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앨범

  • 사진영상

  • 옛 사진첩

행사앨범
  • thumbnail
    0
    2025-05-13
  • thumbnail
    0
    2025-03-25
  • thumbnail
    0
    2024-12-17
  • thumbnail
    0
    2024-11-29
  • thumbnail
    0
    2024-11-29
  • thumbnail
    0
    2024-05-22
  • thumbnail 2024-04-09
  • thumbnail
    0
    2024-04-09
  • thumbnail
    0
    2024-04-09
  • thumbnail
    0
    2024-04-09
  • thumbnail 2024-04-09
  • thumbnail 2023-12-16
  • thumbnail
    0
    2023-10-26
  • thumbnail 2023-06-28
  • thumbnail
    0
    2023-05-18
  • thumbnail
    0
    2023-05-18
사진영상
  • thumbnail
    0
    2024-07-25
  • thumbnail
    0
    2024-04-03
  • thumbnail
    0
    2023-07-31
  • thumbnail
    0
    2023-07-02
  • thumbnail
    0
    2023-04-26
  • thumbnail
    0
    2023-03-30
  • thumbnail
    0
    2023-03-30
  • thumbnail
    0
    2022-03-24
  • thumbnail
    0
    2019-03-18
  • thumbnail
    0
    2018-05-04
  • thumbnail
    0
    2017-08-16
  • thumbnail
    0
    2016-12-22
  • thumbnail 2016-05-20
  • thumbnail
    0
    2016-05-17
  • thumbnail
    0
    2016-05-17
옛 사진첩
  • thumbnail 2013-12-09
  • thumbnail
    0
    2013-12-03
  • thumbnail
    0
    2013-11-25
  • thumbnail
    0
    2013-11-04
  • thumbnail
    0
    2013-11-04
  • thumbnail
    0
    2013-11-04
  • thumbnail
    0
    2013-11-04
  • 2013-10-30
  • 2013-10-30
  • thumbnail
    0
    2013-05-14
  • thumbnail 2013-05-13
  • thumbnail 2013-04-29
  • 0
    2013-04-28
  • 0
    2013-04-28
  • 0
    2013-04-28
  • 0
    2013-02-25
자유게시판
조회 수 38081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오랜만에 수안보온천에 가서 하루동안 쉬었다 오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반가운 친구들과의 만남이어서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전화를 받고 갑자기 생각난 얘기가 내 신혼여행에 대한 불편한 추억이었다. 그래서 몇 자 적어 보았다. 

 

신 혼 여 행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출장이 그리 잦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년에 몇 차례 해외 나들이를 하게 된다. 주로 동남아 쪽에 가게 되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 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대체로 한밤중에 출발하여 꼭두새벽에 승객들을 인천공항에 내려놓곤 한다. 이른 아침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 관리 심사를 기다리며 좌우를 살펴보면, 신혼여행에서 갓 돌아 온 젊은이들이 절반은 넘는 것 같다. 쌍쌍으로 커플 티셔츠를 입고 언제 밤 새웠냐 싶게 새살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들의 풋풋한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가마득한 옛날이 생각나기도 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은 아니로되, 혼례식을 올린 신혼부부는 희망에 부푼 새 출발을 앞두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게 마련이다. 언제부터인지 해외로 신혼여행가는 게 빠른 속도로 늘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인 만큼 외국 다녀오는 걸 사치라고 생각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단체 여행으로 할인 받을 경우 경비도 다른 쓰임새에 비해 그리 엉뚱한 부담은 아닐 터이다. 그런 생각에서인지 요즈음엔 외국으로 신혼여행 가는 걸 웬만한 집안이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듯 싶다. 그러나 우리가 혼인할 때만 해도 해외여행이란 집안이 갑부이거나 유명 연예인처럼 특수층이나 누릴 수 있는 일이었지 보통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그저 기껏 멀리 가봐야 비행기 타고 제주도 다녀오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나는 비행기를 타기는커녕 수안보온천 다녀 오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때웠다.
 
   이 초라한 신혼여행 때문에 나는 여러 해를 두고 아내에게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만 했다. 어쩌다가 신혼여행 얘기가 나올라치면 “남들 다 다녀 오는 제주도도 못 가본 주제”라는 말이 후렴처럼 따라 붙었고, 나는 이런 불만에 대하여 항변할 말이 없어 그저 웃음으로 얼버무려야만 했다. 내가 신혼여행지로 수안보온천을 택했던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혼잡하거나 번잡스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 탓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굳이 변명을 늘어놓자면 할 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혼인이란 인륜의 대사이어서 집안이나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인 만큼 차분하기보다 어수선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신혼여행은 호젓한 장소를 택하는 게 제격이리라는 생각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혼여행에서 실제 겪었던 일을 돌이켜 보면 이런 내 생각은 현실과 걸맞지 않은 시행 착오였다.
 
   나는 대학문을 나와 직장을 잡은 바로 다음해에 혼인하였다. 남들 모두 다녀오는 군대도 가지 않았으니 이른 결혼이었다. 병석에 몸져누우셨던 어머니가 가까스로 회복되어 시골살림을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 온 때가 졸업하던 해였으나 언제 다시 지병이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팔팔한 평소 성품은 그대로 지니고 계셔서 일하는 사람 도움으로 살림을 꾸려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뒤 늦게 외아들로 태어난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건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내 책임이었다. 그게 결혼을 서둘렀던 이유이고 마침 교제하던 사람이 있던 터라 다른 생각 없이 날짜를 잡았다.
 
   결혼날짜를 잡고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던 내게,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선배가 수안보온천을 천거하였다. 바로 자신이 신혼여행으로 다녀 온 곳이었다. 들어 보니 괜찮겠다 싶어 수안보광광호텔에 사흘 밤을 예약했다. 때 맞춰 준공된 모교, 서강대학 메리 홀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마친 우리 부부는 예약해 두었던 택시를 타고 신혼여행 길에 나섰다. 생각하면 정말 옛날 일이다. 경부 고속도로는 대전까지 부분 개통되었고 청주에서 충주를 거쳐 수안보에 이르는 국도는 포장도 안 된 때였다. 그 먼 길(당시 감각으론 먼 길이 틀림없었다)을 털털거리는 차 타고 먼지 풀풀 날리며 길 물어가며 달려서 목적지에 닿은 건 날이 어두워진 다음이었다.
 
   지금은 딴 판으로 바뀌었지만 시골 동네 가운데 3층짜리 관광호텔 하나 덜렁 서있던 곳이 그 당시 수안보온천 마을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 가니 잠자리에 들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어디서 술이라도 한잔 하려고 호텔 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연유를 물어보니 손님이 너무 적어 모두 휴업 상태라는 거였다. 우리가 도착한 날 아침에 신혼부부 한 쌍이 떠났고 그날 밤엔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호텔을 전세 내어 든 셈이었다. 바랐던 대로 호젓하기는 했지만 그게 너무 지나쳐 마치 폐가에 내동댕이쳐진 듯 쓸쓸하고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사람이 없다는 게 이렇게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음식을 주문하면 그제서 재료를 사다가 만드는지 잊어버릴 때가 되어서야 나왔고 둘이 나누어야 할 얘기나 설계해야 할 계획이 많을 듯 싶었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자 한마디도 떠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난감할 때가 또 있었을까?
 
   도착한 다음 날 근처에 있는 용추(?)폭포라는 곳에 들렀다 돌아 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수안보 성당에 들러 첫인사 나눈 신부님과 쓸데없는 얘기도 주고 받고 차까지 얻어 마셨으나 그리고는 다시 할 일이 없어지고 말았다. 멀거니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겨우 하루 밤을 더 묵고는 도저히 그 이상 머무를 수가 없었다. 결국 나머지 예약을 취소하고 막 바로 서울로 돌아오는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우리 신혼여행 전부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신혼여행 얘기 나올 때마다 열 받는 아내의 속마음을 모르는 척 잡아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상한 신혼여행을 보상할 길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내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부터 어머니 병구완에 살림을 도맡아 집안을 꾸려 왔다. 결혼한 지 일년 지나 첫 아이가 태어나고 내리 둘을 더 낳자 한가한 시간을 갖기는 더 힘들어졌다. 결혼 이후 다행히 어머니는 건강을 되 찾으셨고 아흔이 넘는 연세까지 장수하셔서 가보고 싶은 곳 여기 저기를 두루 다니셨다. 그러나 노모에게 집과 아이들을 맡기고 며칠간 여행을 떠나는 건 우리 부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십년이 훨씬 넘는 기나 긴 세월동안 때때로 끓어 올랐을 성정을 가슴에 묻은 채 묵묵히 어머니를 모신 아내는, 내겐 정말 없어서는 안될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내와 결혼해서 함께 사는 동안 신혼여행 얘기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나는 기약도 없는 해외여행을 들먹이며 순간을 모면해 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얼마되지 않아 빈말로 해 온 얘기를 구체화시킬 기회가 생겼다. 결혼한지 무려 26년째 되던 해였다. 때 마침 스위스로 출장할 일이 생긴 거였다. 아내 가슴에 맺힌 신혼여행의 한을 풀어보겠다고 작심하고 출장 말미에 며칠간 휴가를 냈다. 그리고는 아내와 함께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자 출장 길에 올랐다. 일과 집안살림을 빌미로 오래 미루어둔 숙제 하나를 해결한다는 후련한 마음으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내 비행기 삯은 회사 출장비에서, 아내 비행기 표는 마일리지 보너스 티켓으로, 결국 며칠간의 숙박비와 일용잡비만 부담하면 되는 경제적인 여행이기도 하였다. 업무 보는 기간 동안 아는 이들에게 부탁하여 아내는 바젤 시내와 융프라우 관광을 다녀왔고 출장이 끝나는 날 합류하여 제네바, 주리히, 로마, 파리를 거쳐 돌아왔다. 말로만 듣던 유레일 익스프레스도 타고 하룻밤을 기차에서 보내기도 했다. 출장으로 몇 번씩 들렀던 도시들이지만 일 마치면 지체 없이 돌아오곤 했던 내 괴팍한 성질 때문에 관광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지식이 없었던 게 후회 되었다. 미리 여행 가이드 책을 통해 여정을 준비해 두었지만 짧은 기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결혼 26년 만에 가진 그 귀중한 기회는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허나 이 모든 허물을 덮어두고 긴가 민가 했던 말이 실현됐다는 한가지 사실에 고무되어 좋아했던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 뒤,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피지에 휴가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또 짧은 미국 생활 동안, 동부 지역과 캐나다, 그리고 귀국 길에 서부 지역 중요 관광지를 주마간산 턱으로나마 돌아 볼 기회도 가졌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신혼여행 타령이 사라진 지 꽤 오래 되었다. 오히려 요즈음엔, 내가 회사 퇴직하게 되면 자기가 모아놓은 돈으로 아무 걱정 없이 마음 내키는 곳으로 달포쯤 떠돌다 오자고, 거꾸로 아내가 내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벌어다 준 돈 쓰기만 했지 한번도 돈을 벌어본 적 없는 아내의 호언장담이다. 그러나 비록 이 말이 실현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이 고맙다. 어쨌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2003. 11. 18.)

  • ?
    심항섭 2003.12.01 01:05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게 하는 담담한 좋은 글을 읽었다.
  • ?
    이진흥 2003.12.02 02:00
    讚! 한병근..., 해방둥이로 태어나 6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삼십여 년을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들의 자화상을 가장 리얼하게 보여주는 에세이스트, <심심풀이 땅콩>은 그대로 우리들의 일기장이다.
  • ?
    한병근 2003.12.02 06:09
    초대까지 받았으니 퇴직후 여행지도 걱정이없겠다, 슬슬 준비를 서두르는 일만 남았군. 호설아, 잘 지내지? 자주 소식 못 전해 미안하다.
  • ?
    박태근 2003.12.02 07:05
    심심풀이땅콩이 책이 됐으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036 심심풀이 땅콩(44)-- '잊혀져 가는 것들' 6 한병근 2003.12.08 36480
» 심심풀이 땅콩(43)-- '신혼여행' 4 한병근 2003.12.01 38081
1034 105회(11월23일, 관악산) 산행모임 7 심항섭 2003.11.24 37743
1033 심심풀이 땅콩(42)-- '불법의 제왕'과 '에린 브로코비치' 2 한병근 2003.11.24 37786
1032 선구회 송년회 - 선구회 계시판에 한동건 2003.11.21 35701
1031 손창욱-바이오게르마늄 관절염.항암 효능 발표 기사 5 2003.11.21 36947
1030 눈물도 못흘린 결혼식 2 2003.11.18 37900
1029 겨울 서해바다가 보고싶다면... 1 황병선 2003.11.18 36886
1028 바이오게르마늄 10년연구학술 발표 1 2003.11.18 36439
1027 심심풀이 땅콩(41)--'보릿고개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6 한병근 2003.11.18 35012
1026 영남알프스 에 가다. 3 2003.11.18 37986
1025 영남 알프스 3 정태영 2003.11.18 36766
1024 분당모임 망년회 1 황정환 2003.11.17 37145
1023 ♣ 신선봉의 정기를 드림니다 ^*^ 1 강덕삼 2003.11.17 36300
1022 우즈베키스탄에서 전합니다 2003.11.14 36040
1021 심심풀이 땅콩(40)--'눈물' 5 한병근 2003.11.14 38204
1020 타이티 여행기 2 신건철 2003.11.13 28211
1019 심심풀이 땅콩(39)-- '보통 사람의 작은 국어 사랑' 한병근 2003.11.05 36202
1018 [RE] 심심풀이 땅콩(39)-- '보통 사람의 작은 국어 사랑' 한병근 2003.11.06 34860
1017 [RE] 병근이의 나라사랑 1 이진흥 2003.11.06 35568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