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을 출발, LA의 콧수염, 이 석규 집에 도착했다.
시속 1000km의 빠른 비행기로 11시간을 밤 새워 날러왔다.
절구통처럼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인도 여인의 옆 좌석에서는 미국은 너무나 먼 나라였으나, 공항에 마중 나온 석규 부부를 보니 그저 이웃집에 온 기분이 된다.
고향을 떠나 먼 이국에서 삶의 터전을 단단하게 닦아 놓은 녀석이 콧수염만큼이나 그럴 듯해 보인다. 큰딸 지영이는 코 크고 잘 생긴 녀석에게 시집갔으니 집에 없고, 둘째 나영이는 집 떠나 나 홀로 젊은이의 꿈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말리브(malibu) 언덕 위의 이석규의 집에는 부인 근령씨, 부부뿐이다
* 석규네 집의 전경
.
*`석규집 에서 보이는 말리브 해안
미국 서해안 끝 작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석규네집 앞마당에 해가 질 때에 수평선 넘어 서편 하늘이 온통 붉게 물 드는 석양이 참으로 장관이고, 밤이 깊어 휘영청 만월이 집 앞 한 그루의 야자수 위에 걸리면 달빛 그림자가 태평양 바다를 가르고 다가선다.
몇 년 전 이 집 앞마당에서 달빛을 맞으며 송욱, 남득현, 그리고 이 집주인과 나 그렇게 넷이 밤이 늦도록 술잔을 마주치던 생각을 잊을 수가 없다.
나 아직은 젊고, 내 인생 아직 건강하게 남아 있는데, 더욱 오늘은 여기와 이국에 사는 예쁜 친구 석규도 만나는데 이런저런 지난 일들이 자꾸자꾸 생각나는 건 어인일인가.
말리브 해안에서 아침 운동을 마치고
2003 년 2월 20일 malibu, L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