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희 혜영의 혼인식에 많은 동문들의 축복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은
서울의대 신경정신의학보에 보낸 원고로서
나의 요즘 심경을 썼습니다.
고엽(枯葉)
김진국
올해 달력도 한 장 남았다. 붉게 그리고 노랗게 색동옷 입었던 나뭇잎이 하나 둘씩 대지에 내려와 눕는다.
우리 서울의대 신경정신과 동문회도 연륜을 쌓여가고, 나도 어느 듯 어쩔 수 없이 많은 젊은 후배들 앞에 있게되었다.
이런 세월 속에 내후년이면 환갑 예정인 나의 최근 심경을 잘 보여주는 시가있다.
남대천에서
) 김춘수
나이가 들수록 태어난 강냄새가
꿈에서도 그리운 늙은
연어가 되어
바위로 모래 만드는 강물 거슬러 오르다
물에 비친
네 그림자를 보듬고 생각하나니
너는 오늘도 수양버들처럼 강 저편에 서서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구나
서로가 다른 비구름에서 떨어졌다 할지라도
우리, 강에서 물로 만나
손잡고 바다로 흐르는 동안
아, 사랑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또 사랑을 만들고
저자는 카톨릭의대 교수로서 시인인데 딸과 공주가 있다고 하였다.
외향성의 우백호 띠인 나의 큰 공주는 부모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금년 가을 내 안사람과 같은 길을 택해 우렁찬 포효와 함께 떠났다. 내향성의 좌청룡 띠인 작은 공주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여의주를 물고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어느날 갑자기 안사람과 둘만 뎅그렁이 남게 되었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대자연의 품속에서 흘러가는 동안 사람은 그리움을 만들고 그리움은 사람을 또 숙성하게 만드는 섭리인 것 같다.
사람 '人' 글자에서 보듯이, 인간은 서로 기대어 더불어 사는 것이 대자연의 이치인 것 같다. 한쪽이 넘어지면 다른쪽도 넘어진다. 가정, 직장,사회와 같이 더불어 사는 인간의 모든 집단에서 평화롭게 살다가도 때가 되면 변천해야만 하는가 보다.자신을 변화시켜 상대에게 잘 어울리게 하는 숙성을 이루고, 그래서 가을에 낙엽이 곱게 물들었다가 떨어져나가듯 별리가 있어야 하는가 보다. 그것이 우주 만물의 순환 질서인 코스모스 조화인가 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 그 중에서도 합창곡을 들을 때면 진한 감동과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수많은 악기의 음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이 화음은 다른 이의 음을 들고 자기 음을 거기에 맞추어, 때에 맞게 시작하고 때에 맞게 중단하는 예민한 노력에서 나온다하겠다. 바이올린이 시작하면 북은 끝내는 조화로서 이것이 함께하는 소리를 낸다는 심포니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들은 떨어져 나와 죽지 않고 오래 살기를 갈망해 왔었다.그리하여 2002년 인간복제회사 클로네이드는 최초 복제아기 이브를 탄생시겼다고 주장하였다.19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별리 없는 영원한 생명이 가능한 것 아닌가 하고 전인류가 경악하였으나, 둘리는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아마도 둘리 세포들이 때에 맞추어 생성과 별리하는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일찍 죽은 것같다.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자살'Apoptosis'라는 연구였다.그리스어 apoptosis는 가을이 오면 낙엽이 나뭇가지로부터 떨어져 나와 사라진다는 의미로서, 세포들이 생명체의 조직을 형성하고 기능하기 위해서는 때에 맞추어 자신의 유전자 지시대로 스스로 자살하여 주위의 후배세포에게 길을 내주고 자신은 죽어 재활용당하는 자연현상에 대한 연구였다.
대우주속의 나도 변천 순환하는 조화의 궤도를 걷고 있는 것 같다.운명(運命)이란 유전자를 운반하는 작업이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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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시집보낸 아버지 섭섭한 마음으로 쓴 글일까? 아직은 춥다고야 할 수 없는 가을 날씨가 갑자기 썰렁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 헤어지는 연습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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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악산의 가을단풍 /금강산의 신록 /개골산의 마른가지 /녹음의 봉래산/ ... 개골산도 아름답다니 너무 썰렁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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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군이 이별 연습이라 성장하여 한여인이 된 것을 축하하고 이제 독립된 아빠와 딸이 서로 인생을 주고받으면서 人자로 기대면서 서로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감싸면서 인생을 즐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