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열 받게 하는 것들
나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정치하는 사람들 꼴도 보지않고, 그들의 말을 듣지도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대중매체가 그런 소박한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방송이나 텔레비전 뉴스, 신문이나 잡지 등 모든 보도자료를 철저히 외면해야만 비로소 그런 자유를 겨우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는데,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눈과 귀를 완전히 닫은 채 살아 갈 수야 없지않은가.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아는 게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잘 알고 있는 일도 말하는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이 이런 나를 가만히 참고 기다릴 수 없게 한다. 열이 뻗쳐 이런 넋두리라도 하지않으면 울화병이라도 날 듯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일 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알 도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태어나자 말자 고집스럽게 강행한 의약분업을 보자. 당사자인 의사, 약사 모두가 반대했고 국민도 반기지 않은, 결국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은 의약분업을, 오로지 정권의 고집으로 밀어붙여 건강보험을 파탄지경으로 몰아 가고 있고 그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남겨졌다. 그리고 그 불씨는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마치 의약분업이 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그 어떤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이론적으로 의약분업이 더 바람직한 제도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어느 누구도 의약분업이 안되어서 나라가 위태롭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다. 그 때문에 항생제가 남용되어 국민 건강이 위해 하다더니, 분업이 된 뒤로도 항생제 남용은 여전하다고 한다. 과연 의약분업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우리의 고매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단 한번이라도 생각이나 해봤는지 의심스럽다.
지금 우리 정부는 주5일 근무제를 법을 뜯어 고쳐서라도 반드시 결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법안을 확정 발표하자 즉각적으로 노동계, 경제단체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물론 반대의 이유는 서로 다르다. 그러나 아무튼 개정하려는 법을 그대로 따르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당사자인 노사는 그렇다 치고, 당사자가 아닌 국민은 모두 이 개정을 환영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도 또 강행하려고 하는 게 이 정권의 고집이다. 주6일 근무 때문에 뭐 큰 일이라도 난 것일까. 지금까지 주6일 근무해 오면서 그것 때문에 무슨 큰 탈이 났다는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 그럴 리 없다. 그러니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 나같이 우매한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모르는 사람이 나뿐이라면 괜찮은데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가 침체되어 이를 부양하려면 건설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파트 청약제도를 완화한 게 누구인가. 그래서 집을 몇 채씩 가진 사람이 새 아파트를 또 분양 받아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 언제적 일인가. 꼭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가는 걸 남의 집 불 구경하듯 쳐다보다가 뒤 늦게 정부가 가진 온갖 강경 억제 수단을 한꺼번에 꺼내 들고 집값을 잡겠다고 호들갑이다. 그렇지만 한번 올라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근근히 한푼 두푼 모아 저축하여 내 집 한 칸 마련하겠다고 궁리해온 국민들은 그저 허탈하고 도무지 헛갈릴 따름이다.
무지몽매한 국민들을 이해 시키면서 언제 그 많은 국사를 처리하겠느냐, 나보다 나라 일을 더 걱정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서 대통령 돼봐라, 국민들은 오로지 현명한 지도자의 예지를 무조건 받아들여 하라는 대로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로 하지 않아도 될 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될 일도 아닌 일, 또한 때 되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일을 이렇게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큰 실수를 저지르고도 무엇이 잘 못된 건지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쓸모가 없다. 더군다나 나라 살림한다는 똑똑한 사람들, 이 나라 정권을 맡아 나라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대서야 국민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겠는가. 아니 한가하게 희망까지 들추지 말자. 적어도 국민을 절망 시키는 일은 벌이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연거푸 이어진 국무총리 국회인준이 부결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치권을 보면, 아직도 꺾일 기미가 없는 대통령과 그를 둘러 싼 정권의 아집을 보면, 나라가 꺼꾸러지든지 바로 서든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정권욕에 사로잡힌 한심한 싸움질을 보면, 이게 얼마나 한가하고 허황된 꿈인지를 절감한다.
외면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정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현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 오직 한 사람뿐인 듯한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아무리 무례하게 해와도 그 쪽에서 하는 얘기는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부터 우리 국민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려면 이 정부에 대고 호소하기 보다 북한 정권에 찾아가 얘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갖게 한다.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루사’가 삽시간에 앗아간 200명이 넘는 목숨과 5조원이 넘는 피해보다 남북문제 현안에 우선순위가 매겨진 듯한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생각이 진짜 착각뿐인지도 잘 모르겠다. 제발 부탁하건대 정치가 살아가는 데 힘든 국민들 위로는 못할망정 열심히 묵묵히 제 할 일하는 국민을 열 받게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200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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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속 시원한 얘기를 들어본다.자네의 의견에 동감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친구들이 있다는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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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생각을 병근이가 이렇게 정확하게 써 놓았는지, 이렇게 생각이 같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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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근이 말대로 정말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열 받게 하는 놈들 나도 정말 보기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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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트일것이라고 말씀하신 탄허스님의 그 때는 언제일꼬? 그때까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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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반갑습니다. 열 받는 일 많던 터에 긁어주시니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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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애국이고 애국 전문가들인 대,소통령, 국회의원등이 하는 짓거리 어찌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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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근이 얘기에 내가 더 열받는 얘기 한줄 더쓰겠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조급해, 다 나름대로 배경이있겠지만, 돼도록 많은 사람들이 열 받지말고 지긋이( 찌긋이) 넘길수 있으면좋케ㅆ다. 강건너 불구경 하는 눔 이라고 탓하지 마라. 말이 많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