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로 영하 4도가 되었고 오늘 오후부터는 좀 풀린다고는 하지만 등산하기로 마음먹고 나오는 아침공기의 쌀쌀함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만나기로 약속한 낙성대역 2번 출구는 그늘진 곳이라 더욱 춥게 느껴지는 곳인데도 9시30분을 약간 지나쳐 헐레벌떡 뛰어가 보니 거의 모두가 모여있다. 남영애, 박정애, 이석영, 주환중, 박효범, 정만호, 조병희, 김수관, 권영직, 김상건, 신해순, 이승희, 송인식, 강기종을 비롯하여 이명원, 박영준, 위광우가 보이고 오래간만에 민일홍이도 보인다.
왕십리 캠퍼스와 합동 산행을 몇번 하고 선농축전도 함께 한 탓에 이만구, 고평자, 이명화등 이제는 비교적 낯이 덜 설은 친구들과 만난다.
봉천동 주택가 골목을 몇번 돌아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접어든다.
초입에 불과한데도 벌써 바람막이 겉옷이 거추장스러워 벗어들고 올라가다보니 사당동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면서 능선길로 접어들고 처음 출발한지 50분이 되어 마당바위에 도착을 하여 서울시내를 내려다 본다. 나무사이로 63빌딩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거무스름한 뿌연 매연층이 띠를 두르고 있다.

아, 저 매연속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우리가 살고 있구나. 오늘은 비교적 공기가 깨끗하다고 느껴지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저럴 정도이면 그렇지 않은 날은 과연 어느정도가 될까? . 가늠이 않간다.
눈을 오른쪽으로 조금 돌려 한강과 남산을 내려다 보고 다행히 저멀리 북한산이 바라다 보인다.
인수봉까지 보이걸 보면 오늘의 매연정도가 심한거는 아닌가 보다. 그런데, 인수봉 우측으로는 서쪽의 일산쪽보다는 한결 덜해도 역시 매연층이 띠를 두르고 있어 갑자기 목이 매캐해지는 기분이다.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갖가지 상념으로.....
다들 모여 있으니 빨리와서 마당바위위의 증명사진을 찍으라는 소리에 복잡해지던 상념들이 깨트려진다.

렌즈속의 얼굴들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누그러진다. 머리 복잡하게 굴릴거 없지. 굴려봤자 그게 그거고 나만 손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걷기를 계속하며, 그래도 가끔씩 뒤돌아 시내를 내려다 본다.
이제, 바로 앞에 연주대와 천문대가 보이면서 두갈래길에 도달한다.
우측으로는 쇠사슬을 잡고 연주대로 직접 올라가는 다소 힘든길, 그리고 좌측으로는 약간 돌지만 편안하게 관악산절터가 있던 곳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 어느 길을 택할것인가?
좌로 돌자. 쉽게 돌아가자.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편안한 길이다. 그래, 이제부터는 쉽고 편안한 길을 택해서 갈 나이가 됐지.
저 위로 보이는 연주대와 천문대, 그리고 배경이 되는 파란 하늘이 아까 내려다 보이던 매연띠를 확 잊게 해준다. 음, 잘 택했지. 이 길을.

넓다란 공간에 터를 잡고 간단히 스낵을. 떡과 과일을 , 그리고 술을.
쇠사슬을 붙들고 올라 온 몇몇이 산행기를 쓸려면 다시 답사를 하고 오란다. 그래, 그맛을 나는 못 보았으니 맛본 사람중 누가 생생히 기록 좀 해주시게나.
난 다시 한번 연주대를 바라본다. 꼭대기에 새집같이 잘도 지었네. 특히 축대는 기 차게 쌓았기도 하다. 축대를 중심으로 찍는다고 찍엇는데 줌을 깜박 잊었다. 파란 하늘만 감상하는것도 그런대로.....

스낵을 든다고 앉아있자니 추워지기 시작한다. 주당들은 소주를 즐기느라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12시 40분이다. 내려갈 차비를 하고 서울대학교쪽으로 돌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제법 긴 길이다. 관악산의 이쪽 길은 내려가는데 부담이 된다.
거의 다 내려오는데 이영식이 마중을 나왔다.
관악 네거리에 있는 삼미 설렁탕집에 가니 왕십리캠퍼스의 최차복이며 박충자, 강철은이 등산은 못하더라도 식사는 함께 하자며 와 있어 을지로의 20명, 왕십리의 15명이라는 대부대가 수육에 소주를 먹으며 등산 뒤풀이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등산을 위해서 항상 수고를 많이하는 주환중이가 보이지 않느다. 부인이 얼마전에 병환으로 수술을 하셨단다. 와중에도 책임을 완수하고 병원으로 달려간 꺽정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자리를 빌어 우리 모두 환중이 부인이 쾌차하시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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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서 미안합니다. 언제 봐도 딱터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잘 읽엇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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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한 서울을 내려다보며 깊은 상념에 빠진 사관! 심사관의 등산기는 항상 우릴 감탄케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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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하기싫은 아이가 숙제하듯 썻다고 야단을 쳐서 이만 붓를 놓을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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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산행이고하여 꼭 참석하고자 하였네만 못해서 미안하고 사진을 보니 눈이 시원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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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네. 더 잘 쓰라고... 한번 사관은 영원한 사관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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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섭아 눈에 선한듯, 친구들 재미있게 지나는것 고맙게 잘읽었다. 여기서는 그곳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하니 , 기록시 돼도록 얼굴사진들을 많이 넣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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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규를 위해서라도 다음번부터는 얼굴사진도 나올수 있는 카메라를 마련해서 산에 가도록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