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랑하는 한 친구를 보내고 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동문 모두가 그 친구를 사랑했었다는 걸 빈소를 지키며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어제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 박철수군이 한줌 재가되어
돌아왔습니다.
은은한 백자모양 겉으로는 아무 재미없는,그러나 속은 참 깊고 따뜻한 그런 친구였지요.늘 가까이 하면서도 네가 내 곁에 있구나 하는 걸 느끼지 못하다가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친구가 내 마음 깊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참으로 깨닫게되었습니다.참 어리석었지요?
박철수군은 9월3일 그가 가장 좋아했던 반안국군의 곁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운명했습니다.마지막 가는 길을 그렇게 선택했다는 것도 그친구만의 방식이었던거 같습니다.서울 법대를 나와 내내 고시공부를 하다가 사회활동 한번 못해보고,결혼해서 아기자기한 가정도 못꾸려보고,내내 그를 끔직이나 아껴주던 연로한 노모를 모시고 살았으니 얼마나 세속적인 마음고생이 컸겠습니까.그러나 저는 고시를 합격해 판 검사를 하는 그를 상상하기도 힘들고,가정을 꾸며 남편,아빠 역을 맡는 그를 그려보기도 힘들군요.제가 그리는 그림에 그는 고고히 절에 틀어박혀 있어야 맞는 그림이기 때문이지요.그런 그가 세속적인 생활을 하며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겠습니까. 그런 그를 함께 있을 때 위로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고 이제야 깨닫다니, 그를 떠나보낸 슬픔보다 자책이 몇배 앞서 내내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친구였던지.......
빈소를 지키는 동안 우리 동문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상보회 친구들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친구를 빼고는 불원천리 먼곳까지 전원 참석해주어 역시 상보회다운 결속력을 보여주었군요. 태영이는 대구에 가있다가 소식을 듣고 진흥이와 함께 몇백키로를 달려
와주었습니다.동신이는 홍콩에 출장갔다가 밤에 서울에 도착하여 그길로 스페어운전사(마누라)를 대동하고 자정이 넘어 도착했습니다.이곳 생활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간 호설이는 몇번이고 전화를 해왔습니다.부의금으로 50만원을 보내겠다는 걸 간신히 야단처서 30만원으로 깍았습니다.서울 법대까지 함께 했던 석화,영준,원구도 낮일을 끝내고 밤늦은 시간에 달려와 주었습니다.부친상으로 몸과마음이 괴로웠을 윤종이도 장지에서 돌아오는 길에.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두번씩이나 전화를 주었습니다.그리고 길이 멀어 참석지 못하는 두경이를 비롯한 여러친구들이 위로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경희는 조화를 보내어 고인의 빈소를 지키게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동기회장 무일이도 동기회 조화를 보내어 우리동문 전체의 애도를 표해주었습니다.
살고 죽는 일에 별로 의미를 두고싶지 않던 저도 이번에 사랑하는 친구를 보내며 다시한번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최소한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남을 수있는 그런 생을 살아야하지는 않을까요.그리고 고교 친구들의 그 끈끈한 우정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순수시대를 함께했던 순수한 우정,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구나....
박철수군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지워지지않고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고요히 미소지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동문 여러분들의 따뜻한 애정에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현지에서 장례절차를 치루었습니다마는,유골은 능인선원(포이동 소재)에 안치하였고 49제도 그곳에서 치를 예정입니다. 그 일정은 추후 이곳에 올려드릴 생각입니다.현지 문상을 못하신 동문들께서는 그때 서운한 마음을 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건수 배상
-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던가. 설치며 남에게 상처주고 살다 까만 점을 남기고 떠나는 이들 보다는 철수가 성공한 인생일거야.
-
?
급작스런 비보에 놀랐었는데, 잔잔하고 깊은 우정어린 너의 글에 찡-하구나, 밖에는 추적추적 비도 오고,,,,,
-
?
있는 듯 없는 듯 늘 우리곁에 온화한 모습으로 있어 온 철수, 잠자 듯 평화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뜬 철수, 그러나 없는 듯 있는 듯 언제까지 우리 마음안에 머물 것 같다.
-
?
여러 친구들의 애도의글을 읽어보니 참으로 고인에 대한 표현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부디 우리모두 고인이 극락세계에 올라가 내세의 행복한 삶을 이루도록 빌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