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창회 주최의 바둑대회와 날짜가 겹쳐 오늘은 우리 동기회모임도 어차피 두쪽으로 갈라질수 밖에 없다. 버스까지 대절해 놓았는데 너무 인원이 적으면... 하고 꺽정이 회장이 꽤나 신경을 썻는가본데 약속장소인 수서역의 버스에 올라타보니 앞좌석에 박정애, 방유정, 이석영, 이향숙, 유미희, 정숙자의 여자동문이 앉아 있고 그 뒤쪽으로 오래간만에 김성구와 이태동이 나와 있다.
김상건, 조병희, 정만호, 김진국, 김두경, 신해순, 위광우, 송인식, 박영섭, 김수관, 이상훈, 이재상, 이영식, 이명원, 박효범, 이종건에 주환중과 본인까지 합하니 26명의 부대다.
45명 좌석의 버스에 딱 알맞는 인원이다.
8시10분에 출발, 망향휴게소에 도착한다. 몸속의 노폐물은 가능한한 빨리 빼어 내어 버려야한다는 이재상이의 권유에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아니, 웬일로 이렇게 사람이 바글대지?
옛날 시내버스속을 연상시키는 콩나물 시루이다. 좀 참지, 하고 그냥 나와 버스를 다시 탄다.
출발을 해서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2,3분이나 되었을까? 이명원이를 떼어놓고 출발하게 된것을 뒤늦게야 알게된다. 아뿔사! 인원체크 미쓰이다. 그래도 핸드폰이라는 문명의 利器덕을 톡톡히 보게 되는게 다행이다. 갓길에서 5분여를 기다리니 이명원이가 우리의 박수를 받으며 어색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버스에 오른다. 옆에서 신해순이가 먹는 우동맛이 별로일것 같아 떡라면을 시킨게, 불찰이라면 불찰이다.
앞으로는 단체여행중 휴게소에서의 떡라면은 절대 사절이다.
11시20분경 금산 i.c를 통과하여 영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며칠전 사전답사를 마친 꺽정이 회장에 의하면 경부고속도로의 영동 i.c.를 통하는것보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가다가 금산으로 하여 천태산으로 가는 코스가 엄청나게 시간을 절약한단다. 시간절약뿐 아니라 경치도 훨씬 좋다. 옆으로 흐르는 금강상류의 맑은 물과 錦山의 아름다운 산하가 초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낸다.
왜, 건방지게도 감히 금수강산에서 이름을 따오고 "금사모"(금산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금치모"(금산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로 발전했는가를 가름케 하고 ,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제도의 이점을 엿볼수도 있게 한다.
대형 주차장에 도착, 매표소를 통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훨씬 사람이 많다. 거의 2열종대로 행진하듯 걷는다. 천태산이 이렇게 인기가 좋아?
충북과 충남과 접경을 이룰뿐만 아니고 전라북도와 경상북도도 가깝게 이웃하여 그런지 3개도의 사투리가 모두 귓속으로 들어온다.
15분정도 걸었을가? 산을 오르다보면 흔하게 보는 산행리본을 잔뜩 걸어놓은게 특이하다.
성황당에, 동네어귀의 커다란 느티나무 둘레에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울긋불긋한 천을 연상케한다.

그 앞에는 1000년을 훨씬 넘는 은행나무가 아직도 젊음을 뽐내며 서있다. 올려다 보니 은행알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옆의 설명문에는 1,000년이 되엇다고 하고 자원봉사로 설명하는 노인장의 설명에 의하면 1,200살이 되어 곧 공식적으로 설명문을 정정할 예정이란다. 용문사앞의 은행나무보다 200살이 더 먹엇다는데, 나이는 내가 알바가 없고, 훨씬 더 젊어보이다는건 확실하다.

나무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20명이 떼지어 몰려있는게 우리 일행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다. 우측으로 나있는 A코스를 택하여 올라간다. 중간중간에 로프도 걸려있는 비교적 가파른 코스이다. 때로는 로프를 타고, 때로는 우측으로 나있는 돌아가는 쉬운 코스를 택하여 올라가노라니 저밑으로 아까보던 은행나무도, 그리고 그 옆의에 寧國寺가 보이고, 더 저쪽으로는 우리가 내렸던 주차장도 손에 잡힐듯 내려다보인다.

어떤 나무가 1,200살 잡수신 은행나무인지 감이 잡히냐?
좌 하단의 두길이 만나는곳의 윗쪽이 맞다.
아침저녁으로는 완연한 가을이지만 정오의 햇볕은 아직도 따갑다. 땀도 많이 난다.
드디어 714.7미터의 정상이다. 모두들 일단은 과일부터 꺼낸다. 압도적으로 포도가 많다.
사과도 나오고 빨간 방울 토마도도 나오고 참외도 나오고 바나나까지 나온다.
전체 인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에서의 기념증명촬영은 해야지?

하산길은 D코스로 접어든다.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에서 잠간 땀을 식히고 천천히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내려온다. 보이는 산들이 첩첩히 많기도 하다. 그야말로 산,산,산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기만 하고 올라갈때는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영국사를 둘른다. 신라시대때 창건한 절이라고 하는데 특징이라고 하면 대웅전앞의 삼층석탑옆의 보리수가 아름답게 서있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다. 제법 커다란 보리수이다.

다시 옆으로 200여미터정도 올라갔을까? 제법 넓은 터에 흔들바위와 망탑이 서있다.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이 한사람만 올라가도 그 커다란 바위가 흔들거리는데 장정이 네명이나 서 올라가서 폼을 잡으니 흔를 흔들 거리는게 확실히 보인다.

바로 밑의 계곡에서 잠간 발을 담궜다가 밑의 통나무집으로 오니 닭도리탕이 얼큰하게 끓고 있다.
오늘은 예상도 하지않았는데 이향숙이가 점심에 보태라고 거금을 쾌척한다. 맥주한잔씩으로 시원하게 입을 축이고 동동주에 닭도리탕을 먹고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오니 해가 서서이 지고 있다.
5시20분에 버스를 타고 지는 해를 감상하며 시원하게 뚫린 버스 전용차선을 달려오니 서울까지 한달음이다. 도착할때쯤 되니까, 산에 오는대신 바둑판을 앞에두고 선전을 했을 권영직, 민일홍, 정태영, 강기종등이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잘들 두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