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허이.
자네도 알다시피 내 큰놈 5월4일日뉴저지에서 혼례 시키고 어젯밤
(5월9일)서울 도착했네...
미리 친구들한테 두루두루 알려야 했었는데 몇몇에게만 귀뜸귀뜸 알리고 다녀왔네.
자식 놈 도둑장가 보내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알려야 된다고들 하면서
야단도 맞았지만, 결혼이 갑자기 결정된 일이고 서울도 아니고 미국이라
주저 스러웠네.
어쩌면 성숙치 못한(?) 자식 놈 결혼시키는 것이 멋쩍었는지도 모르고 아님 내 자신 며느리 맞기에 쑥스러웠는지도 모르는 일일세 헤아려주게나.
친구자네들 뿐만 아니라 만천하에 내 자식 결혼시킨다고 광고하고 싶은 마음은 왜 없었겠냐만, 조용히 간소하게 치르고 서울 와서 친구들 초청해서 밥이나 먹으면서 자식 놈 며느리 불러서 인사나 시키려고 했었네.
늦게나마 이해를 구하네.
자식 결혼 시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네 그려. 개혼 인 것도 있지만
객지 이다보니 모든 것이 마음 같지 않더군.
그곳 날씨는 이른 봄날이고 야외 식장이어서 그런대로 분위기 연출은
그럴 듯 했네만, 결혼행사가 미국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닌 얼치기식(?)이라 어쩐지 어색하고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 들 간의 막간 30-40분 칵테일
시간이 있고 저녁식사 시간으로 진행되었는데, 서울처럼 그냥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식사하면서 사회자가 나와서 신랑 신부 인사도 시키고 가족
소개도 하고 노래도 시키는 식으로 진행하였네만, 사회자가 급조(?)된 신랑 친구라 나처럼 사회가 서툴러서 엉성하고 지루하게 진행되었네.
나또한 그런 것에 익숙 치 못한 그런 와중에 우리 친구 O군이 우스개 소리한다고 마이크를 잡고는 지난번 동창회에서 얘기했던 “바나나”얘기를 하는데 등골이 오싹했네. 중간에 STOP 시킬 수 도 없고 그 친구야 분위기
띄우려고(?) 그랬으리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네.
그러나 저러나 여러 친구들 덕택에 체면 치례는 된 것 같아 가슴 뿌듯하네.
체면 치례 같은 것은 처음부터 포기(?)했지만 막상 결혼 날짜가 앞에 다가오니 그렇지도 않더군 그려..
그래서 마누라친구 내 부랄 친구 몇몇에게만 어렵게 부탁해 서울에서 동행하여 참석해 주었고, 어떤 친구는 이심전심으로 미국 각지(LA. 시카고, 필라델피아, NEW-YORK등) 친구들을 소집해서 자리를 빛내주어 마누라, 자식들에게 체면이 섰네만, 날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네..
그 친구는 마침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마치 내 자식을 객지에서 무사히
치루게 위해서 미리 가 있었던 것처럼 말일세..
고맙기 도하고 부끄러울 뿐이네....
만약 나였었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하고 뒤 돌아 보았네.
또한 NEW-YORK의 S군은 전 가족을 동원(?)해서 자리를 빛내주었고, 올해 90의 노모까지 몸소 와 주셨다네...
S군의 노모는 우리가 자랄 때 걱정을 많이 끼쳤던 분이시기도 하네..
90의 연세에도 정정한 모습을 뵈니 ‘감개’라고 하나,, 감정이 울컥해지대, 우리 어머니 생각도 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는 나지만, 일어나서 S군 모친의 만수무강을 우리 모두의 친구 그리고 하객들에게 건배를 제의 했다네..
친구야, 다시 한번 미안 허이..
그럭저럭 섭섭하고 아쉬운 데로 해치웠지만, 우리부부 귀국길이 왠지 홀가분한 기분은 아닐세 그려...
언제 날 봐서 우리 모두 모여 밥이나 먹세. 그때 자식 놈, 며느리 불러서 인사 시키겠네..
앞으로 자식 놈 두 놈이 남았으니 그 때에는 미리미리 연락하겠네.. 너무
나무라지 말게나..
(참.. 내가 미리 연락 안했다고 자네들 혼사에 나한테 연락안하면 나 화 낼 걸세...)
자네 친구 윤 상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