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再會를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하듯이 離別을 위해서도 오랜동안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용운 시인이 '님의 沈默'에서 '아 아 님은 갔지마는 나
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한 것도 이별의 준비를 노래한 것이리라. 진
정한 이별을 위해서는 탑돌을 깍듯이 긴 시간을 이별의 준비로 해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매번 哲學의 命題가 되지만 이별은 항용 돌보는 이 없이 버려져
있어 우리는 마냥 이별에 서툴기 마련입니다. 만날 때 미리 떠날 것을 염려
하고 警戒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 밖의 일이되고 아픈 마음을
달래며 슬퍼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때로 지나치게 이별을 망설인 탓으
로 도리어 이별을 뺏겨버리는 일도 생겨나곤 합니다. 다시 말하면 무작정 이
를 기피하려고만 하는 사이에 이별의 푯말을 넘어버리고 사람은 가버리고
막상 아무 것도 收拾되지 못한 채로 어수선한 삶의 초라한 조각만을 들여다
보는 心情이 되기도 합니다.
차라리 한 개비 성냥으로 불살라서 정결한 모닥불로라도 지필 것을, 한번
결단을 그르친 탓으로 사방 나부끼는 가랑 잎을 흩어버릴 양이면, 차라리 돌
아오지 않는 물이랑에 얹어 먼데 바다께로 보내 버리고 말 것을. 우리가 迷妄의 어둠을 밀쳐내고 사랑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 마음의 푸른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沈默을 휩싸고 돕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