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동쪽 한 귀퉁이에 樂善齋가 있다 (원래는 창경궁에 속한 전각이었으나 지금은 창덕궁 담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일년에 몇 번 철이 바뀌면 창덕궁을 찾는 이유가 철 따라 변화 무쌍하게 바뀌는 후원 때문이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낙선재의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기도하다. 거의 600년이 다 되는 창덕궁의 역사에 비해 낙선재는 19세기 중엽 헌종때의 건물이므로 150여년의 역사 밖에는 없다. 喪을를 당한 후궁들이 상중에 물러 나와 거처할 곳으로 지은 이 전각은 그래서 단청도 없고 지붕도 낮어 궁궐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건물이다, 단청이 없어 나무 원래의 색갈이 그대로 드러난 낙선제와 좁은 마당을 중심으로 둘러 서있는 하얀 회벽과 검정색 목재로된 낮으막한 부속 건물들과의 조화가 반듯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도 여인들이 머물던 곳, 일반에게 공개 되지 않는 아기자기한 花階와 정자는 낙선재 뒷 담 밖에 숨겼고 건물 문 창살 마다 단순하지만 정성들인 문양으로 멋을 부렸다. 일제 강점기 곳 곳에 덧칠을 한 왜색 건물들을 철거하고 1997년 복원 하였다. 복원도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케 하는 곳이 바로 이 낙선재다. 지난 겨울, 청명한 겨울 햇 살속에 찍어 두었던 사진들 중에 몇장이다.


우리가 秘苑이라고 부르던 곳을 요즈음은 後苑, 北苑, 禁苑이라고 부른다.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이름이라해서 비원이라고 부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모양인데 어렷을 때부터 그리 불러서 그런가 비원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드는 곳이다. 지금은 연경당 북쪽으로는 공개하지 않아 산 속을 거니는 맛을 볼 수 없으나 일천 종 이 넘는 다는 수목이 빽빽히 차 있어 여름에는 여름대로, 겨울에는 겨울 대로 색 다른 맛이 있다. 그래도 단풍이 드는 가을 비원이 제 격이 아닌가 한다. 십장생의 하나로 궁궐 주변에는 반드시 있어야하는 적송의 푸른 솔 잎과 어울린 전각 주변의 단풍, 잡목 숲 속의 산 길 단풍 모두 장관을 이룬다. 밑의 사진은 단풍 끝 무렵, 작년 늦 가을에 찍어 놓았던 사진 들 중 몇장이다. 올 가을, 단풍이 들면 창덕궁 비원을 꼭 가 보기를 권한다. 서울 시내 한 복판, 지하철 왕복 차 삯과 입장료 2,500원이면 설명을 들으며 기막힌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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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단풍은 그리 곱지않으리란 예보가 있었는데, 동건이 사진보고 기대에 부풀어 찾아 갔다가 후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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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병근이가 사진쟁이란 말 들은것 같은데 동건이 사진 수준 있는 것이냐? 예리하게 평 좀 해보아라. 내가 보기엔 환상적으로 보이는데 착각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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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좋으면 좋은 사진이지 평은 무슨 평? 생각으론 쉬운데 실제론 잘 안되는 게 바로 사진인데, 그게 실감이 나지 않는 사람은 사진기 들고 한번 찍어보시기를... 그러나 이건 비단 사진뿐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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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은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나 내 사진은 설명이 필요하다. 설명 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카메라가 하도 똑똑하여 찍고 싶은 대상만 결정되면 제가 알아서 찍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