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등산빽을 꺼내 등산복들을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누구 노래인지는 전혀 기억이 않나지만 멜로디는 기억이 나는 "송사리가 뛰노는 도봉산으로 그대 손을 잡고서 ..." 어쩌구 저쩌구 하는 되지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와씨한테 한마디 듣는다. 이번 산행에는 동행하는 어떤 애인이라도 특히 있는 거냐고.
있을턱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이고 하는 물음이었 으나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어 함께 산행을 가려다 들킨 기분이다. 9월과 10월의 두달을 건너 뛰었더니 무척이나 오래된 것같고 또 보고 싶은 등산복을 입은 친구들의 모습을 본다는 생각에서 나온 한 단면이다. 지난 달 선농축전에서 보았던 얼굴들인데도 말이다.
8시반에 김진국이를 만나 일요일 아침이라 한가한 지하철을 이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오다보니 어느새 불광역이고 5번출구가 어딘가 하고 찾고 있으려니 이름을 부르며 정태영이와 신해순이가 뒤에서 쫒아온다. 정태영이와 등산복차림으로는 너댓달만에 보는 것 같다. 내년부터는 시간이 많아질것 같아 그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보낼것인 가의 포부를 밝힌다. 신해순이도 최근들어 부쩍 부지런해 진것 같다. 약속시간인 10시가 아직도 15분은 남았는데 이렇게 부지런히 달려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약속장소인 서부터미날에 가보니 항상 부지런하게 일찍 나오는 이성희가 이미 나와 있었고 정만호와 김상건 그리고 이상훈과 김윤종이가 반갑게 맞이하고 꺽정이회장님과 박효범이 곧 등장한다.
이승희가 나타나고 이재상이가 반갑게 악수를 한다. 오늘 내가 않 나오면 이번만 삼세번으로 산행기를 쓰고 그 다음부턴 절대로 않 쓸려고 했단다.
재기가 번뜩이는 글이라 더 재미가 나더라는 나와 주위의 권유에 의해서 석달에 한번씩은 꼭 쓰겠다고 다짐을 하는 재상이다. 상당기간동안 백김치만 어쩔수 없이 먹어야 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최소한도 석달에 한번씩은 갖은 양념으로 맛있게 담근 김장김치를 맛볼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슬슬 지나면 여자 동문들이 만든 찌게도 맛 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식과 김수관 , 조병희의 뒤로 그동안 고생을 하던 이종건이가 보이고 박정애와 남영애가 똑같이 북쪽사람 얼굴의 복장 (The North Face)으로 나타난다. 박정애의 인도로 거금을 들여 남영애가 고아텍스 파카부터 등산화까지 새로 장만하여 우리들의 등산모임에 데뷰하는 순간이다. 아, 그러고 보니 민일홍이도 北顔복장에 거금을 투자하셨네.
10시가 되자 의정부까지 가는 시외뻐스를 탄다. 조금 가다가 구파발 버스정거장에서 길게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던 등산객들을 태운다. 종점에서 떠난 우리들은 편안하게 앉아서 여유있게 그들을 내려다본다.
주환중회장의 부지런함에 의해 우리 모두가 저들과는 다른 입장에서 같은 뻐스를 타게 되는 것이다. 리더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대목이다.
북한산계곡을 지나 송추계곡 입구에서 우루루 내려 매표소 입구로 가니 신동복이가 기다리고 있다.
10시반에 맞추어 우이동에서 이곳으로 직접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혼자서 2,30분을 기다렸을 터이니 꽤나 수고를 한셈이다.
곧이어 이석영이가 열심히 걸어오고 있었다. 8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분당부터 온것이라고 하니 몰라도 아마 부군께서 상당한 곳까지 모셔다 드린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11시가 되어 매표소를 통과한다. 날씨가 오늘은 봄날같이 따듯하다. 얼었던 길이 녹아 질퍽거릴 정도이다. 오전엔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였지만 옅으막하지만 햇볖도 비추인다. 얼마 것지 않았는데도 파카가 거추장스러워 모두들 벗어 제낀다.
30분정도 걸었을까? 널다란 바위가 나타나 모두들 잠간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힌다. 강기종이가 이제 나타난다. 빨리도 쫓아왔다 싶다. 쉬면서 올라갈 곳을 가늠해본다. 앞에 여성봉이 보이며 오봉이 더 떨어져 보인다. 여성봉이라? 상식적으로 생각해선 여인봉으로 명명함이 일반적인데 아마 아주 최근에 붙인 이름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가서 보면 알거라는 정만호의 얘기이다.
가서 보잣구나, 하면서 다시 올라간다. 오늘 데뷰한 남영애가 털썩 주저 앉으며 하늘이 노래진단다. 처음 왔으니 그럴려니 하면서 앞으로 올라갈 길이 꽤나 되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곧 회복하여 계속 잘도 올라간다. 그동안 고생을 했던 이종건이도 비교적 잘 올라가는 편이다.
12시가 다 되어서 표고 331 미터의 여성봉에 도착한다. 조금전에 정만호가 설명을 하는 대신에 가서 보면 알게될 것이라고 한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 인공적으로 조각을 했을 턱은 없을 것이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신기한 천연 작품이다. 상단부에는 멋지게 생긴 소나무까지 늠름하게 서서 있다. 오르내리는 등산 온 남자들은 무덤덤한데, 오히려 여자들은 입들을 가리고 웃으면서 영 민망한 표정들이다.
이곳에선 저쪽으로 오봉이 뚜렷하게 보이고 저 멀리 어렴풋하게 쭉 솟은 인수봉이며 백운대가 보인다. 며칠전 온 눈이 살짝 덮여있어 경치가 일품이다. 바로 아래는 이 도봉산과 저 북한산을 경계하고 있는 우이령이 가늘게 뻗어있다. 한때는 저 우이령길을 넓힌다는 얘기가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대신에 저쪽 도봉산의 북쪽 밑으로 외곽순환도로가 뚫리고 있으니 그나마도 다행이다.
오봉을 우측으로 보면서 올라가는 길은 약간 얼어 있는 곳도 있고 줄을 잡고 올라가는 곳도 있다.
산행회수가 거듭됨에 따라 이제는 상당히들 익숙해져 있어 별 어려움 없이 잘들 올라가 1시경 오봉 정상에 다달은다. 이 정상의 높이는 660 미터로 표시되어있고 이곳에서 보이는 순서대로 1봉, 2봉.....5봉까지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의 춘천 오봉산 생각이 난다. 그때는 1봉, 2봉 ,하나씩 올라갔다 내려 왔지만 지금은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걸작품에 열중하여 한참을 내려다 본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바로 밑의 헬리포트 밑의 샘터 근처에는 총 동창 산악회가 매년 시산제를 지낸다는 제단이 잘 준비되어 있다. 각자 갖이고 온 음식들을 꺼낸다. 오늘은 웬일로 이런저런 종류의 떡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박정애는 사과며 배, 감까지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이종건이는 오늘도 먹음직한 김치에 돼지수육을 갖이고 왔다. 이재상이는 차갑게 냉동시켰던 소주를 내어 놓으면서 이승희와 번갈아 가며 좌중을 화기 애애하게 만든다. "
진달래" 얘기까지는 나도 들은바가 있었지만 "물안개" 얘기는 처음 듣는다. 피어오르는 낭만적인 물안개를 생각햇다간 전혀 감이 다르다. 돼지고기로 쏘시지를 만들지만 쏘시지로 돼지새끼들도 만든다나... 친구들끼리 무슨 소린 못하겠는가? 아니, 이러니까 오히려 더 재미난 등산 모임이지. 산밑의 설혹 골치 아픈 일도 이렇게 싹 씻어내는거지 뭐.
먹는 중간에도 박효범이는 열심히 회비를 걷는다. 산악회 운영위원인 정태영이는 별도로 운영회비를 듬뿍 낸다.
내려가는 길은 주위 경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정만호가 옛날 고교시절 록 클라이밍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주변의 경관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준다.
소귀모양의 우이암 모습이며 내려오는 길에서 북서쪽으로 보이는 만장봉의 깎아지른 암벽이며 선인봉의 십자로를 올라가던 경험을 신기하게 듣는다. 주봉도 오르 내렸다 한다.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게된다.
그리고 오늘 비로서 도봉산 전체의 그림이 하나로 그려진다. 조선왕조를 여는 길을 닦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은 학문을 연마하는 높은 사람들의 뜻을 키우는 뜻을 키우라는 도를 닦는다는 뜻에서 연유되었다고 하는 이 道峰山을 정만호의 친절하고 자세한 봉우리 하나하나의 설명을 들으니 봉우리 하나하나를 더욱 더 뜻 있게 바라보게 된다. 여유를 갖이고 감상하며 산행을 하게되니 또 다른 산행의 맛이 난다.
조계종의 도봉사가 나타나고 능원사가 나타난다. 잘 지어놓은 외국의 저택으로 보인다. 공기좋은 곳의 그림같은 저택풍의 절을 보면서 세금생각이 나는건 무슨 맘보일까? 절이나 교회나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맑게 해주고 사회전체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것으로도 사회에 큰 기여를 하면 되는건데,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한다는 발상은 근시안적인 것인가?하고 자문 자답하면서 내려오니 우리들의 만남장소인 손 순두부집에 닿는다. 시간은 어언 3시45분이 되어간다.
얼큰한 두부찌게를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으로 먹는다. 꺽정이회장 동생회사의 권부장이 며칠전 중국에 출장 갔다오면서 사 갖이고 온 소흥주를 한잔씩, 그리고 소주를 먹으면서 여기서도 재상이와 승희의 입씨름을 재미나게 듣는다. 싸울수록 듣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더해준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서서히 어두워져오기 시작하는 5시경.
이대로 벌써 헤어지기는 아쉬운듯 박효범과 정태영이 수소문한 노래방으로 간다. MC는 단골로 재상이가 맡고 박정애와 이승희가 옆에서 분위기를 돋우어준다.
처음엔 빼는듯 하던 이영식이 몇곡이나 부르고 모두들 한곡조 이상씩 부른다. 이상훈이 노래는 들을수록 지금이라도 그쪽으로 방향을 틀면 대성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박효범이도 점점 그 실력이 쭉쭉빵빵이다. 민일홍이의 노래실력도 일품이다. 16회 전 등산멤버들의 등산 간부화, 노래간부화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7시가 너머간다. 신동복이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 올라가는 소리와 정만호의 프로격인 노래가 조화를 이루면서 울려퍼지는 "우리는 친구, 우리는 하나"라는 노랫소리에 모두들 어깨를 부딯쳐 가며 하루의 산행을 아쉬워 하면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