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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분  증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지 못해 당혹스러운 때가 있다. 신분증이 없을 때가 이런 경우다. 내가 나인 건 늘 변함없는 사실인데, 우리는 때때로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남이 만들어 준 증명서를 보여줌으로써 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데 꼭 남이 만들어준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런 일로 웃지않고 조금도 거부감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필요할 때마다 당신이 당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또 그럴 때마다 남이 만들어 준 증명서를 제시하여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님을 밝히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이건 아주 익숙한 일이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관공서에 들어가려면 자신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들어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진짜 중요한 기밀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빼돌리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관공서 드나들 때마다 이 짓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은행에 가서 새 계좌를 트거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도 없다. 돈을 맡기는 사람이 나라는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큰 뭉칫돈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아내지도 못하면서 몇 푼 안 되는 돈 예금하는데도 본인을 확인하는 이 절차를 지켜야 한다.
 
   길거리를 막고 불심 검문하는 경찰관은 예외 없이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내가 지명 수배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보여주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이런 때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진짜 범인은 검문 한번 받지않고 요리조리 잘 만 다니던데 우리는 이 길거리 불심 검문을 수도 없이 당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이라도 뗄라치면 꼭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본인이라는 게 확인되고 그제서야 일이 시작된다. 남의 인감증명을 발급 받아 악용하는 걸 방지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사기는 끊이지 않는다.
 
   내가 태어나서 살고있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 지경이니 나라 밖으로 나가는 데 여권이 필요한 건 너무나 당연하다. 어쩌다가 여권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다시 발급 받기 전에는 오도 가도 못한다. 이런 난감한 경우에 대비하려면 현지에서 여권을 다시 발급 받는 데 필요한 여분의 사진까지 가지고 다녀야 한다. 역시 내가 틀림없는 한국 사람이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여권이 없이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싶은 얘기지만 이렇게 한번 비틀어 보면 세상은 아주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고 또 때론 어지러워진다. 이런 얘기를 보통 사람들이 듣는다면 저 친구 오죽 할 일이 없어 저런 생각을 다 할까 불쌍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혹 정신과전문의가 들으면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내지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나는 가끔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꼴이 된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나라는 증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자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자기로 인정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증명은 아무 의미 없는 짓일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의미한 일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면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게다. 자신을 자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지않고서는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자기를 자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런 경우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도둑질 한 사람은 그 게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발뺌할 수 있을 때까지 부인할 게다. 거짓말 한 사람도 그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자기가 아니라고 우길 것이다. 숨어서 남 잘못되기를 바란 사람은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버젓이 말하며 태연한 척한다. 자기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그 건 자기의 몫이 아니라고 피한다.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면서도 책임이 밝혀지기 전에는 그건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 모두 자신이 자기가 아님을 주장하는 경우다.
 
   자신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증명하려고 심지어는 위조된 신분증으로 위장하고 다니는 사람까지 있다. 길에서 주은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에 사진을 바꿔 붙여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는 경우도 보도를 통하여 심심치 않게 보고 듣는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 일을 도모하려고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다. 신분증만 위조하면 내가 남으로 위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류로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세상의 병폐임에 틀림없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으니 내가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신분증을 돈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손가방과 함께 그 안에 들었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등 모든 걸 한꺼번에 잃었다. 이런 때는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누가 나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우겨도 이를 모면할 뾰족한 다른 수가 없다. 나는 부랴부랴 사진 몇 장 준비해서 임시로 쓸 주민등록확인서와 운전면허증을 동사무소와 경찰서에서 발급 받아 소중하게 지갑에 넣고 다녔다.
 
   실제 이 임시증명서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아무 증명서도 없이 다니는 게 께름칙하였다. 누가 당신은 누구요,하고 물으면 내 보여야 할 신분증이 없다는 게, 그래서 황당한 경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내가 나임을 입증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눙쳐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스스로 이해해 보려고 애써도 내가 나라는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모름지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하찮은 종이 쪽지에 의존하지 않고 나라는 존재쯤은 입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 200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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