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행선선생의 지적에서 힌트를 얻어 아래 글을 적당한 곳에 넣으려고 생각중입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손쉬운 예 한가지만 더 든다면 “우리”와 “저희”가 쓰일 자리를 혼동하는 경우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여당에서 갈라진 신당이 당 이름을 ‘열린우리당”으로 정했고 줄여서 부를 때는 “우리당”으로 호칭하겠다는 보도를 얼마 전에 보았다. 그 기사와 함께 “우리당”이라고 지칭하면 그것이 열린우리당인지 자신이 소속된 정당인지 혼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십성 해설을 덧붙였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대담에 나와서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우리당”이라고 호칭하거나 지칭하면 그건 잘못된 어법이다. 반드시 “저희당”으로 불러야 한다. 같은 당원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우리당”으로 불러야 맞지만, 당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말할 때 “우리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만하거나 무례한 말투다. 자기 회사 사람들만 있는 자리에서는 “우리회사”가 맞고 자기 회사원이 아닌 사람들이 섞여있거나 다른 사람들만 있는 자리에서는 “저희회사”로 불러야 제대로 된 어법인 것과 한가지 이치다.
방송이나 TV에 알만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부르면 낯을 찌푸리는데, 국민들 앞에 두고 자신의 소속 정당을 “우리당”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지 않은 듯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치부해서 그렇지는 않을 터, 그들이 하나같이 오만불손하여 어투나 어법 정도는 탓할 일도 못 된다고 국민들이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사람들 눈에는 국민들이 모두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당원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어법만 정확히 구사한다면 상황에 따라 “우리당”이 자신의 소속 정당인지 열린우리당인지 헷갈릴 일은 없다. 이것도 바로 잡아야 할 잘못된 어법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