제의 얼굴을 하나 더 보았다. 틀림없이 팔부중으로 설명이 되어 있으니 비천상은 아닐 것인데 우락 부락 험상 굳은 팔부神將의 모습은 전여 없고 무심한 듯 눈을 내려 깔고 앉은 귀 공자가 하나 앉아 있다. 남면에 새겨진 하나도 갸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여섯 개의 상은 내 눈으로는 쉽게 분별할 수 없었다. 참 아름다운 표정이며 얼굴이다. 서산 마애불이 "백제의 미소"라면 이 얼굴은 백제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