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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잃은 백합
 
   그 날이 내 생일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슨 특별한 날이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몇 해 전 어느 날 아침, 회사에 출근해 보니 백합꽃 듬뿍 꽂힌 꽃병 하나가 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나는 저고리도 벗지않고 자리에 앉는 것도 잊은 채, 그 청초한 꽃송이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봉오리, 하얀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은 갈색 꽃 술을 보듬은 활짝 핀 꽃들이 나를 반기는 듯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백합을 보며 행복에 젖은 순간은 잠깐, 갑자기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걸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하고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 이유가 향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집 앞 마당에는 제법 너른 꽃밭이 있었다. 덩굴장미가 노란 꽃을 피워 탐스러운 모습을 뽐낼 때쯤 되면 꽃밭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백합도 숨어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러나 장미와는 달리 백합이 피었다는 건 꽃을 보고서가 아니라 향기를 맡고 알았다. 어느 구석에서든 한 송이만 피어나도 그 향기가 온 마당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합꽃 향기는 내 기억 속에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렇게 그윽하던 향기가 어디로 달아난 걸까? 다시 한번 유심히 눈여겨보며 일삼아 향기를 맡아보았다. 그렇지만 그 백합꽃에서는 어떤 향기도 나지 않았다. 향기는 오간 데 없고 짙지는 않았으나 조금 역한 농약 냄새만 남아 있었다. 난생 처음 '향기 없는 백합'을 보게 된 그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한 그 상황에 놀랐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나는 꽃집이나 다른 어디에서라도 백합꽃만 보면 코를 박고 향기를 맡아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향기 있는 백합을 다시 볼 수 없었다.
 
   그 향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누가 그 향기를 앗아 갔을까?, 백합꽃에게 향기를 되돌려 줄 길은 없는 걸까?, 이런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 선뜻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당시의 기억도 또렷하다. 들에 자생하는 백합꽃을 한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들에 핀 백합마저 향기를 잃었는지 지금까지 모른다. 그러나 온실에서 기른 꽃이라고 향기마저 잃어야 할 이유는 없지않은가. 누군가 품종을 개량한다고 이상한 짓을 해서 꽃대와 꽃받침이 튼실해지고 그래서 더 싱싱하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향기 잃은 백합은 더 이상 백합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무릇 모든 꽃은 제각각 다른 특색이 있어 어느 꽃이나 좋다. 그런데 그 가운데 유독 백합을 나는 좋아한다. 백합은 다른 꽃과는 달리 꽃잎의 모양이 우아하거나 색깔이 화려하지는 않다. 꽃을 피우더라도 고개를 살포시 숙인 채 절대로 나대는 법이 없다. 그저 담 모퉁이 낮은 자리에 조용히 피었다가 지고 만다. 그렇지만 그 그윽한 향기는 다른 어떤 꽃과도 견줄 수 없다. 바람결에 실려와 언뜻언뜻 코 끝을 스쳐가는 꽃내음, 이 향기야 말로 백합을 백합답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뽐낼 게 전혀 없는 수수함, 그 안에 간직한 아무도 범할 수 없는 깔끔함, 한 귀퉁이에 가만히 숨어있는 수줍음, 무슨 일이라도 받아들일 듯한 다소곳함, 그러나 온 마당을 그윽한 향기로 품어 안는 꽃, 이것이 백합이고 내가 백합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꽃향기로 말하자면 빼 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동양란이다. 거실 한구석에 놓여있는 옥화나 한란 역시 단 한 송이 꽃으로 온 집안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데 모자람이 없다. 옷자락 스치는 실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향기에 꽃이 피었음을 알게 된다. 눈 여겨 찾아 보아야만 어느 분에 꽃이 핀 건지 비로소 찾을 수 있다. 꽃인지 잎인지 분간하기조차 쉽지않다. 화사한 색깔과 모양으로 으스대는 서양란에 비하면 꽃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향기에서는 감히 동양란을 따를 수 없다. 만일 그 매혹적인 꽃에 불구하고 동양란이 사람들에게 더 사랑 받는다면 그 까닭은 바로 이 은은한 향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꽃에만 향기가 있는 건 아니다. 향기 있는 과일도 있다.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생김새만 가지고 하는 얘기지 향기로 따지자면 과일 가운데 모과 따를 게 없다.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우리집에는 아름드리 모과 나무가 있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어 모과 딸 때가 되면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집은 단연 인기였다. 몇 개씩 얻어다 방 한구석에 놓아두면 겨우내 집안에서 향기가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집도 대바구니에 가득 담긴 모과를 거실에 놓아두곤 했다. 언뜻 보면 울퉁불퉁 제 멋대로 생겨 못난이 과일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소탈하면서도 때로는 다정함이 느껴지는 게 꼭 탓할 생김새도 아니다.
 
   모과 향기는 좋을 뿐 아니라 오래간다. 샛노랗던 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썩어 군데군데 밤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쪼글쪼글 마를 때까지 한결같은 향기를 품는다. 조금씩 상해가면서 오히려 더 좋은 향을 내는 게 모과다. 이렇게 썩어 가면서까지 좋은 향기를 풍기는 과일은 모과 말고는 찾을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나는 모과를 좋아한다. 설령 그 생김새 트집잡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향기마저 싫어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게다.
 
   향기 잃은 백합을 본 놀라움이 잊혀지지 않아 향기를 주제로 쓰다 보니 동양란과 모과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연히 이 세 가지엔 공통점이 있다. 생김새가 수수하거나 두드러지지 않고 오히려 보잘 것 없다는 점이다. 그런 모양새 때문에 아무도 특별히 탐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대신 그 덕분에 누구에게도 싫어하거나 거부감을 갖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이 지닌 냄새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기롭다. 이런 내 생각이 모든 사람의 보편적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듯싶다.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라는 TV보도를 보았다. 그러나 막상 화상을 치료하거나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어 접합하려고 할 때 찾아 갈 곳은 별로 없다는 보도였다. 당연히 성형외과에서 치료해야 할 범주에 속하지만 이런 치료를 담당할 병원도 의사도 태부족이란 얘기였다. 그 많은 성형외과는 모두 코를 높이거나, 쌍꺼풀을 만들거나, 턱뼈를 깎아내거나, 주름살을 없애거나, 아무튼 사람들의 외모를 예쁘게 만드는 데 바빠서 마땅히 해야 할 치료에는 겨를도 관심도 없다는 거였다. 심지어는 성형수술증후군이라는 정신불안까지 거론하는 판이다. 한군데를 고치면 다른 부분이 마음에 안 들고 거기마저 손대면 또 다른 곳으로 이어져 생김새 뜯어 고치는 데 돈과 시간을 물쓰듯 하지않으면 불안해지는 증세란다.
 
   외모가 아름다워지고 예뻐져 다른 사람의 주목 끌려는 심리를 잘못이라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못생긴 사람보다 잘생긴 사람이, 미운 얼굴보다 예쁜 얼굴이, 마음대로 생긴 몸매보다 늘씬한 몸매가, 사람의 첫눈을 끈다는 걸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겉 모습에 온갖 신경을 쓰면서 정작 마음 가꾸기는 포기하거나 게을리 한다면 이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꽃 모양은 더 실해지고 아름다워졌으나 향기 잃은 백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은근한 향기로 마음을 끄는 동양란을 모조리 뽑아 버리고 화사한 꽃으로 눈길만 끄는 서양란을 그 자리에 대신 심어 놓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또 보기 좋다고 해서 꼭 맛이 있으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다.
 
   썩어서 마를 때까지 향기를 잃지 않는 모과처럼 이 세상에 향기를 퍼트리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순간순간 이웃에 향기를 전하면서 사는 건 맘 먹으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 마치는 날까지 변함없이 늘 향기롭게 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끊임 없이 향기를 솔솔 불어내는 일, 내 몸은 썩어가더라도 한결같은 향기를 유지하는 일은 다다를 수 없는 먼 곳에 있어, 나 같은 사람이 함부로 넘볼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향기는 그만두고 이웃에 더 이상 악취나 풍기지 않으면서 살 수 있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한 바구니 모과를 준비하고 그 향기가 우리에게 얘기하려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비록 향기는 잃었지만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꽃을 피우는 백합이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또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 200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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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항섭 2002.11.20 08:09
    님도 뽕도 예쁘고 맛있는 것으로만 취할려는 욕심을 꾸짖는 교훈적이기도 한 향기나는 좋은 글이다. 분수에 맞게 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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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건수 2002.11.20 17:00
    왜 고상한 백합에서 엉큼하게 님,뽕으로 옮아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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