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북한산의 정릉~보국문~백운대 코스에는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 젊은이들 등반 행렬이 길게 늘어졌다.
선두에 선 사람은 일본 굴지의 환경위생.리사이클 업체 사닉스(SANIX)의 무네마사 신이치(宗政伸一.53)사장. 지난 4월 입사한 신입 사원 2백42명을 이끌고 서울의 혈맥 타기에 나섰다. 전날 오후 숙소인 그랜드 힐튼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사원들과 더불어 구기동~대남문~대성문 코스를 다녀온 것을 더하면 그의 북한산 산행은 무려 2백32회에 이른다.
"북한산을 처음 오른 것이 1995년 2월28일 입니다. 그해는 사원 등과 함께 40차례나 북한산을 찾았지요. 지금까지 매년 평균 20여차례 이 산을 오른 꼴이 됩니다."
그의 영향으로 사닉스사 직원 가운데 북한산을 밟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모두 1만4천5백57명이 북한산에 올랐다. 직원(4천여명) 한명이 평균 세번은 등산을 한 셈이다.
"북한산은 기(氣)가 있는 산이라는 이야기를 일본에서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혼자 올라가 봤고, 이후 북한산 등반을 사원연수 코스에 포함시켰지요. 한국의 친지 등과 어울려 개인적으로 오른 것은 20차례에 불과합니다."
사닉스사는 무네마사 사장이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번창해 나갔다. 일본 열도에 불어닥친 불황 속에서도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 97년 3백억엔 정도이던 매출액이 현재는 5백억엔을 넘어섰다.
"95년에 등산을 시작해서 그 다음해에 주식을 증시에 상장했고, 사업을 늘려나갔읍니다. 북한산으로부터 용기와 하면 된다는 신념을 얻게 됐지요. 북한산은 저에게 수행(修行) 장소이기도 합니다. 괴로움과 고민을 머리 속에 가득 담고 산을 오르지만 정상에서는 모든 게 사라집니다."
무네마사 사장은 1백회째 북한산에 오른 2000년 문화관광부에 "북한산을 위해 써달라"고 1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북한산 안내 표지판 설치 등에 쓰여졌다. "북한산에 뭔가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에 은혜를 갚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감사의 기분을 표시하고 싶었지요. 사업적으로 얘기한다면 북한산에서 배우게 된 연수비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그는 "사원 1만4천여명이 산을 오른 만큼 '서울의 허파'를 훼손했다는 미안한 생각도 든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그에게 북한산은 수행의 장(場)만은 아니다. 산을 오르내릴수록 북한산이 명산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북한산은 일본의 산들과 달리 대륙의 산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산 자체가 험하고, 돌과 바위가 많아요. 때로는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특히 벚꽃과 목련.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철의 북한산이 좋아요."
"사원들은 산에 오르기 전에 괴롭다고 생각하지요. 8백m 고지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해방감은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는 늘 앞장을 선다"며 "20대와는 서른살 차이가 나지만 등반에서는 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그가 해외 연수코스로 북한산을 고집하고, 또 돈을 들이는 것은 "일이 교육이고, 교육이 곧 경영"이라는 경영철학과도 닿아있다.
무네마사 사장은 "1만4천여명의 사원이 북한산을 오르다 보니 도중에 부상을 입기도 하는 일도 있었지만 119구급대원과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증시 1부에 상장돼 있는 사닉스는 75년 무네마사 사장이 창업했으며, 식품공장.병원.가정에서의 살충.살균 서비스와 산업폐기물 재처리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사람 사람] 사닉스社의 무네마사 신이치 사장
북한산 정기에 푹 빠져 日서 원정 등반 232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