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첫달, 1월에 읽을 책으로 5권의 책을 샀고 이제 그 다섯권을 다 읽었습니다. 매월 거르지 않고 대, 여섯 권쯤 책을 사서 읽고 있지만 1월에 산 책들처럼 한권도 빠짐없이 모두 인상이 깊었던 때는 별로 없었습니다. 대개 한 두권 정도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렇거나 때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만나게 됩니다. 한 세권 정도 좋은 책을 읽게되면 평년작은 된다고 생각하던 터여서 이번 달은 대성공이 틀림 없습니다.
추수해 놓은 땅콩도 다 떨어져 친구들과 나눌 얘기가 궁하던 차에 마침 이런 드문 성공을 거두게 되어, 이번달에 읽은 책 다섯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람따라 취향이 각양각색이어서 같은 책에서 느끼는 감흥도 천차만별이겠지만, 혹 무슨 책이 좋을까 망설이는 친구들을 위하여 소개하는 것입니다.
1) 쓰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 오류사전/ 박유희 외 3명/ 경당
늘 쓰고는 있지만,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맞춤법도 그렇고, 띄어쓰기, 어미의 변화, 단어의 정확한 뜻과 쓰임새 어느 것 한가지도 만만한 게 없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잘못 쓰는 말을 찾아내 정확한 용법과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좋은 책입니다. 한번 읽고 서가에서 잠 잘 책이 아니라 국어사전 처럼 펼쳐보게 될 책입니다.
2)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툴 가완디, 김미화역/ 도서출판소소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과 매체의 책소개를 읽고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병원에 갈 때마다 그렇지 않아도 미덥지 않던 의사들이 더욱 못미덥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은, 환자를 앞에 두고 순간순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의사들의 고뇌를, 그리고 현대의학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현직 외과의사의 솔직한 고백도 돋 보이고 번역 또한 뛰어납니다.
3) 사막의 전쟁터에도 장미꽃은 핀다/ 강인선/ 조선일보사
임베드(Embed)기자로 이라크 전장에서 미군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점을 쓴 책으로 정말 감명깊은 책이었습니다. 나는 책 읽으며 좀처럼 밑줄을 긎지않는 편인데 이 여성기자의 깊이있는 시각과 느낌을 발견할 때마다 자연스레 '밑줄 쫘아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은 무엇이며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평화란 말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귀한 책입니다. "평화가 전쟁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나에게 충격으로 남았다"고 이 기자는 프롤로그에 고백하고 있습니다.
4)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벤 메즈리치, 황해선역/ 자음과모음
실화소설이라고 하는데 정말 실화인지는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주제도 아주 독특하구요.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MIT 수학 천재들이 확률을 이용하여 카지노 블랙잭 게임을 휩쓰는 내용입니다. 머리 식히기에는 아주 알맞은 전형적인 미국 대중 소설입니다. 변역도 꽤 잘한 편이구요.
5) 은밀한 게임/ 김광현/ 조선일보사
오랜 기간 조선일보의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했던 저자가 기사화하지 못했던 비화를 쓴 책입니다. 아직 현존하는 기업과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이름을 숨기기는 했지만, 우리 세대에 일어난, 그러나 숨겨져 있는 정경유착의 비화라는 게 내 구미를 끌었습니다. 소문으로 들었던 얘기도 있고, 금시초문인 얘기도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