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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한국i닷컴(hankooki.com)에서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만든 기획기사의 일환으로 소설가 박완서님이 쓴 글이다. 6.25 얘기하며 늙어가는 얘기하며 그 내용이 어쩌면 그렇게 내 얘기 아니 우리 얘긴가 싶어 전문을 그냥 퍼다 놓는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날 억압하는 찌꺼기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또 6월이다. 올 여름을 어떻게 나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름을 날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지겨워하게 된다. 내 기억은 50여 년 전에 못박혀 있다. 마음의 못 자국을 몸이 옮겨 받아 같이 시난고난 앓는 건 나의 피할 수 없는 계절병이다.
 
그 해 그 싱그럽던 6월이 다 갈 무렵 그 난리가 났다. 점점 가까워지던 포성이 마침내 미아리 고개 너머까지 육박해 왔는데도 늙은 대통령은 수도 서울의 방위는 철통 같으니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빈 말을 남기고 한강을 넘어 갔고, 넘어간 후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포 소리가 무서워서 그 더운 여름날 솜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늙은 대통령이 남기고 간 떨리는 목소리를 무슨 생명 줄처럼 악착같이 매달렸다.
 
그 후 석 달 동안 남아있던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숨어 살고 싶어도 누군가가 먹여주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이치.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밥벌이를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생존의 법칙은 전시일수록 오히려 더 엄혹했다.
 
최소한의 부역은 생업이었다. 서울이 수복되고 정부가 돌아오자 우리는 미친 듯이 환호했다. 썩은 동아줄 같은 거짓말을 남기고 도망친 데 대한 원망 같은 건 품을 새도 없었다. 굶주림과 공포가 끝난 것만 고마웠다.
거짓말을 남기고 도망친 데 대한 사과는 그 다음이어도 좋았다. 사과는 아니어도 좋으니 너그럽게 다독거리고 위로해 주려니 했다.
그것조차도 어리석고 착한 백성의 헛된 환상, 분수를 모르는 목석이었을까. 굶주림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공포가 끝난 건 아니었다. 부역했다는 손가락질은 치명적이었다. 사과와 위로가 있는 따뜻한 세상은 오지 않았다. 거짓말은 해명되지 않았다.
 
교만한 정부는 위로 대신 가혹한 응징을 우선했다. 심지어는 백성을 내팽개치고 도망친 것까지도 잘못이 아니라 큰 공으로 둔갑을 했다. 고위층끼리도 도강(渡江)파니 잔류파니 편을 갈라 도강파가 더 으스대는 꼴을 보아야 했으니까.
사적인 복수까지 묵인되어 횡행했다. 여름내 반동분자라고 끌려가고 죽임을 당한 숫자 위에 빨갱이로 몰려 처형되거나 무자비한 복수의 표적이 된 인명이 보태졌다. 그건 훗날 전사자보다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라는 통계 숫자를 남겼다.
 
개인은 몇백만분의 일 외의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나는 내 피붙이들의 목숨이 그렇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목숨은 하나의 우주고 각자 무엇과도 바꿔치기할 수 없는 고유한 세계이다. 그 뿐 아니라 하나의 목숨이 억울하게 제 명에 못 죽었을 때 그를 사랑한 살아남은 이에게 하늘만큼 땅만큼 큰 고통을 남긴다.
 
나는 내가 사랑한 피붙이들의 죽음을 몇백만 단위의 집단으로부터 끌어내어 고유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슬픔과 치욕을 희석하여 견디기 수월하게 하려고 소설을 썼다.
망자를 위하여 지노귀굿을 하는 것은 망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조금이라도 망자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지려고 하는 짓이다.
 
그러나 아직도 내 기억은 6ㆍ25동란에 못박혀 있다. 못이 녹슬고 썩고 삭아서 흙이 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건만 못 자국의 통증은 자주 도진다.
6ㆍ25는 내 기억의 원점이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고통이 도져서 혼자 신음하며 울 적이 있다. 4ㆍ19 때 온몸이 폭발할 것처럼 기뻤던 것도 거짓말을 한 대통령을 용서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에 대해서 말할 때 늘 ‘이놈의 세상’이라는 폭언을 일삼았고 이놈의 세상이 언제나 바뀌나, 변화를 갈망해 왔다.
그런 성향 때문에 스스로를 진보의 편에 서 있다고 자부했고, 한번 쥔 기득권은 죽도록 놓지 않고 누리려는 이들을 보수라고 역겨워 했다.
 
지금 나는 그렇게 역겨워 하던 보수 편에 서 있는 것 같다. 진보를 외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건만 세상은 아직도 달라져야 할 이놈의 세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더니 남들이 나를 보수 취급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세상을 두 패로 갈라 내가 어느 편에 속하는지 확실하게 해두지 않으면 불안한 것도 6ㆍ25의 후유증일 듯싶다.

내가 발 붙여온 한결 같은 입장이 있었다면 그건 반체제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영원한 반체제 기질 때문에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정치가이다. 정치가 싫으니까 정치적인 사람도 혐오스럽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떤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아마 정치가보다는 거짓말쟁이가 더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매일 어떡하면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그 궁리밖에 할 게 없는 소설가이니 내 처지가 딱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은 허가 받은 거짓말이니까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법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는 왜 예로부터 허가 받은 거짓말이 있어왔을까, 생각할수록 내 아둔한 머리로는 여간 고민스럽지가 않다. 어떡하면 정직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서 거짓말을 꾸며대고 있다면 누가 믿을까.
 
나보다 먼저 저 세상에 간 남편은 내가 원고가 잘 안 써져서 지치고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한테 쉿 느이 엄마 건들지 말아라, 아마 거짓말이 바닥이 났나 보다고 놀려대곤 했었다. 그는 거짓말이 바닥난 마누라를 이마에 뿔난 마누라보다 더 무서운 척 했다.
그래도 그의 그런 놀림 때문에 악마에게 쫓기는 것 같은 초조감에서 놓여 나 숨을 돌리면서 이 노릇이 그렇게 대단한가, 자신을 돌이켜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 노릇은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점점 힘에 부친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려면 먼저 내 몸하고 의논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짧은 여행을 떠나려도 그 전에 내 몸의 눈치부터 봐야 하는 주제에 대작이라도 구상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아마 저승사자가 다 웃을 것이다.
 
슬슬 무계획하고 헐렁하게 살고 싶어서 몇 년 전 서울을 벗어났다. 작은 동산에 안긴 동네라 아무 때나 산에 갈 수 있어서 좋다. 등산이라기보다는 걷기라고 해야 할 정도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인데도 산은 오르기보다도 내려오기가 더 힘들다는 걸 요즘 자주 느끼게 된다.
발목을 삐거나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리는 것은 오르막길에서가 아니라 내리막에서이다. 무릎이 안 좋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도 오를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이다.
내려올 때 후들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의젓하고 품위 있게 걸어 내려오려면 올라갈 때 힘을 다 써버리면 안된다. 내려올 힘도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게 바로 하산의 요령이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 내킬 때 혼자서 간다.
동행이 있으면 보조를 맞춰야 한다. 뒤질까 봐 눈치봐야 하고 경쟁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 암말 안하고 같이 걸어도 부담이 안 되는 동행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조율이 부질없다.
 
늙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산천이나 초목처럼 저절로 우아하게 늙고 싶지만 내리막길을 저절로 품위있게 내려올 수 없는 것처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 나이가 좋다.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안하고 싶은 건 안할 수 있어도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도 않다. 안하고 싶은 걸 안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볼 꼴 못 볼 꼴 충분히 봤다. 한번 본 거 두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써져도 그만이다.
마음 속에 나를 억압하는 찌꺼기가 없어져서 못쓰는 거라면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인가. 결국은 가벼워지기 위해 썼다는 게 가장 맞는 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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