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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이은 우리집 마씨의 글이다. 벌써 20년이 가까워오는 오래전 옛날 얘기다. 그리고 보면 우리가 늙기는 늙었나보다. 1985년 아남 사보에 게재됐던 글이다. 우리집 마씨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간 한병근을 이해하는데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제 소리에 충실할 때 훌륭한 화음이

 
   올해부터 여름휴가 때 지급하기로 변경됐다던 보너스가 나온 줄 알고 반갑게 받아 든 흰 봉투, 난데없이 ‘우리집의 인화협동’이란 주제로 글을 쓰라는 사보편집실의 편지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할 말을 잊고 멍청하게 쳐다보는 내게 “난 배달부일 뿐이여” 한마디 멋없이 던지고, 남편은 욕실로 가버린다. “상의 한마디 안하고 받아 온 사람이 해결하시구려.” 나도 한마디 쏘아붙이고 부엌으로 나왔다.
 
   생전 글이라고는 써 본 일이 없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야 마땅할 터인데, 그런 생각을 제치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살짝 들뜨는 건 웬 일일까. 왜 인화와 협동이란 글 부탁이 우리집에까지 왔을까? 우리는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말은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과연 무엇이 인화이고 협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런 제목으로 쓸 글 거리가 우리집에 있기는 있는 것일까? 두서 없는 생각에 쌓여 마음만 혼란하다. 정신은 딴 곳에 판 채 김치를 썰다가 손가락을 스치는 칼날에 놀라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심각한 표정으로 밥상 앞에 다가앉은 내게 남편은, 하고 싶은 얘기를 대충 써 놓으면 자기가 고쳐서 정리해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얼씨구,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골라 쓰고 맘에 안 드는 얘기는 몽땅 빼 먹겠다 이거지? 내가 뭐 할 얘기가 없어서 못 쓸까 봐? 이런 기회에 우리집 반인화(反人和), 비협동(非協同) 실태를 고발해야지’, 절대로 남편의 손 빌지않고 혼자 써보리라고 마음을 옥 물었다.
 
   그러나 막상 원고지 앞에 앉으면 말머리는 사라지고 인화협동이 마치 큰 바윗돌로 변해버린 듯 나를 압박해오기만 하였다. 며칠동안 끊임없이 나를 억누르던 이 인화협동의 압력은, 늘 반복되던 자연스런 내 일상생활까지 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이들과 얘기하다가도 불쑥 ‘이런 게 인화인가, 지금 협동하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치 첫무대에 선 배우같이 모든 게 생경하고 어설프기만 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살아 온 것인가, 문득 놀랍다.
 
   팔순이 넘으신 시어머니의 며느리, 씩씩한 2남1남(누가 물으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의 어머니, 절대로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까다롭기만 한 샐러리맨의 아내, 이것이 나의 현주소다. 아침에 눈뜨면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아이들에게 이젠 그만 놀아라, 공부해라, 일찍 일어나라, 잔소리하고, 늦게 돌아오는 남편 눈치보고, 밥 차려주고, 문단속하고, 졸면서 텔레비전 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변화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평범한 주부가 나의 직업이자 삶이다.
 
   어쩌다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라도 나가면 한가하게 수다를 즐기기 보다 저녁시간 늦을까 안달하는 나를 이상하다고 의식하지 못하며 사는 게 내 모습이다. 벌써 언제부터 굳게 결심하고 시작한 성서 읽기가 아직까지 창세기 1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나의 주변머리다. 시집온 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생활 속에 무심하게 살아온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남편에게 주부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맛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벼르고 별러 없는 애교까지 떨며 집안청소라도 도와달라고 청하면 영락없이 “서영아, 일영아, 주영아” 목청이 높아진다. “니들 엄마 청소하는 거 도와드려” 명령을 내리고는 자기는 꼼짝도 하지않는다. “아빠는 왜 우리한테만 청소를 시켜?”라고 따지는 막내의 이유 있는 항의에 “회사에서 일 많이 하셔서 힘드시나 보다”하고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해야 하는 게 우리집 협동 실태다.
 
   며칠 전에 지나간 남편의 생일날, 저금통 털어 선물로 산 운동화와 함께 “아빠, 우리들과 재미있게 놀아도 주시구요, 얘기도 많이 해 주셔요”라고 적어 넣었던 애들의 쪽지도 생각난다. 얼마나 다정한 아빠의 말이 그리웠으면 이런 편지까지 썼을까? 이것이 우리집 인화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 따져 얘기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한 두 번 당한 게 아니라서 말해봤자 남편의 뻔한 답변에 마음만 더 상할 것 같기 때문이다. “각자 제 할 일 잘 하는 게 협동이여. 제 일도 못 추스르면서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간섭일 뿐이여.” 라든가, “남 듣기 좋으라고 시답잖은 얘기 시시덕거리는 게 인화여?” 라든가 들어 보나마나 대꾸가 빤하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자기합리화를 위한 궤변 같기도 한, 남편의 이 같은 주장이 우리집 인화협동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가장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시하지 못한 이런 주장이 어느새 우리집안의 한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질서에 우리 아이들은 물론 나도 길들어져 있다.
 
   이런저런 언짢은 생각들과 함께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생각들도 꼬리를 물었다. 갑자기 당도한 사보편집실의 짤막한 편지 한 장이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살아온 우리집을 새로 조명해 보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 게 아닌가 싶다.
 
   집안 청소 한번 도와주지 않고 애들과 따뜻한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않는 남편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믿음직스러운 가장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부지런하고 깔끔하며 빈틈없으신 어머님, 튼튼하고 밝고 바르게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인화나 협동 같은 단어는 어휘조차 생각하지 않고 콧노래 부르며 그릇을 닦고 있는 나 자신도 발견하게 되었다.
 
   ‘인화와 협동’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인화와 협동’이란 말을 생각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한, 우리집의 인화협동은 문제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제 멜로디를 충실히 연주할 때 비로소 훌륭한 하모니가 만들어 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우쳐 준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음미하지 않고도 순간순간 감격에 물씬 젖을 수 있는 남편의 다정함이, 그리고 어쩌다가 가끔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 걸래질도 도와주는 손길이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 1985. 8월호 사보 ‘아남’ 특집 ‘인화협동’에 게재된 아내 이영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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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건수 2003.01.31 00:00
    재작년 네가 살던 뉴욕에 갔을 때 위의 마지막 두줄을 성실히 이행하는 너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그 덕분에 그후로 나도 내 마씨한테 들볶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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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3.01.31 00:07
    난, 성실히 한게 별로 없는데 뭘 보고 그러는거지? 나는 '한결같은' 사람이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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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항섭 2003.02.02 06:04
    뒤늦게 두소쿠리의 고소한 땅콩맛을 음미했다. 원래의 땅콩맛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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