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아담하고 한적한 산을 찾아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린다.
시산제의 기원은 우리의 전통적인 신앙인 산악 숭배 사상이라고 한다. 특히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 계룡산을 5대 명산이라고 했고 이들 산에 제단을 만들어 나라의 제를 올리고 소원을 기원하는 오래된 전통이 있다.
그러므로 시산제는 산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등산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산악숭배사상과 맞물려 생겨난 의식이라 하겠으며 유교적인 제사 예법을 사용하는 독특한 행사라고 하겠다. 또 제사상에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연중 탈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우리의 제사의식이다. 내용과 형식이 어떠하든 시산제는 마음 여린 인간들이 웅장한 산에서 종종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아직 특별하게 믿는 종교는 없으나 등산회장이 되어 시산제 준비에 관여하게 되니 왠지 좀 낯설기도 하다. 특히 서울에서 만 자라온 탓인지 돼지머리에 절하는 것은 유달리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동기 등산회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어떤 의미로서는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나에게도 책임지어 있기에 우리의 안전한 산행에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엎드려 절하고픈 마음이다.
2월 22일에 있을 우리 16회 등산회의 시산제가 졸업 40주년을 맞은 우리의 첫 번째 동기 모임 행사다. 다소 종교적으로는 낯선 행사일 수도 있으나 그저 재미난 친목 행사라고 생각하며 많은 동기들이 참석해서 화합과 만남의 좋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