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오늘(11월 7일) 아침 동아일보 주말에디션 판에 [통신언어, 신조어봇물]이라는 특집기사가 실렸는데 거기 말미에 결론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묶었느니라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언어는 늘 변해…이젠 유희의 수단으로"▼
이제 언어는 뜻을 전달하는 사회적 약속을 넘어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시키며 갖고 노는 유희의 수단이다.
이정복 교수(대구대 국문과)는 “이전에도 언어는 우스개 노랫말 등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지만 인터넷 덕분으로 이제 모든 사람들이 언어를 반죽하여 재미를 스스로 만드는 창조자로 나섰다”고 진단했다.
신조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요즘 신조어는 말이 생긴 맥락을 모르는 사람은 그 뜻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 인터넷 외계어들도 타인의 해석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보이는 단어들이 많다.
10인 좌담을 관찰한 언어학 박사 정해경씨는 “10대 참석자가 ‘범생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신조어를 쓴다고 말했듯 청소년들에게 신조어, 외계어의 창작, 유포는 새로운 일탈의 경험이자 한글의 체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포스트모던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넷 외계어에 일본어가 쓰이듯 영국에서도 통신언어에 아프리카어 아랍어를 쓴다. 네티즌들은 글자의 조합이 기발하기만 하면 낯선 언어도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면서 “이는 언어의 기표(말글)와 기의(뜻) 관계에서 기표가 완전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것은 언어가 늘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려대 국어사전편찬실 김양진 연구원은 “본래 ‘님’은 ‘아버님’처럼 높임의 대상이 되는 관계어 뒤에 붙던 말일 뿐 ‘씨’처럼 이름 뒤에 붙는 존칭어는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씨’가 남용되면서 높임의 기능이 퇴색한 반면 90년대 들어 인터넷 ID 뒤에 ‘님’이 붙기 시작, 이제는 ‘씨’의 높임기능을 ‘님’이 대신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신조어의 광범위한 유포와 언어의 세대차가 심해지는 것에 대해 ‘한글을 망친다’는 우려도 많지만 전문가들은 그게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바라봤다.
고려대 한국어문화센터 강사 정명숙씨는 “좌담에서 10대, 20대 참석자들이 인터넷에서 외계어를 너무 자주 쓰면 ‘초딩’이라고 부르며 수준을 낮게 본다고 했다. 은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이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형적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복 교수도 “언어 규범의 면에서 인터넷 통신에 유통되는 많은 말들이 문제 덩어리로 간주되지만 우리말의 어휘를 크게 확충해주는 긍정적 기능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