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얼마 전에 딸의 결혼식을 남 부럽지 않게 치르고 그럴듯한 사위를 얻어 자연스럽게 장인이란 직함을 새로 취득한 노준용군과 자동차 여행을 함께했다. 그날 노군의 딸 결혼식에 수백 명의 그럴 듯한 하객이 모여들고 수십 명 의 동창들이 참석해서 화기애애한 축하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었기에 그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전보다 더 즐거웠다.
휴일이지만 중부 고속도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규정속도를 유지하고 달릴 수 있을 만큼 한산하다. 내륙 깊숙이 뚫린 중부고속도로 좌우의 푸른 숲과 스카이라인이 아름답다. 옆에 앉은 커다란 체구의 이상훈이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고 재기 넘치는 노군은 뒤에 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다. 어느 덧 지긋이 나이 먹은 어린 시절의 친구들의 동행이다.
“우리는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농경 사회에서 살았고 절었을 때는 산업사회의 주인공이었고 지금은 정보화 사회를 맞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하는 세대란다.” 노군의 수준 높은 얘기는 30분 이상 계속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가장 행복한 인생이란다.”
“야! 준용아. 나 하나 물어보자. 난 경제를 모르니까 늘 걱정이 되던데 너 오늘 마침 잘 만났다. 요즘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서 외국인들의 기업이 많아 지고 이윤을 본국으로 보낸다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이냐?” 그에게 어려운 질문은 아니겠지만 경제를 모르는 무식한 친구에게 알아듣게 설명하기는 그리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전문 용어를 쓸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 몇 분짜리 설명을 원하니?”
“5분짜리”
“야, 5분가지고는 안 되는 거야”
“그러면 50Km짜리” “ 지금부터 50Km 가는 동안 얘기해봐.”
“좀 기다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
몇 분간 차 내에는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태영아.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말해서 경제란 말이다…..
그는 경제에 관해서 예를 들어 가면서 계속해서 나에게 얘기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난 다 잊었다. 그의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치매기가 있기 때문일 거다.
아니면 조심해서 운전을 하느라고 그랬을 거다.
하여간 그러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까까머리 고등학교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다.
-
?
다 잊었다고? 섭한 김에 앞으론 물어도 대답 안 한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