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 뉴욕 링컨센터의 에이버리 피셔 홀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의 協奏曲 演奏를 감상하려는 음악팬들로 가득 찼다. 이윽고 무대에 등장한 펄
먼에게 늘 그렇듯, 청중의 同情과 應援이 섞인 박수가 쏟아졌다.
펄먼이 연주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두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그가 무대에서 연주할 준비를 갖추는데 얼마나 힘겨운 과정
을 거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된 의자에 않아 목발 대신 바이올린을 받아든
펄먼이 지휘자에게 사인을 보내자 이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펄먼이 연주하던 바이올린의 줄하나
가 끊어져 버렸다. 연주는 中斷되었고, 청중은 펄먼이 오케스트라 단원가운데 한 사람의 악기를 빌려 연주할 것인지, 아니면 줄을 새로 갈아 끼우고 다시 시작할 것인지, 選擇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펄먼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그는 지휘자에게
중단된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부탁했고 놀랍게도 세 개의 줄만으로 연주를 계
속해 나갔다. 청중은 펄먼이 원곡을 즉석에서 조옮김하고 재조합하는, 불가능에 가
까운 모습을 지켜보며 驚異感에 휩싸였다. 마침내 마지막 마디까지 중단 없이 연주
해 낸 펄먼에게 팬들은 열광적 환호를 보냈다.
박수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펄먼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때로는 모든 條件이 갖춰지지 않아도 제게 남은 것만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음악가인 제 使命이자 信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