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소백산기- 비로봉 등반 특공대(?) 얘기-
-심항섭의 산행기 본편에서 뒤로미룬 부분을 다른 대원이 더욱 멋있게 쓸터이지만,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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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사를 두번씩이나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지역 도우미 청년들이 공손히 절하며
다가와 연분홍 철쭉색의 고운 '2003 소백산 철쭉제 기념' 손수건을 한장씩 나누어준다.고맙게
받고보니 우리 100회 등산이 그만 비로 정상정복은 커녕 철쭉도 못보고 손수건만 받아가게
되었구나 생각하니 못내 아쉽기 그지없다.비로사 경내에서 비가 와도 산행을 하면 어떻노 하니
비로 산이 미끄러워 매우 위험하다 하여,민박집에 가서 점심때까지 어제의 즐거운 파트너들과
그림공부나 해야겠다고 발걸음을 떼는데,많은 이들은 하산길로 가는데 주환중대장과 몇이서는
윗쪽길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 보인다.언뜻 어제 마신 술독과 아직도 덜깬 잠기운도 깰겸 아침
운동으로 한두시간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며 주대장을 따라붙었다.주대장과 이미
히말라야등반까지 다녀온 소사도 비가오니 아침운동으로 조금만 올라갔다 내려오자면서 타박
타박 걸음을 옮긴다.맨뒤에서 아침운동파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니,김두경,김상건,김성수,박효범,
송인식,이석영,이성희,주환중과 글쓴이 아홉사람이다.
처음 얼마간 오르는데 어제 술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수면부족탓에 몸이 나른하고 아려오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마침 주대장이 옆에 가길래 그만 내려갈란다하니 조금더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밴치가 있으니 거기서 되돌아가잔다.그래서 또 걷고 계속 걷는다.
오르고 오르는데 언뜻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솟는듯 말듯하고 주위는 이미 속세를 벗어난듯
아침의 고요와 맑은 공기가 피로를 씻어주는지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진다.이상하다!
자연의 기인가 힘인가?
곧 달밭골 갈림길이 나오고 서너개의 나무의자가 흩어져 있는 공터가 나와 잠깐 쉬면서 숨을
고른다.숨을 고르며 주변이 좋다고 얘기만 나누며 그만 내려가자는 말은 쏙 들어가버린다.
또다시 9인의 특공대(?)는 묵묵히 걷는다.
달밭재 옆구리를 휘돌아 어림잡아 800고지점에 이르러 우의속의 땀을 삭이면서 쉬기로한다.
쉬면서 샘터가 얼마나 가야하냐고 물으니 소사가 한30분 가면 된다고하여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비오는 아침 산속 사위는 더둑 괴괴한데,멀리서 '쪽박바꿔'새소리 은은하고 이름모를
또 다른 새소리 "슈-휴-이" 들려오는데 한 대원이 짝을 찾는 애달픈 소리라 주석을 다니 웃으며
걷는다.30분이 훨씬 지나도 샘물이 왜 안나오냐 따지니 계속 좀더 가면 나온단다.ㅎㅎㅎ.
이판에 두경인 민박집에 쌕을 놓고 맨몸으로 와서 물없는 나에게 "영직아 물 줄테니 만원 내라"고
우스게소리로 약을 올려 또 웃는다.ㅋㅋㅋ
어느덧 수십층의 나무계단을 지나 1000고지에 이르러 잠깐 쉬는데,물값은 만오천원으로 올라
가는데, 몸의 땀이 싹 삭아들면서 간간이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기온이 급강하는가 염려된다.
오솔길가에 철쭉꽃들이 군데 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되돌아 내려갈 생각은 저멀리 날아가버리고 비로봉 정상에서 붉은 철쭉바다물결을 흐뭇히
감상하리라 생각뿐이다.
철골계단들이 본격적으로 앞을 가로막으며 산길은 더욱 가파라지다가 짧은 평지길이 나오기를
거듭하는데 샘물은 아직도 안 보인다.소사가 자기 속도로 얘기한 모양이나 우리네 아마추어에겐
한시간이 넘는 거리인 것을...아- 드디어 1200고지인가,자그만 샘이 길옆 바위밑에 웅크리고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두경생수보다 맛좋은 살아있는 약수를 마시려는데 ...아 이게 왠일이냐,
빗물이 뒤섞인 흐린물이 갈증을 싹 걷어가버린다.추위가 거의 다 걷어가고 남은 갈증도 별로
없는데... 이젠 물사라는 말도 들리지않는다.
1250고지를 좀 지나 조그만 공터에 자리잡고 쌕을 가져온 고마운 대원들이 쏟아내는 버내너,토마토
인절미,오이무침등을 고산의 빗속에서도 맛있게 요기로 즐기며(?)피로를 씻어내고 모두들 최후의
고지정복을 위한 재충전에 여념들이 없다.그러나 한기는 더 심해져 우산을 잡은 손가락이 시려온다.
베트랑이 움직여야 안춥다고 하여 다시 오르기로한다.
주위에 철쭉꽃은 더 많아지는데 비바람은 더욱 기승이라 꽃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하산하는 이들을
간간이 만난다.물으니 새벽6시에 시작한 사람들이란다.우산을 접고 가라는게 인사다.우산과 함께
몸이 날아갈 지경으로 바람이 세차단다.
아- 드디어 최후의 계단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러 재차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우산을 접어 호크도
채우고 강풍을 무릅쓰고 계단을 오른다.몸이 바람에 휘청거린다.힘이 잔뜩 들어간 발,한걸음,한걸음
오-소백산 정상에 우뚝선 비로봉 1439.5고지 비석이 갑자기 눈앞에 확 들어 온다.0.5까지 따지는
이들의 정성에 미소지으려 하는데-
악-얼굴이 따갑다.왕모래같은 우박싸라기가 강풍에 날아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린다.
발아래 사방은 하얀 구름바다다.가까이 있는 계단과 사람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강추위에 성수,인식이를 쫓아 얼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주대장과 다른 대원들이 힘차게 올라온다.
2003년5월25일10시30분 소백산 정상은 이렇게 나에게 극적으로 다가왔다 갔다.
우리가 내려온 다음에 주대장,두경,상건등 맹장들은 '100회 등산 기념'프랑카드를 부여들고
그 강추위 속에서 강원도에서 온 타부대 등산객에게 강짜를 놓다싶이하여 사진을 두컷이나 박고,
나중에 사진 보내달라고 명함을 주었다한다.이싸이트에 뜨면 보아야지,필시 장관일거야.
장하다! 천하부고 16회 등산회! 16회동기여 영원하라!
<후기>서울에 도착하여 어느동문이 우리 등산회가 앞으로 10년은 더 다닐거야 하니 또 다른 동문은
아니 20년이란다.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오래다닙시다.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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