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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구팀에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해 나는 월드컵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첫 게임부터 묵사발로 깨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노파심에서였다.
예선 세 게임을 나는 거리 응원단에도 생맥주집 응원단에도 끼지 못하고 그냥 사무실에서 워드만 두들겼다. 전반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나가 곁눈질로 스코아를 본 다음 조용이 집에 가서 방문을 잠그고 후반을 지켜봤다.

16강전이 벌어진 어젯밤에도 나는 전과같이 그런 순서를 밟으려 했는데 반갑지 않은 두 친구가 와 어디 생맥주집에라도 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응원을 하자는 것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 그러자 하고 둘레에 괜챦을 성 싶은 생맥주집엘 가보니 그 안에도 이미 붉은 옷을 입은 단체 손님들로 선점되어 낄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 고깃집으로 들어가 티비 앞에 정좌하고 먹을 거리를 시켰다.
우리 셋과 주인 아저씨, 서빙하는 처녀 한 사람 그리고 주방에서 일을 하는 연변출신 아줌마 둘 이렇게 일곱이 들러 앉아 경기를 지켜 봤다.

노파심대로 개인기가 뛰어난 이태리 팀이 한 골을 선취하며 나는 예의 조바심이 발동했고 경기장면을  얘써 외면하며 술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제 끝났구나 싶은 순간 하늘이 만든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방정맞게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머쓱해 하며 주윗 사람들에게 얘기했다.이제 승부차기에서 져도 나는 좋다고. 그런데 시나리오의 마지막은 끝나지 않았고 다시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진 것이다.  

길거리로 나가보니 테헤란로는 거대한 군중들의 퍼레이드 장이 되어 있었다. 대~한민국 소리와 빠반빠밤빠 하는 경적소리가 이어졌고 예졔서 아무하고나 손벽을 부딛치는 장면이 보였다. 나는 역삼역 지하도 입구에 쳐 놓은 난간에 기대 행진하듯 밀려 오는 사람들과 하이 화이브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한 게 아니라 행진객 한 사람이 손을 올리길래 얼결에 했고 그러다 손을 내리지 않고 계속 하이 화이브를 한 것이다. 한 시간쯤 됐나? 근 천명쯤 되는 남녀 행진객들과 손뼉을 부딛치니 나중엔 손바닥이 아파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었다.
내 생애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손을 부딛친 적이 없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과 행복과 사랑을 같이 느껴본 적도 없었다. 전율에 가까운 소속감이요 행복감이었다.

8강전 땐 나도 용기를 내어 붉은 티를 사서 입고 군중들 사이에 빠져 대~한민국을 외쳐볼까 한다.
  • ?
    노준용 2002.05.31 00:00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던 사람이 없던 것이 이런 폭발력을 키운 것 아닌지. 이번 토요일에 광화문 정도 가려면 새벽 일찍 자리잡아야 할끼다. 멤버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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